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이스라엘 훈계'…"한국, 전략적 주체성 모색"

이유 에디터 2026. 4. 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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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전략 자율성 '사례'…"생존주의 전통 부활"

중동전문가 '더 디플로매트' 기고서 분석

사드 중동 이전, 호르무즈 작전 동참 반대

국제 무대서 한국 '독자 공간 추구' 평가

"이스라엘에 대한 더욱 날 선 어조, 미군 방공 자산 재배치에 대한 불편함의 표출, 그리고 대안적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한 신속한 기동은 모두 독립적 행동을 위한 더 넓은 공간을 모색하는 한 국가의 모습을 시사한다."

메흐멧 파티 오즈타르수 중부대 교수(중동·이슬람학)는 '에너지 쇼크 속 한국의 대이스라엘 강경 노선'이란 15일 자 <더 디플로매트> 기고에서 이번 이란 전쟁 기간에 보여준 이재명 대통령 정부의 행보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 방문을 마친 강훈식 비서실장을 격려하고 있다. 2026.4.16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한국 대통령 이스라엘 직접 훈계 "이례적"
"대미 전략 자율성 추구하는 하나의 사례"

먼저 오즈타르수 교수는 지난 10일 이 대통령이 'X' 글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뒤 지붕에서 떨어뜨렸다는 주장이 담긴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시작된 한국과 이스라엘의 외교적 갈등을 거론했다. 이 글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고, 이에 이스라엘 외무부가 "용납할 수 없다. 강력히 규탄받아야 마땅하다"고 공격하자, 11일 다시 "끊임없는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고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을 꾸짖었다.

이에 오즈타르수는 이스라엘 훈계를, 한국이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나선 걸 예사롭지 않다고 봤다. 그는 "한국은 특히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이자 중동의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로서 전통적으로 중동 분쟁엔 신중하고 세심하게 균형 잡힌 포지션을 유지해 왔다"며 "대단히 직설적인 이 대통령의 표현은 서울의 관례적 외교적 어조에서 눈에 띄게 벗어난 행보였다"고 논평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을 '별개의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2·28 불법 선제공격'을 시작으로 48일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 와중에 갈수록 도가 심해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과 요구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고 일정한 '자율적 공간'을 만들려는 행동의 한 사례로 해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 외무부 측의 반발을 겨냥해 "끊임없는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이 대통령 엑스 게시글 갈무리

사드 중동 이전, 호르무즈 작전 동참 반대
중동 전문가, 한국 '독자 공간 모색' 평가

두 번째 사례론 미국이 지난 3월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를 이란 전쟁에 활용하고자 일방적으로 중동으로 이동 배치한 일을 들었다. 오즈타르수는 "그 상징성은 무시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한반도 안보 태세에 필수적이라고 정당화됐던 방공 시스템이 돌연 다른 전장으로 돌려졌다"라며 "이는 서울에 미국의 전시 요구에 따라 동맹의 우선순위가 얼마나 빠르게 재조정될 수 있는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에 이 대통령은 공개 유감을 표명했으며, 북한 억지력은 여전히 온전하다고 국민을 안심시키면서도 서울이 해당 이전을 반대했음을 분명히 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주한미군 포대나 방공무기 반출이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사례론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 개방 군사 작전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동맹국 명단에 한국도 포함했을 뿐 아니라, 주한미군이 북한으로부터 지켜주는데도 협력하지 않는다고 한국만 콕 집어 비난한 걸 거론했다. '동맹'의 역할을 필요하면 중동까지 확대 가능하단 신호로도 해석했다. 트럼프는 '거래' 관점에서 동맹 관계에 접근하면서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줄곧 비난해왔고, 대미 전략적 신뢰는 많이 손상됐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미 연방상원 의원단을 만나 "미국 정부가 기획하는 바대로 한반도 방위는 우리 힘으로, 자력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단"이라며 "군사비 증액뿐만 아니라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최소한 한반도 인근에서 우리 자체적으로 동북아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자주국방'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필리핀 활동가들이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중인 9일, 마닐라 소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이란 전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초상화가 그려진 포스터를 불태우고 있다. 2026. 04. 09 [로이터=연합뉴스]

"대미 전략적 자율성, 생존주의 전통 부활"
"서울, 국제무대서 전략적 주체성 재정의"

오즈타르수는 "이는 이재명 정부에 민감한 균형 상황을 만들었다"며 "워싱턴과의 직접적 파열을 감수할 수는 없었지만, (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확산되는 국내의 우려에도 대응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원유 수입의 72.7%를 중동에 의존하면서 한국이 중동의 불안정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점을 인식한 이재명 정부는 카자흐스탄, 오만,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석유를 확보하며 자원 조달처를 공격적으로 다변화하기 시작했고, 핵심 산업 원료의 새로운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을 재개하는 조치도 취했다. 그리고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에 50만 달러(약 7억4000만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오즈타르수는 "이번 위기는 더 이상 동맹 관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거시 경제와 정치적 안정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라면서 "이 대통령의 (대미) 전략적 자율성 추구는 50년 전의 생존주의 전통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풀이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박정희 정권이 안정적 석유 공급을 확보하고자 아랍 산유국은 물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와 관계 개선을 모색했고, 그에 반발해 1978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폐쇄된 적이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이 감소하자 칼리스토 유조선이 10일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다. 2026. 03. 10 [로이터=연합뉴스]

오즈타르수는 "이 지점에서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서울은 경제와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위기에 대응해 수동적 동맹국으로 행동하기보다, 미국과는 별도로 독자적 대외 입장을 형성하는 정치적 자신감과 점점 더 커지는 준비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은 단순히 위기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외교적 공간과 전략적 주체성을 능동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