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항공업계…유류할증료 두 달만에 5~6배 올랐다

이세중 2026. 4. 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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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마지막 단계', 우리가 다음 달 맞게 되는 국제선 항공기 유류할증료 수준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최고 단계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동시에 역대 최대 상승 폭이기도 합니다.

항공기 운임을 제외하고, 순전히 유류할증료로만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을 더 내야 합니다.

항공업, 여행업계는 그야말로 초비상 상황입니다.

■ 3월 6단계→ 5월 33단계…'사상 첫 진입'

유류할증료는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부과되는 할증료입니다. 보통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항공유 평균가격을 반영합니다. 유가가 오르면 할증료도 오르고, 유가가 내리면 또 그만큼 내려가는 겁니다.

항공사 마음대로 부과할 순 없고, 싱가포르 항공유의 갤런당 평균값이 150센트 이상일 때 총 33단계로 나눠 부과합니다. 국토부에서 단계별로 상한값을 두면, 그 안에서 항공사마다 할증료 금액을 정합니다.

싱가포르 항공유가 갤런당 '150~159센트'일 때 1단계, '160~169센트'는 2단계 이렇게 단계가 올라가는데 마지막 33단계는 470센트 이상일 때입니다.


유가 반영 시기는 두 달 전 중순~ 한 달 전 중순입니다. 3월을 예로 보면,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1월 16일~2월 15일이 기준입니다. 이때 갤런당 204.4센트였습니다. 6단계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인 2월 16일~3월 15일에는 갤런당 326.7센트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에 4월 유류할증료는 18단계가 적용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산출한 3월 16일~4월 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511.2센트입니다. 33단계 부과 기준인 470센트보다 무려 40센트나 더 높은 수준입니다.

전쟁 두 달 만에 6단계에서 18단계, 그리고 33단계로 껑충 뛴 겁니다. 역대 최대 상승 폭입니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단계가 적용된 건 2022년 7~8월입니다.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22단계를 기록했습니다.

■ 4인 가족 미국 뉴욕 다녀오면 유류할증료만 451만 원

항공사들은 즉각 다음 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대거 올렸습니다.

4월 대한항공의 유류할증료는 편도 기준 4만 2,000원~30만 3,000원입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7만 5,000원~56만 4,000원으로 두 배 정도 올랐습니다.

노선별로 보면, 뉴욕, 보스턴, 시카고, 워싱턴과 토론토 등 가장 긴 노선의 경우 편도 30만 3,000원에서 56만 4,000원으로 늘었습니다.

런던, LA, 라스베이거스, 밴쿠버, 시드니,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프라하, 리스본 등은 편도 27만 6,000원에서 50만 1,000원입니다.

동남아 주요 노선을 보면, 방콕, 푸껫, 나트랑, 싱가포르 등은 편도 12만 3,000원에서 25만 6,000원으로, 가까운 일본의 경우 오사카, 삿포로, 오키나와 등은 편도 5만 7,000원에서 10만 2,000원으로 올랐습니다.

티켓 가격이 아닌, 오직 유류할증료만 이 정도 가격입니다.


만약 4인 가족이 미국 뉴욕으로 여행을 간다면, 3월에 발권했을 경우 왕복 유류할증료는 인당 19만 8,000원이었습니다. 4명분을 합쳐도 79만 2,000원입니다.

하지만 다음 달 발권한다면 4인의 왕복 유류할증료는 451만 2,000원으로 급등합니다. 두 달 만에 6배 가까이 오른 셈입니다. 기본 운임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그저 기름값으로 350여만 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하는 겁니다.

가까운 일본은 어떨까요,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오사카를 예로 들면 3월에는 유류할증료로 왕복 1인당 4만 2,000원을 냈습니다. 4인 가족이라 하더라도 20만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5월부터는 4인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유류할증료만 8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하게 올랐습니다. 편도 기준 4월 4만 3,900원~25만 1,900원에서 5월 8만 5,400원~47만 6,200원으로 상향했습니다.

5월 유류할증료는 출발일과 관계없이 5월에 발권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탑승 시점에 유류할증료가 인상돼도 차액을 징수하지 않으며, 반대로 유류할증료가 인하돼도 환급하지 않습니다.

■ "항공기 띄우면 손해, 안 띄워도 손해"…대규모 운항 중단 올까

항공 운임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27% 수준입니다. 유류할증료를 이만큼이나 올렸으니, 항공사는 손해 볼 것 없느냐, 라고 생각할 수 없지만 항공사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유류할증료는 앞서 언급했든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합니다. 단계별 상한 금액이 있기 때문에 인상분을 그대로 부과할 수 없습니다. 특히, 5월처럼 최고 단계에 진입했을 때는 손해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470센트 이상이면 얼마가 됐든 33단계입니다. 아무리 항공유가 그 이상 비싸졌다고 한들 할증료를 더 올릴 수 없는 겁니다.

또, 유류할증료는 1~2개월 전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지금처럼 유가가 급등할 때는 반영이 그만큼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 시장이 경쟁 구조라는 점도 작용합니다. 국토부가 정한 상한선 내에서 유류할증료를 얼마나 부과할지는 항공사 선택인데, 경쟁 구조하에서 마음껏 올리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똑같이 유류할증료가 33단계이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유류할증료 금액이 다른 점은 이 때문입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점은 항공료가 오르면 고객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여객 수요 자체가 감소하고 매출이 감소한다는 점입니다.

항공사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운항률이 낮은 지역 위주로 운항을 축소했는데 앞으로의 전략을 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급등한 유가에 대비해 추가 감편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유류할증료를 올리는 대신 다른 운임을 줄이는 식으로 가격 인상 폭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유류할증료 급등 속에 최근 에어부산이 23개 노선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것이 하나의 사례입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빈자리를 줄여 그나마 '손해를 덜' 보는 방식을 택한 걸로 보입니다.

반면 티웨이항공은 여객 승무원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무급 휴직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택한 겁니다.

항공사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더 버티는 항공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시기 겪었던 대규모 운항 중단이 나올 수도 있고, 무급 휴직 역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여행업도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주요 여행사들은 이미 이달 상품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30% 정도 줄었습니다.

좌석을 미리 확보해 놓은 것들 위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그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보니 다른 상품은 가격이 자연히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은 미리 예매한 승객들 위주다 보니 여객 감소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다음 달부터 여객 감소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오는 20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습니다.

급등한 유류할증료로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항공사들은 각 사가 처한 어려움을 토로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영향이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항공사들의 재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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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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