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0조 손실’ 파업에 배수진…가처분에 ‘4대 불법’ 강조한 이유
삼성전자가 16일 수원지방법원에 노조를 상대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배수진을 쳤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이 단순한 단체행동권을 넘어 생산 라인 점거와 안전시설 가동 중단 등 위법 행위로 번질 경우,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다.

사측이 우려하는 지점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공공연하게 밝혀온 '파업의 파괴력'이다. 최 위원장은 SNS를 통해 "전 사업장 점거를 확장하겠다"며 "18일간 파업 성공 시 복구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리고 손실은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사측은 이런 발언이 단순한 위협을 넘어 실제 경영상 중대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가 법원에 금지를 요청한 행위는 노조법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네 가지 위법 쟁의다. 구체적으로 ▲안전보호시설 운영 방해 ▲장비 및 제품 변질 방지작업 중단 ▲생산라인 등 주요 시설 점거 ▲협박을 통한 참여 강요 등이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쟁의권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사고와 인명 피해로 직결되는 '불법적 수단'만은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반도체 사업장의 특성상 안전보호시설의 가동 중단은 사업장 울타리를 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유독성 가스와 화학물질을 대량 취급하는 시설에서 배기·방제 시스템이 멈출 경우 화재나 누출 사고가 발생해 인근 주민의 생명권까지 위협하게 된다. 사측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2025년 나노종합기술원 폐수 배관 파열 등 최근 사례를 들며 안전시설 관리의 불가결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신뢰 상실도 중대한 우려 사항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2월 세계 최초 HBM4 양산을 앞두고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사와 차세대 메모리 공급을 논의하는 결정적 전환점에 서 있다. 공급 안정성을 ESG와 물량 배분의 핵심 지표로 관리하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특성상, 생산 차질은 곧바로 해외 경쟁사로의 물량 이탈과 시장 지배력 상실로 직결된다.
국가 경제 지표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 2026년 3월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328억3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38.1%를 차지하며 한국 경제의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 불법 파업으로 인한 생산 중단은 무역수지 악화는 물론,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법인세 세수 결손을 야기해 국가 재정 운용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자본시장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25.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주가 등락은 국내 주식시장 전체의 지수 변동과 직결된다. 사측은 461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와 투자자들이 노조의 위법 쟁의로 인해 막대한 재산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가처분 신청의 주요 배경으로 들었다.
협력업체와 지역 경제의 생존권 문제도 심각하다. 삼성전자의 1750여개 협력사는 매출 의존도가 높아 가동 중단 시 경영 위기와 고용 불안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평택 고덕신도시 일대 상권은 대규모 현장 인력 이탈로 인한 불황이 예견되는 등 노조의 파업이 서민 경제 전반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측은 노조가 파업 불참자를 색출하겠다며 '블랙리스트' 관리 방식을 동원하고 포상금까지 내건 점을 위법 행위로 적시했다. 이는 근로자 개인이 자유롭게 근로를 제공할 권리를 침해하고 파업 참여를 강제하는 협박 행위로, 형법상 협박죄 및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재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가처분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방어권 행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국가 핵심 산업 시설에서의 점거 행위는 원료 손상과 시설 파괴라는 극단적 피해를 담보로 한다"며 "이는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산업 경쟁력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인 만큼, 거시경제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한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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