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 <19> 압박과 협상 사이, “중동의 봄은 오는가?”

정충신 선임기자 2026. 4. 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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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간 서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멈춘 전쟁, 그러나 끝나지 않은 충돌

중동의 바다는 침묵 속에 있다. 총성은 멎었지만, 그 침묵은 평화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으나, 그 흐름은 이미 통제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압박은 보험료와 운임으로 전가되며, 바다는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멈춰 있을 뿐이다. 지금의 중동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전쟁이 유예된 상태’다. 충돌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정지해 있으며, 그 아래에서는 언제든 다시 움직일 힘이 축적되고 있다.

협상도 다르지 않다. 그것은 타협이 아니라 압박의 연장이다. 트럼프는 군사력을 배경으로 결단을 요구하고, 이란은 핵과 해협을 무기로 시간을 끈다. 이 비대칭 속에서 협상은 평화가 아니라 충돌을 늦추는 장치로 작동한다.

문제는 이 균형의 취약성이다. 이미 해역에는 실행 준비를 마친 전력이 집결해 있다. 협상이 무너지는 순간, 전쟁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실행된다.

그럼에도 아직 전쟁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다. 선택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트럼프에게 달려 있다.

결국 지금의 중동은 안정이 아니라 임계점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질서는, 단 하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의 힘(Power)에 의해 정지된 전쟁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 왜 전쟁은 멈췄는가…힘이 만든 정지 상태

현재 중동의 ‘정지된 전쟁’은 우연이 아니다. 긴장이 완화된 결과가 아니라, 서로 다른 힘이 일시적 균형에 도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겉으로는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충돌이 응축된 상태에 가깝다.

한 축에는 트럼프가 쥔 압도적 군사력이 있다. 항모강습단과 상륙전력, 특수전이 결합된 이 구조는 단순한 전력 집결이 아니라, 언제든 실행 가능한 상태다. 전쟁은 준비가 아니라 이미 ‘작동 직전’에 있다.

다른 축에는 이란의 비대칭적 힘이 있다. 핵 능력과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레버리지는 직접 충돌 없이도 상대를 제약한다. 해협은 닫히지 않았지만 통제되고 있으며, 그 자체로 지속적인 압박이 된다.

이 두 힘이 맞서는 지점에서 지금의 정지 상태가 형성된다. 한쪽은 행동할 수 있지만 비용을 고려해야 하고, 다른 한쪽은 싸우지 않으면서도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결국 양측은 서로를 완전히 압도하지 못한 채 긴장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정지는 결코 안정이 아니다. 균형은 매우 취약하며, 작은 변화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특히 이미 전력이 완비된 상황에서는 균형이 깨지는 순간 충돌은 곧바로 현실로 전환된다.

따라서 지금의 중동은 평화가 아니라 ‘전쟁 이전의 정지’에 가깝다. 총성이 멈춘 것은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를 앞둔 대기 상태일 뿐이다.

결국 현재의 정지는 선택의 유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내려지는 순간, 이 균형은 단번에 붕괴될 것이다.

존재하는 위협(TIB)으로 인해 긴장이 흐르는 암울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Ⅱ. 사라지지 않은 전쟁 …TIB의 지속과 통제된 불안정

지금의 정지된 상황을 이해하려면, 보이지 않는 힘의 작동을 봐야 한다. 총성이 멈췄다고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강한 전쟁은 아직 실행되지 않은 위협 속에서 지속된다. 이것이 바로 TIB, 즉 ‘존재하는 위협’이다.

TIB는 사용되지 않아도 상대를 제약하는 힘이다. 현재 중동에서는 이란의 핵 능력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 가능성이 그 역할을 한다. 이 위협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만으로도 상대의 선택지를 좁힌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TIB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공간이다. 완전한 봉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든 통제될 수 있는 상태’다. 선박은 통과하지만 안전하지 않고, 흐름은 유지되지만 자유롭지 않다. 그 결과 비용은 국제사회 전체로 전가된다.

이것이 ‘통제된 불안정’이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에서, 상대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TIB는 전쟁을 막는 것이 아니라 지연시킨다. 지금의 평온은 안정이 아니라, 위협이 만든 유예다.

