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조폭연루설’부터 ‘내란특검’까지…재판소원 한 달, 본안 회부 ‘0건’

이강산 기자 2026. 4. 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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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된 424건 중 228건 각하…최다 각하 사유는 ‘청구 사유 미비’
‘1호 본안 사건’ 선정에 헌재 부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시사저널=이강산 기자)

3월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전경 ⓒ연합뉴스

'사법개혁 3법' 중 하나인 재판소원제가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현재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총 424건 중 228건이 각하됐다. 헌법재판소가 아직 본안에 회부한 사건이 한 건도 없어 '1호 본안 사건' 선정에 대한 헌재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4일 네 번째 평의를 열고 사전심사를 진행한 뒤 34건의 재판소원 사건을 각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각하된 재판소원 건수가 228건으로 늘었다.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지난 14일까지 접수된 사건은 총 424건이다.

제도 도입 후 이달 11일까지 청구 대상이 된 법원 재판 유형은 민사 109건, 형사 213건, 행정 63건, 기타 10건이다. 각하 사유는 '청구 사유 미비'가 1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청구 기간 도과'가 46건, '기타 부적법'이 24건, '다른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가 7건으로 뒤를 이었다.

'청구 사유 미비'로 각하된 건이 가장 많은 것을 두고 헌재가 엄격한 심사를 통해 '4심제' 논란을 잠재우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단순히 판결이 억울하다거나 판사가 증거를 잘못 봤다는 등의 주장만으로는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헌재가 4심 기구가 아님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조폭연루설'을 주장한 장영하 변호사가 제기한 재판소원이 청구 사유 미비로 각하된 대표적인 사례다. 장 변호사는 2021년 10월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중 국제마피아파 출신 사업가 이준석씨에게 사업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약 20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장 변호사 주장의 증거들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이후 장 변호사는 허위사실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고발됐고, 지난달 2일 대법원에서 유죄(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가 확정됐다.

이후 장 변호사는 법원이 재정신청 요건과 기간에 관한 헌법적 의미를 무시하고 공소제기 결정을 내려, 적법절차 원칙과 무죄추정 원칙을 위반했다며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했으나 각하됐다. 헌재는 법원이 재정신청을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결국 재판의 '당부(잘잘못)'를 다투는 것에 불과해 헌법상 기본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소명이 부족하므로 재판소원의 허용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특별검사법의 수사 대상과 임명 절차 등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재판소원은 '청구 기간 도과'로 각하된 사례에 해당한다. 재판소원은 법 통과나 재판 확정을 안 날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제기해야 하는데, 그 기한을 넘겨 접수돼 각하됐다. 이 외에도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사건 관련 형사보상 지연에 따른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유족들이 제기한 재판소원은 대법원 판결을 거치지 않아 보충성 원칙 위배 사유로 각하된 바 있다.

헌재는 각하 결정문에 '위헌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이 재판이 이뤄져 기본권이 침해됐음이 명백하다는 점'을 명시하며 일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심사 커트라인'이 높아질수록 향후 '1호 본안 사건'을 선정할 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김진한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는 "모든 기본권 침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넘길 수 없는 만큼, 헌재가 나름의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엄격한 사전심사에만 초점을 맞추다 중요한 사건을 흘려보내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날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출연해 재판소원으로 헌재에 '과부하'가 걸렸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문 전 대행은 "헌재에 이미 과부하가 걸렸다. 평소 처리하던 사건의 1.5배 이상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헌재의 기본 기능이 지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은 한 달 안에 각하해야 한다"며 "그러면 여기(재판소원)에 먼저 매달릴 수밖에 없다. 1년 지나 보면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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