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에 특급 투수로 체인지한 ‘사직 스쿠발’…변화구로 진화하는 투수들

류재민 2026. 4. 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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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KT·LG 틀어막으며 시즌 2승
기존 무기까지 효과 보며 에이스 모드
베테랑 류현진·양현종도 수싸움 늘어
구속 혁명 시대에 구종 다변화로 대응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이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방문경기 LG 트윈스전에서 5회말 2사 1, 2루 위기를 넘긴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6.4.15 연합뉴스

시속 160㎞의 직구를 부르짖는 시대에 투수들이 ‘구속 혁명’이 아닌 ‘구종 혁명’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타고난 재능의 영역인 구속을 끌어올릴 수는 없지만 자신만의 신무기를 장착하면서 호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프로야구 5경기에서 가장 화제가 된 선수로 단연 김진욱(24·롯데 자이언츠)이 꼽힌다. 8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LG 트윈스가 김진욱을 만나자 맥을 못 추고 물러났다. 앞서 지난 8일 당시 1위였던 KT 위즈를 상대로 8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던 김진욱은 이번에도 1위였던 LG를 6과3분의2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김진욱은 롯데 팬들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통한다. 2021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뽑힌 유망주였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데뷔 후 5~6점대 평균자책점을 오가던 그는 지난해 평균자책점이 10.00까지 치솟으며 이대로 그저 그런 투수로 남는 듯했다.

그러나 김진욱은 이번 시즌 2승 평균자책점 1.86으로 호투하며 에이스 본능을 뽐내고 있다. 류현진을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수많은 영상분석을 통해 연마한 끝에 자신의 투구폼과 몸에 맞는 변형 체인지업을 완성했다.

직구, 슬라이더 위주의 ‘투피치’ 투수에서 벗어나면서 김진욱은 더 위력적인 선수가 됐다. 좌완인 김진욱의 체인지업은 우타자 바깥으로 휘어나가는데 이것이 잘 먹혀들면서 다른 구종까지 힘을 받고 있다. 좌투수가 우타자에 약하다는 통념과 달리 올해 김진욱의 우타자 피안타율은 0.059로 거의 무적에 가깝다. KT전과 LG전에서 김진욱의 체인지업을 제대로 공략한 선수는 없었다.

최근 2년 연속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타릭 스쿠발(30·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투구를 참고해 효과를 보고 있다 보니 그에게 ‘사직 스쿠발’이란 별명도 생겼다. 김진욱은 “아직 따라가려면 멀었다. 그래도 그렇게 좋은 별명이 지어진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체인지업과 커브도 던지면서 다양하게 승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2026.4.7 한화 이글스 제공

구종 다변화는 김진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베테랑 투수인 류현진(39·한화 이글스), 양현종(38·KIA 타이거즈)도 올해 변화구를 추가해 재미를 보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7일 SSG 랜더스전에서 그간 던지지 않았던 스위퍼 8개를 선보이며 14년 만에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좌타자를 상대로 주로 사용했는데 안 그래도 모든 구종을 다 잘 던지는 류현진의 처음 보는 구종에 SSG 타자들이 당했다.

스위퍼는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의 상징적인 구종으로 횡으로 크게 휘어나가는 게 특징이다. 류현진은 같은 팀의 왕옌청(25)을 보고 스위퍼를 연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저렇게 휘어나가는 공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습했는데 살짝 비슷하게 되는 것 같아 바로 던졌다”면서 “힘으로 안 되다 보니 팔색조로 바뀌며 모든 구종을 던질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 다른 구종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의 스위퍼 그립이 본인 손에는 맞지 않아 변화를 주고 조언을 구했더니 곧바로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스위퍼가 완성됐다.

양현종 역시 올해 너클커브로 진화를 보여줬다. 지난 1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양현종은 6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달성했는데 승부처마다 너클커브로 상대를 제압했다.

너클커브는 사선으로 떨어지는 일반 커브보다 빠르고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져 낙폭이 크다. 양현종의 너클커브는 직구와 같은 투구폼에서 나와 타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좌타자 바깥으로 떨어지는 구종이라 좌타자 상대로 효과가 좋다. 지난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329였던 그는 올해는 0.083을 기록 중이다.

국가대표 우완 소형준(25·KT) 역시 올해 스위퍼를 장착하며 진화 중이다. 지난 1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첫 승을 따낸 그는 당시 시속 132~135㎞에 형성된 스위퍼를 새로 선보였다. 아직 주무기로 내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소형준은 “아무도 모르게 갈고닦고 있다”며 계속 활용할 뜻을 밝혔다.

장비를 갖춘 타자들에 비해 투수들의 발전은 한계에 더 빠르게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시속 160㎞의 공이 알고도 못 치다 보니 대세가 됐지만 아직 한국에서 그 정도 구속을 구사할 수 있는 투수는 몇 없다. 결국 가진 무기를 더 정교하게 다듬는 게 하나의 정답일 수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그걸 몸소 보여주고 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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