따라서 현재의 중동은 전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지속되는 상태다. 그리고 이 긴장은 언제든 다시 표면으로 드러날 수 있다.

언제든지 급소를 타격할 준비된 트럼프의 군사력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I. 준비된 전쟁…AFIB와 급소 타격 능력

보이지 않는 전쟁이 TIB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면, 그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이 위협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제 행동으로 전환될 것인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트럼프가 쥔 AFIB의 존재 이유다.

AFIB는 단순한 전력 배치가 아니다. 전통적인 현존함대가 억제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전력은 언제든 행동으로 전환될 수 있는 ‘실행 준비 상태’ 그 자체다. 그 전환 가능성만으로도 이미 전략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현재 중동 해역에는 항모강습단, 상륙강습단, 공수 및 특수전 부대가 결합된 전력이 집결해 있다. 이 전력의 핵심은 단순한 규모가 아니라 통합된 작전 구조다. 항모는 공중 우세와 정밀 타격을, 상륙전력은 거점 통제를, 공수부대는 신속 투입을, 특수전은 침투와 목표 지정을 담당하며 하나의 체계로 작동한다.

이 구조의 중심에는 ‘급소 타격(Center of Gravity Strike)’ 개념이 있다. 전장을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직접 무너뜨려 전체 구조를 단기간에 붕괴시키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이 능력이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니라, 이미 실행 가능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협상이 결렬되는 순간 전쟁은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시나리오가 즉각 실행 단계로 넘어간다.

이 지점에서 전쟁의 성격은 달라진다. 전쟁은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사전에 설계된 과정으로 전환된다. 전력은 배치되어 있고, 목표는 설정되어 있으며, 실행 조건만 남아 있는 상태다.

결국 TIB와 AFIB가 동시에 작동하는 지금의 중동은 단순한 대치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준비된 전쟁과 아직 내려지지 않은 선택 사이에 놓인 상태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내려지는 순간, 지금까지 축적된 조건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IV. 압박 속 협상: 강압외교의 구조

지금 중동의 협상을 전통적 외교로 이해하면 본질을 놓친다. 이는 갈등 완화나 타협의 과정이 아니라, 군사적 압박을 극대화한 상태에서 상대의 선택을 제한하는 강압외교에 가깝다.

트럼프의 전략은 분명하다. 이미 전개된 군사력을 배경으로 협상을 유지하되, 시간 안에 결과를 요구한다. 협상은 대화의 장이 아니라 압박의 수단이며, 길어질수록 불확실성과 비용이 확대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란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한다. 협상을 거부하지 않지만 서두르지도 않는다. 핵 능력과 해협 통제 가능성을 유지한 채 시간을 끌며 상대의 부담을 누적시킨다. 그 결과 협상이 지속될수록 긴장은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불확실성이 축적된다.

이 구조에서 협상은 합의를 향한 과정이 아니라,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공간으로 변한다.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목적은 타협이 아니라 우위 확보다. 따라서 협상이 이어진다는 사실은 안정이 아니라 갈등의 지속을 의미한다.

더 중요한 것은 협상과 전쟁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력은 이미 배치되어 있고, 작전은 준비되어 있으며, 실행 조건만 남아 있다. 협상이 무너지는 순간 상황은 단계적으로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단시간 내 전환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협상은 선택을 유예하는 장치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내려지는 순간, 지금까지 축적된 압박과 준비된 전력은 하나의 방향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V. 절대적 우위 속의 제약… 트럼프를 둘러싼 압박 구조

현재 중동 상황은 군사력이나 협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최종 변수는 트럼프의 선택이며, 지금의 문제는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가’다.

군사적으로 트럼프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중동 해역에는 이미 압도적 전력이 전개되어 있고, AFIB 구조는 단기간 내 전장의 균형을 바꿀 수 있는 실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점에서 주도권은 분명 트럼프에게 있다.

그러나 정치적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 이슬람권의 반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내부의 거리두기까지 외부 압박이 겹쳐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민주당의 강한 반대와 전쟁 확대에 따른 정치·경제적 부담이 더해진다.

