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그곳으로···전남 촬영지로 떠나는 봄 나들이

최소원 2026. 4. 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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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드라마 촬영장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천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한국 영화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와 함께 ‘왕과 사는 남자’의 촬영지인 영월을 찾는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지면서 스크린 속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영화의 장면이 탄생한 공간을 직접 찾으려는 영화 촬영지 여행이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남 곳곳에는 시대와 장르를 넘나든 명작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국 영화 관객수 1위를 기록한 ‘명량’의 촬영지를 비롯해 한국 영화 최초 100만 관객을 동원한 ‘서편제’, 1987년 6월 항쟁을 담아낸 ‘1987’의 현장까지. 올봄, 스크린을 벗어나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나들이는 어떨까.
순천 드라마 촬영장

◆순천 드라마 촬영장

순천시 비례골길에 위치한 이곳은 과거 제31보병사단 군부대가 있던 자리에 2006년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 세트장이 조성되면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폐허가 된 군인 아파트 등이 남아 있었으나 수차례의 개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 최대 규모의 영화 및 드라마 촬영장으로 거듭났다. 세트장은 크게 세 개의 마을로 구성돼 있는데, 1960년대 순천 읍내 거리, 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 19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를 생생하게 재현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과 같은 국민 드라마는 물론 ‘늑대소년’, ‘해어화’, ‘허삼관’ 등의 영화까지 80여 편의 걸작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관람객들은 시대별 골목을 거닐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옛 교복을 빌려 입고 촬영장 곳곳에서 추억이 담긴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전남 지역의 필수 관광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완도 청해포구 촬영장

완도 청해포구 촬영장은 드라마 ‘해신’의 촬영지로 시작해 ‘대조영’, ‘주몽’, ‘명량’, ‘해적’ 등 50여 편의 역사적 작품들이 탄생한 영상문화의 메카이다.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를 아우르는 건축물뿐만 아니라 근대 드라마 세트까지 갖추고 있어 역사의 흐름을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 특히 1만 년 전 화석이 된 규화목과 수십 종의 분재, 기암석 등이 전시돼 있어 교육적 가치도 높다. 촬영장 내 저잣거리와 돌담길을 따라가면 공작새나 물고기 같은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이 가능하며, 전통 민속놀이와 고전 의상 체험도 준비돼 있다. 무엇보다 남도의 온화한 기후와 천혜의 해안 경관이 어우러져 전국에서 손꼽히는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조각 공원 포토존과 목재 테라스 휴게소는 방문객들에게 드넓은 바다의 기상을 느끼며 일상의 고단함을 씻어낼 수 있는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목포 연희네 슈퍼

◆목포 연희네 슈퍼와 시화골목

목포 서산동에 위치한 연희네 슈퍼는 1987년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의 주요 촬영지로, 약 18㎡ 규모의 작은 공간에 1980년대의 정취를 그대로 박제해 놓은 듯한 장소이다. 내부에는 당시 판매되던 알사탕, 꽈배기 과자, 연탄, 그리고 1987년 발행된 신문 등이 진열돼 있어 방문객들

을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한다. 슈퍼 바로 뒤편에는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현장인 방공호가 남아 있어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하며, 맞은편 50년 전통의 백양 세탁소와 초록색 스텔라 택시는 애틋한 향수를 자극한다. 슈퍼 위쪽으로 연결된 인문도시 서산동 시화골목은 지역 시인과 화가들이 참여해 좁은 오르막 골목 담벼락에 정겨운 풍경과 시를 그려 넣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옛 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골목을 거닐며 인증샷을 찍을 수 있으며, 고즈넉한 분위기의 ‘연희네 커피’에서 못난이 빵과 차를 즐기며 목포만의 서정적인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완도 청산도 서편제 촬영지

◆완도 청산도 서편제 촬영지

청산도항에서 언덕길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서편제 촬영지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편제’의 감동이 살아있는 곳이다. 남도의 여러 촬영지 중에서도 특히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유봉 일가가 황톳길을 내려오며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5분 30초간의 롱테이크 장면이 촬영됐기 때문이다. 임권택 감독이 현장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나리오까지 수정하며 찍었다는 이 길은 구불구불한 돌담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4월이면 노란 유채꽃이,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돌담 사이로 만개해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황톳길 옆에는 여주인공 송화가 소리 공부를 하던 초가가 복원돼 있어 영화 속 애절한 분위기를 더한다. 방문객들은 서편제 쉼터 주막 앞마당에 앉아 시원한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영화가 남긴 긴 여운과 남도의 풍류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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