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왕복 113만원 더 내라니, 해외여행 포기해야 하나” 유류할증료 역대 최대
5월 국제선 ‘33단계’ 적용
올 여름 휴가철 더 오를 듯

다음달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A씨는 신혼여행지를 몰디브로 정하고, 올해 초 비즈니스 좌석으로 항공권 결제를 마쳤다. 그런데 최근 항공사로부터 1000만원을 더 결제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애초 카타르 도하를 거쳐 몰디브로 가는 항공편이었지만, 중동전쟁으로 도하가 막혀 경유지가 싱가포르로 변경됐고 유류할증료마저 올라 1인당 5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아무리 비즈니스지만 1000만원을 더 내고 가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다”며 “다행히 몰디브 숙박업체에서 중동전쟁으로 투숙할 수 있는 기간을 1년 유예해준다고 해서 신혼여행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말했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다음달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을 오가는 왕복 항공권 유류할증료만 113만원에 달한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5월 발권하는 항공권의 유류할증료를 대폭 인상한다. 최단 구간(499마일 이하) 노선은 이달 편도 기준 4만2000원에서 다음달 7만5000원으로, 최장 구간(6500마일 이상) 노선은 30만3000원에서 56만4000원으로 올린다. 거리가 짧은 편인 후쿠오카, 옌타이, 구마모토, 칭다오 노선 등에는 7만5000원이, 장거리인 로스앤젤레스(LA), 뉴욕, 파리, 런던 노선 등에는 56만4000원이 붙는다. 지난달 유류할증료 1만3500~9만9000원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5배 넘게 뛴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편도 기준 4만3900~25만1900원인 이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다음달에는 8만5400~47만6200원으로 인상한다.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5월 적용할 유류할증료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추가로 부과하는 금액으로, 국토교통부 거리비례제에 따라 각 사에서 자체 조정을 거쳐 월별로 책정한다.
이번 유류할증료 상승폭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5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3월16일∼4월15일)은 1갤런당 511.21센트(배럴당 214.71달러)로, 적용 가능한 최고 단계인 33단계(갤런당 470센트 이상)에 해당한다. 4월 기준 18단계에서 한 달 만에 15단계가 오른 것으로, 2016년 현행 유류할증료 제도가 도입된 이래 33단계가 적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은 6단계였으며 불과 2개월 만에 최고 단계로 급등한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MOPS 가격은 이미 최고 단계 기준을 넘어선 상황”이라며 “유류할증료가 더 올라도 추가 운임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초과비용은 항공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돼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4∼5월에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여행업계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폭등으로 여행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선 유류할증료 인상 영향을 받지 않는 노선의 상품들을 묶은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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