이 구조에서 군사적 우위는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압박이 커질수록 정치적 비용도 함께 증가하며, 선택의 폭은 넓어지기보다 좁아진다.

트럼프의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와 전략적 유보는 이러한 압박 구조의 결과다. 이는 우유부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비용과 위험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이다.

결국 트럼프가 마주한 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감당’의 문제다. 전쟁은 질서를 바꿀 수 있지만 비용이 크고, 협상은 안정은 주지만 불안을 남긴다. 이 순간은 리더십의 시험대다. 가장 강한 전력을 가진 리더가, 동시에 가장 어려운 선택 앞에 서 있는 상황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을 고민하는 트럼프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VI. 선택의 순간…리더십은 여기서 판가름난다

지금 중동의 본질은 전력이나 협상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이며, 그 중심에는 트럼프가 있다. 조건만 보면 트럼프는 유리하다. 군사력은 완비되어 있고 주도권도 쥐고 있다. 협상 역시 그가 만든 틀 안에서 진행되며, 시간 압박도 상대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 유리함은 동시에 제약과 결합된다. 중국·러시아의 견제, 이슬람권의 반발, 그리고 국내 정치 부담까지 복합적인 압박이 결정을 어렵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리더십의 본질이 드러난다. 상충하는 압력 속에서 어떤 위험을 감당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곧 리더십이다.

트럼프의 선택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군사력을 실행해 단기적 균형을 바꾸는 선택이다. 둘째, 압박을 유지하며 협상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셋째, 일정 부분 후퇴해 새로운 질서를 수용하는 선택이다. 문제는 어느 것도 완전한 해답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각은 다른 비용과 결과를 동반한다. 따라서 핵심은 무엇이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가다.

결국 지금 중동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리더십의 시험대다. 그리고 트럼프의 선택은 현재의 위기를 넘어, 앞으로의 질서까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결정할 3개의 길 중에서 우리가 직면하게 될 미래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VII. 세 가지 선택 …트럼프의 리더십 시나리오

트럼프의 선택은 단순한 정책 옵션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결과와 역사적 평가, 그리고 서로 다른 질서를 만들어내는 경로다. 지금의 협상은 결국 이 세 가지 중 하나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는 ‘역사의 설계자’로 남는 선택이다. AFIB 전력을 실제 행동으로 전환해 핵심 목표를 단기간 내 타격하는 시나리오다.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질서 재편의 가능성이 열린다. 이 경우 트럼프는 위기를 통해 질서를 재설계한 지도자로 평가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전략적 후퇴자’, 즉 TACO로 상징되는 선택이다. 협상 과정에서 압박이 약화되며 이란의 핵과 해협 통제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경우다. 단기적 충돌은 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란의 위치가 강화되고 질서 균열이 확대될 수 있다.

세 번째는 ‘현실적 타협자’다. 군사 행동을 자제하고 제한적 합의로 긴장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단기 안정은 확보되지만, 핵심 문제는 남아 불안정이 잠재된 채 유지된다.

이 세 선택은 서로 다른 시간 구조를 갖는다. 하나는 단기 충격으로 장기 질서를 바꾸고, 하나는 단기 안정을 위해 장기 위험을 키우며, 또 하나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한다.

결국 문제는 무엇이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을 감당할 것인가다. 이 선택에 따라 트럼프는 질서를 만든 지도자로 남을 수도, 위협을 관리하지 못한 지도자로 기록될 수도 있다.

지금 중동은 단순한 분쟁이 아니다. 한 선택이 곧 질서를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VIII. 세 개의 미래… 압박과 협상이 만든 세계

트럼프의 선택은 하나의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이후 국제질서의 방향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지금 중동은 세 가지 미래가 동시에 열려 있는 상태이며, 어떤 경로가 현실이 될지는 이 선택에 달려 있다.

첫 번째는 ‘단기 충격, 장기 재편의 세계’다. 군사 행동이 실행될 경우 초기에는 유가 급등과 시장 불안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성과가 확보되면 힘의 균형과 해협 통제 구조는 새롭게 재편될 수 있다. 위험은 크지만 가장 빠른 질서 변화가 가능한 경로다.

