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봄 어디로”…‘여름’ 일찍 찾아오고 늦게 물러간다

이휘빈 기자 2026. 4. 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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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연구팀, 1961~2023년 기온데이터 분석
북반구 온대 기후대, 10년마다 여름 7일씩 늘어
30여년 동안 약 20일 길어져…농업·생태계 흔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1990년과 비교해 2023년 여름은 약 20일 더 길어졌다. 클립아트코리아

봄볕 아래 사람들이 긴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4월 중순에 낮 기온이 최대 27℃를 넘어서기도 한다. 농촌에선 못자리를 낼 시기와 파종 시기 등을 가늠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실제로 과학계의 연구 결과, 지구 온난화로 여름이 10년간 최대 일주일씩 길어지고 봄과 가을이 갈수록 짧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북반구 온대 기후대의 여름이 10년마다 최대 7일씩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7일 국제학술지 ‘환경연구레터스’에 이러한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1961년부터 2023년까지 전 지구 기온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90년과 비교해 2023년의 여름은 이미 약 20일 더 길어졌다.

계절 바뀌는데 사람도 자연도 적응 못해
연구팀은 뚜렷한 사계절이 나타나는 온대 기후대(위도 23.5~70도) 지역을 분석했다. 각 지역의 1961~1990년 일별 기온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았다. 30년치 하루하루 기온을 늘어놓았을 때 상위 25%에 해당하는 온도, 즉 그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더운 편’에 속하는 날씨가 이어지면 여름이 시작된 것으로, 다시 내려가면 끝난 것으로 봤다. 일본 도쿄의 경우 이 기준선은 22.6℃다. 일평균기온이 22.6℃를 넘는 날이 이어지면 여름, 다시 내려가면 가을이 온 것이다.

이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1990년 이후 북반구 내륙 기준으로 여름의 시작은 10년마다 약 2.3일 앞당겨졌고 끝나는 시점은 약 2.7일 늦춰졌다. 봄과 가을이 함께 짧아지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가 위험한 이유는 더위에 적응할 시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완만하게 더위가 오면 몸이 서서히 열에 익숙해지지만, 갑자기 고온이 닥치면 폭염 초기 건강 피해가 집중된다. 연구팀은 “봄철 폭염은 사람들이 더위에 적응하기 전에 찾아오기 때문에 더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4월 기온, 5년째 평년 웃돌아
한국도 위험한 상황이다. 한국은 위도 33~43도 사이에 위치해 이번 연구 지역에 포함된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4월 전국 평균기온의 평년값(1991~2020년 기준)은 12.1℃다. 그런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으로 4월 평균기온이 평년을 웃돌았다. 특히 2024년 4월 평균기온은 14.9℃로, 1973년 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0~2025년 4월 대한민국 전국 평균 기온

올해도 마찬가지다. 13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27.3℃로 이날 평년 기온(17.3℃)보다 10℃나 높았다. 이날 경기 가평 청평면은 29.7℃까지 치솟았다. 기상청은 올해 4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60%로 전망하고 있다.

더위는 기온보다 훨씬 빠르게 누적돼
클립아트코리아
이번 연구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누적 열량’의 증가 속도다. 여름철 더위는 기온이 오른 만큼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기온이 오르면 여름이 길어지고, 길어진 만큼 더운 날도 쌓인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여름철 누적 열량이 늘어나는 속도가 1990년 이후 기준으로 그 이전 30년(1961~1990년)보다 3배 이상 빨라졌다. 

이는 뜨거운 냄비에 불을 더 세게 키우면서 동시에 끓이는 시간까지 늘리는 것과 같다. 이 경우 냄비 안의 열기는 훨씬 빠르게 치솟는다. 온도계의 숫자가 조금 오른 것처럼 보여도 사람과 작물 모두 더위에 허덕이는 꼴이다.

봄 짧아지면 농업과 생태계 흔들려
계절 전환이 빨라질수록 농업 현장의 혼란도 커진다. 봄 작물의 파종 적기가 압축되고, 봄철 저온과 여름철 고온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병해충 발생 시기도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눈이 녹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봄철 홍수 위험이 높아지고, 계절 변화에 맞춰 살아가는 동식물의 생태 리듬도 어긋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꽃이 피고 지는 시기, 해충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 철새의 이동 시기 등이 어긋나기 시작하면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 생물 모두가 피해를 겪는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2010년대 이후 여름이 더욱 가파르게 길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경향에 대해서는 아직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도시별·지역별로 이 변화가 농업과 생태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후 전문가인 앤드루 왓킨스 호주 모나쉬대학교 교수는 “결국 해결은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이 핵심”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기후에 적응하며 동시에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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