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동 "국가가 국방에 필요한 '도전적 질문' 던지고, 기술 완성 도와야"

김성아 기자 2026. 4. 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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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포럼: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의 본질은 국가가 반드시 풀어야 할 핵심 문제, 즉 '도전적 질문'을 먼저 정의하고 이를 민간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시대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박지혜 기자(뉴스1)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국방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기 위해선 국가가 '도전적 질문'(그랜드 퀘스트)을 던지고, 민간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기술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시대포럼: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 기조연설에서 "탁월한 기술이 탄생하는 데 천재가 절대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핵심은 도전적 질문과 스케일업, 이 두 가지 원리"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전장 환경이 나타났을 때 누군가는 '지금까지 안 해봤지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답이 이미 있는 질문이 아니라 답이 없어서 찾아가는 질문, 그게 도전적 질문이고 그랜드 퀘스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질문이 진짜 도전적이면 처음부터 완성품이 나올 수 없고 버전1을 만들고, 안 되면 버전2를 만들고, 다시 버전3으로 가야 한다"며 "이 시행착오를 버티며 조금씩 완성해 가는 과정이 스케일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페이스X의 사례를 들었다. 이 교수는 "일론 머스크가 한 것은 '1단 로켓을 다시 세워서 쓰면 안 될까'라는 말도 안 되는 질문 하나였다"며 "중요한 건 그 뒤 10년 넘게 실패를 감내하며 버전업을 반복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초기 수요가 기술 기업을 키우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스페이스X를 키운 건 벤처투자자가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였다"며 "국민 세금으로 초창기 작품을 계속 써주고 국가 미션을 맡기며 살아남게 했기 때문에 지금의 기술 우위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유한 기술을 원하면 시행착오를 건너뛸 수 없다"며 "시행착오 없이 기술을 만들려면 미국에 전화해서 기성품을 사오면 되지만 우리만의 기술은 그렇게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나사는 2006년 COTS(상업 궤도수송 서비스) 프로그램 아래 스페이스X와 우주수송체계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고 2008년에는 ISS(국제우주정거장) 보급 임무를 맡기는 CRS(상업보급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나사는 2008년 스페이스X와 오비털에 총 35억달러 규모의 고정가 계약을 부여했고 이 가운데 스페이스X 몫은 12회 임무 기준 16억달러였다.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의 본질은 국가가 반드시 풀어야 할 핵심 문제, 즉 '도전적 질문'을 먼저 정의하고 이를 민간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시대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박지혜 기자(뉴스1)
이 교수는 미국 첨단기술의 산파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에 대해 "연구기관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연구 수행이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의 난제를 먼저 정의하고 민간·학계·비전통적 참여자들까지 끌어들여 돌파 기술을 만들도록 설계된 기관이다.

그는 "다르파를 이야기할 때 흔히 연구개발 조직을 하나 만들자는 식으로 이해하는데 그건 본질이 아니다"라며 "다르파의 본질은 가장 핵심적인(Critical) 문제를 출제하고 그것을 풀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버전1·2·3으로 진화시킬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데 있다"고 했다.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Siri)가 다르파를 통해 진화된 대표적인 기술이다. 시리는 다르파의 PAL(Personalized Assistant that Learns) 프로그램 아래 진행된 CALO(Cognitive Assistant that Learns and Organizes)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이후 애플은 2010년 시리를 인수한 뒤 2011년 아이폰4S에 탑재해 대중화했다.

이 교수는 "국방부의 가장 중요한 일은 기술을 직접 다 만드는 게 아니라 '이런 기술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정확하게 출제하는 것"이라며 "초기 버전의 요구 수준을 정해주고 국방 현장을 테스트베드로 내주고 피드백을 통해 스케일업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다르파 논의의 한계도 짚었다. 그는 "우리 국방부가 정말 핵심적인 문제를 주도적으로 던지고 있느냐를 보면 (그렇지 않다.) 여전히 수요조사 방식이 많다"며 "연구자들에게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결국 국방에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가 올라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에 있는 프론트라인(Front Line)의 문제를 기술 언어로 번역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며 "현장과 기술이 멀어져 있고, 연구는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국방은 레디메이드(Ready Made) 기성품을 사오는 구조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많은 연구개발을 하고도 기술 발전이 눈에 띄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한계도 짚었다. 이 교수는 "겉으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보안과 절차 문제를 이유로 인하우스(In-house) 개발이 대세"라며 "우리가 만들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 않는 NIH(Not Invented Here) 문화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RFP(과제제안요구서) 수준을 낮춰야 한다. 낮춘다는 것은 허접한 걸 하자는 뜻이 아니라 도전적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현실적인 초기 버전을 먼저 허용하자는 뜻"이라며 "버전1을 뽑고 버전2로 빨리 올라갈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추는 것이 본질"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시대포럼의 기조강연은 브라이언 클라크 미국 허드슨연구소 국방개념및기술센터장과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 교수가 맡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현장을 찾아 축사를 했다.

김성아 기자 roms122@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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