두 번째는 ‘관리된 불안정의 세계’다. 협상이 완전한 타결 없이 유지되며 긴장이 일정 수준 관리되는 경우다. 단기 안정은 확보되지만 핵과 해협 문제는 남아, 불안정이 잠재된 채 지속된다. 이는 충돌을 피하는 대신 위험을 장기화하는 구조다.

세 번째는 ‘통제된 흐름의 세계’, 즉 TIB 우위 질서다. 군사적 압박이 약화되면 해협은 열려 있으나 조건과 비용에 의해 통제되는 공간으로 변한다. 해상 교통과 에너지 시장은 구조적 불안정을 내재하게 된다.

이 세 미래는 이미 동시에 존재하며, 어떤 요소가 강화되느냐에 따라 하나로 수렴된다. 중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흐름을 읽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중동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기 직전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역을 넘어 국제질서 전반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IX. 중동의 봄은 가능한가 …질서 재편의 조건

‘중동의 봄’이라는 표현은 매력적이지만 단순화의 위험이 있다. 지금의 ‘봄’은 민주화가 아니라, 최소한의 안정이 확보된 질서를 의미한다. 결국 문제는 변화가 아니라, 불안정이 통제될 수 있는가에 있다.

이러한 상태가 성립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핵 문제는 완전한 해결이 아니더라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돼야 하고, 호르무즈 해협은 예측 가능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주변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통제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 조건과 거리가 있다. 핵 문제는 여전히 중심에 있고, 해협은 열려 있지만 불안정하며, 지역 갈등도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 지금의 중동은 ‘봄’이 아니라, 불안정한 균형 위에 놓인 상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균형의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의 안정은 압박과 위협, 그리고 유예된 선택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는 매우 취약한 구조로, 작은 변화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중동의 봄’은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조건이 충족될 때 형성되는 결과이며, 지금은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에 가깝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중동은 안정으로 가는가, 아니면 더 큰 불안정의 전 단계인가. 분명한 것은 지금이 종착점이 아니라, 방향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과도기라는 사실이다.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과 적극적인 참여로 새로운 흐름에 편성하는 장면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X. 한반도와 해양질서…우리의 선택

중동의 변화는 지역에 그치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은 에너지 흐름의 핵심이자 해양질서의 축소판이며, 그 변화는 결국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에너지 안보다. 한국은 중동 의존도가 높고, 해협의 불안정은 공급 단절이 아니라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보험료와 운송비 증가는 곧 국내 물가와 경제에 반영된다.

두 번째는 해양질서의 변화다. 기존의 ‘자유로운 통항’ 원칙은 약화되고, 통제와 위험이 결합된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해양질서가 규범에서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은 동아시아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등에서 ‘봉쇄’가 아닌 ‘선택적 통제’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선택이 중요해진다. 우리는 단순한 수혜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질서 형성에 참여할 것인가. 청해부대 역시 단순 보호 임무를 넘어, 해상 흐름 유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변화하는 해양질서 밖에 설 것인가, 아니면 그 일부가 될 것인가. 이 선택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 구조를 동시에 결정하게 될 것이다.

에필로그 …봄은 오지 않는다, 선택된다

중동의 현재는 하나의 교훈을 남긴다. 전쟁과 평화는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다. 전쟁은 형태를 바꿔 지속되고, 협상은 평화가 아니라 압박의 또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 지금 중동은 그 두 힘이 동시에 작동하는 임계점에 서 있다.

“중동의 봄은 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봄이 자연스럽게 오는 계절이 아니라, 조건과 선택이 만들어내는 결과라는 점이다. 지금의 안정은 균형 위에 놓인 유예일 뿐이며, 언제든 다른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의 선택으로 귀결된다. 트럼프가 어떤 경로를 택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불안정은 질서로 이어질 수도, 충돌로 확대될 수도, 혹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이 선택의 파장은 중동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흐름과 해양질서, 동맹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한반도 역시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트럼프는 가장 강한 위치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역사로 남게 될 것이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누가 흐름을 설계하고, 그 속에서 어떤 질서를 만들 것인가. 중동의 봄은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다. 그것은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이 이미 다가오고 있다.

글: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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