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포커스] "순환인가, 구조인가"…AI가 바꾼 반도체 산업의 '새 질서'
올해 1조달러 근접 전망…판매 증가율 60%대 급등
메모리·레거시 여전히 사이클…AI 반도체는 구조 성장 진입
![재미나이 AI 이미지. [출처=구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6/552778-MxRVZOo/20260416155636985lnok.jpg)
반도체 산업의 본질을 둘러싼 '순환 산업'과 '구조 성장 산업'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업계는 반도체 산업 전체가 구조적으로 변화했다기보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일부 핵심 영역에서 구조적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 산업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반도체 산업을 본질적으로 경기 변동성을 지닌 대표적인 순환 산업으로 정의해 왔다. 실제로 1990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수차례 다운턴을 반복하며 경기 흐름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가장 최근 침체였던 2022년 하반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지정학적 리스크, 팬데믹 이후 수요 왜곡이 동시에 작용한 전형적인 하락 사이클로 평가된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순환적 본질'을 재확인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시장 흐름은 기존의 사이클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와 SI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7917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6% 성장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어 올해에는 약 1조 달러(약 13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 흐름도 강력하다. 지난 2월 글로벌 반도체 판매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6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수치는 구조적 수요 확대의 신호로 해석되며, 특히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핵심 성장 변수로 지목된다.
업계 선도 기업들의 인식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난 5725억 대만달러(약 182억 달러·약 26조80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433억 대만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5%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TSMC는 실적 발표에서 "AI 관련 구조적 수요가 매우 강력하다"고 강조했으며, 엔터프라이즈 AI를 '다년간 지속될 구조적 트렌드'로 평가했다. 이는 △첨단 로직 △파운드리 △CoWoS 기반 첨단 패키징 △AI 서버용 반도체 등 핵심 분야가 장기 성장 궤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다만 구조 성장론을 산업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는 생성형 AI가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장기 수요 궤적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는 AI가 강력한 성장 동력임은 분명하지만, 수요 변동성과 투자 사이클 리스크 역시 배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이중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용 메모리와 PC·스마트폰, 자동차용 반도체, 아날로그 및 레거시 공정 제품은 여전히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수요 둔화 시 가격 급락과 재고 조정이 반복되는 전통적 패턴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와 직결된 분야는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인다. HBM과 GPU·AI 가속기, 첨단 로직,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고급 패키징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기준 로직 반도체 매출은 39.9%,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34.8% 증가하며 AI 관련 제품군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AI 확산은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모든 반도체가 동일한 사이클을 따랐다면, 이제는 'AI 중심 고성장 영역'과 '전통 수요 기반 순환 영역'이 공존하는 다층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범용 메모리와 레거시 반도체는 여전히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받지만, AI 데이터센터와 직결된 첨단 로직·HBM·고급 패키징 분야는 구조적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며 "앞으로 반도체 산업은 전통적 순환성과 구조적 성장성이 공존하는 복합 산업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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