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 男청소년까지 확대, 왜?

질병관리청이 다음 달부터 12세 남성 청소년(2014년생)을 대상으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국가 예방접종을 지원한다고 16일 밝혔다. HPV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잘 알려진 바이러스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2016년부터 여성 청소년들에게 예방접종을 해왔는데, 이번에 이를 남성 청소년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간 여성계와 산부인과 학계 등에선 ‘접종 대상 확대’ 주장이 계속 제기돼왔다. 여성이 이 바이러스를 보유한 남성에게 감염돼 자궁경부암에 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남성 청소년도 예방접종을 맞으면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항문 상피 내 종양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대상 확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를 놓고 “다른 시급한 백신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이를 국가 예방접종하는 것은 포퓰리즘적 결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HPV 백신 접종이 학계에서 주장하는 국가 예방접종 우선순위에서는 한참 뒤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앞서 질병청은 2023년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백신 도입 우선순위를 연구했는데, 지금처럼 남성 청소년에게 HPV 백신을 확대하자는 안은 14위에 불과했다. 현재 영유아·노인만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대상을 성인 만성 질환자로 늘리자는 안, 노인 대상 폐렴구균 백신을 예방 효과가 더 뛰어난 백신으로 바꾸자는 안, 대상포진 백신 도입안 등이 상위권에 있었으나 무산됐다. 마상혁 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경남의사회 공공의료대책 위원장)은 “훨씬 시급하게 도입돼야 하는 백신이 많음에도 전문가 의견은 무시하고 여성계만 의식한 포퓰리즘적인 결정을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HPV 백신 접종 확대는 그간 백신 도입을 주장해 온 산부인과 학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 추세는 9가지 유형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9가 백신을 도입하는 분위기인데, 현재 한국의 국가 예방접종 백신은 4가 백신이다. 자궁경부암 기준 9가의 예방 효과는 90%, 4가는 7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굳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여성 청소년에게 9가 백신을 접종해 주는 게 필요한데, 그보다 4가 백신의 접종 대상만 늘린 셈이다. 학회 관계자는 “4가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가 개발도상국·후진국에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현재는 수요가 적은 백신”이라며 “시급히 9가 백신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질병청은 재원이 한정돼 학계의 우선순위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용을 고려해도 여성 청소년 대상 9가 백신 도입이 남녀 전체 대상 4가 백신 접종보다는 비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 청소년 대상 4가 백신 접종 소요 예산은 279억원으로 여성 청소년 대상 9가 백신 접종 예산 117억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 우선순위 1위인 만성 질환자 독감 예방 접종은 1031억원이 드는 것으로 산출됐다. 이 밖에 폐렴구균 백신은 445억원, 대상포진 백신은 282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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