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외국인 관광 24만 돌파…APEC 효과에 ‘글로벌 체류형’ 전환

황기환 기자 2026. 4. 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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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유럽까지 국적 다변화…관광 리스크 분산 본격화
2월 비수기 20% 급증…골목상권까지 소비 확산 기대
▲ 경주 동부사적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첨성대를 배경으로 산책을 즐기고 있다. 경주시

2025 APEC 정상회의가 남긴 글로벌 도시 브랜드 효과가 경주 관광 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 동북아시아 관광객에 편중됐던 유입 구조가 중동, 유럽, 미주 등으로 넓어지며 경주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관광 거점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주시는 한국관광데이터랩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6년 1분기 외국인 방문객이 24만 4739명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2만 7108명)보다 7.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전통적인 관광 비수기인 2월 방문객이 전년 대비 20.5%나 폭증하며 전체 상승세를 주도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국가별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이 19%(약 4만 6000명)로 여전히 가장 높았으나, 러시아(5.1%), 인도네시아(4.8%), 미국(3%) 등이 뒤를 이으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 동부사적지와 황룡사지 일대 풍경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단체 버스에서 내리는 깃발 부대 대신, 히잡을 쓴 중동권 가족이나 배낭을 멘 서구권 개별 여행객(FIT)들이 지도를 보며 고분을 산책하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외국 관광객은 "APEC 뉴스를 통해 경주라는 도시를 처음 알게 됐다"며 "불국사뿐만 아니라 황남동의 세련된 카페와 역사 유적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매우 매력적이라 3일째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 방문을 넘어 지역에 머무는 '체류형 관광'의 확산을 방증한다.

관광객 국적의 다변화는 지역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특정 국가와의 외교적 갈등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관광 산업이 통째로 흔들리던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별 관광객의 증가는 대형 식당이나 면세점에 국한됐던 관광 수입이 골목 상권 구석구석으로 스며드는 경제적 낙수 효과를 낸다.

관광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발맞춘 경주시의 행정력 집중도 요구된다. 증가하는 중동 및 동남아 관광객을 위한 기도실 설치나 할랄 푸드 식당 확보, 서구권 관광객을 위한 고도화된 영문 안내 시스템 등 '디테일한'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최혁준 경주시장 권한대행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실질적인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국적별 특화 콘텐츠를 발굴하겠다"며 "APEC의 유산을 지속 가능한 관광 자원으로 육성해 글로벌 체류형 관광 도시로서의 위상을 굳히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