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무섭다, 공포에 갇힌 95분간의 체험('살목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거긴 절대 살아서는 못 나와." <살목지>를 보다 보면 영화 속에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한 노파가 하는 그 말이 실제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를 보고 있지만 너무 무서워 나가고픈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전개가 이어질까에 대한 궁금증이 나가고픈 마음을 꾹꾹 누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느낌 때문에, 영화 속 살목지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감정이 더더욱 실감나게 체감된다.
공포 영화가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이제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건 사실 놀라운 일이다. 어찌 보면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체험에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쏟아지는 체험 간증이 관객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한다.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눈을 뜨고 보기 힘들었고, 귀를 반쯤은 막고 봤다는 관객들의 반응들이 그것이다. 결국 이런 간증은 도대체 얼마나 무섭길래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살목지라 불리는 저수지에서 벌어지는 물귀신과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그 저수지는 어딘가 우리에게 익숙하다. 혹여나 지방도로를 잘못 들어갔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경고'라고 빨갛게 써진 간판에 써진 이런 문구를 기억할 게다. '이곳은 수심이 깊고 익사사고 위험이 많은 곳이니 물에 절대로 들어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영화는 그 경고를 무시하고 물에 발을 디딘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현실 어딘가에서 봤던 익숙한 공간인지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공포 체험은 더 소름이 돋는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수초가 마치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광경들도 마찬가지다. 저수지 주변 숲속에 나뭇가지에 늘어진 풀들 또한 언뜻 보면 사람의 잘린 머리처럼 보인다. 영화는 이러한 익숙한 것들이 불러일으키는 오싹한 착시 이미지들을 차곡차곡 채워넣어 결국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네비게이션 로드뷰 화면 안에 찍힌 저수지 한 가운데의 사람 형상이나, 다른 주파수를 이용해 귀신의 소리를 찾는 기계에서 들려오는 소름 돋는 목소리,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동작을 찾아내는 기계에 포착된 움직임들... 영화는 스마트폰으로 매일 동영상을 접하는 현 세대들에게 익숙한 영상과 음향 같은 것들을 활용해 공포를 극대화한다.
무엇보다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진짜 사람이 맞는가를 의심하게 되는 부분이다. 물귀신의 사람을 홀리는 특징은 자꾸 헛것을 보게 만드는데, 그래서 물에 빠진 누군가를 구하러 들어갔을 때, 저 뒤편에서 물에 빠졌다 생각했던 사람이 거기서 뭐하냐고 외치는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면서 공포의 밀도도 서서히 높아진다.

사실 <살목지>의 공포에는 어떤 금기라던가 사회적 문제의식 같은 것들이 깔려 있지는 않다. 다만 본래 공동묘지였던 곳에 이장도 하지 않고 저수지를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만 그곳이 살목지가 된 이유로 제시된다. 따라서 그런 괴담 같은 이야기 속에 들어가 그 공포를 온전히 체험하는 것이 이 영화의 순수한 목적 그 자체다.
좀 더 사회 현실과 맞물린 공포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 공포를 실감나게 체험하게 짜놓은 설정은 충분히 빠져들 만한 묘미를 만들어낸다. 로드뷰를 찍는 사람들이 살목지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들이 갖고 있는 갖가지 장비들이 포착해내는 기이한 영상과 소리들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상을 찍는 이들이 체험하는 공포라는 지점을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역시 공포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곤지암>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과연 <곤지암> 같은 신드롬급 흥행이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영화 '살목지'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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