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책임 인정받은 기지촌 ‘위안부’ 피해 여성들…미군 상대 소송 시작[플랫]
1950년대 주한미군 기지촌 성매매에 동원된 여성들이 대한민국과 미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됐다. 2022년 대법원이 이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은 인정했는데, 여기에 추가로 미군의 불법행위까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향후 법정에서 과거 미군이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조장한 정황이 나올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박정호)는 15일 미군 ‘위안부’ 피해자 117명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 준비 절차를 진행했다. 기존 국가 배상 책임에 더해 미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묻는 취지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과 한미 상호 방위조약에 따르면 공무집행 중인 미군 구성원 등이 법률상 책임을 지는 사고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우선 배상 책임을 지고, 이후 미군 측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플랫]‘미군 위안부’ 그 때는 애국이고, 지금은 수치인가
[플랫]성평등부 장관, ‘기지촌 여성 인권침해’ 정부 첫 공식 사과
이날 재판부는 원고 측이 주장한 소송 청구 취지를 살피고 피고 측에 답변서를 내달라고 했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툴 때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피고 측은 지난해 9월 소가 제기되고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답변서를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피고 측 대리인은 “현재 성병 감염 등과 관련해 질병관리청이 소송 수행청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불법행위 관련해서 공동 대응할 수행청 지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아닌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소송을 대리할 정부 기관이 마땅치 않다는 취지다.
원고 측 대리인 하주희 변호사는 “절차 관련해서 조속히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원고 2명도 직접 법정에 나왔다. 박모씨는 “우선 저희 일에 관심을 가져주신 판사님과 변호사님, 모든 분들께 감사부터 드린다”고 했다. 이어 “저는 오늘 재판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보고, 동료들에게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 왔다”며 “아무쪼록 미군들이 저희에게 한 행위를 판사님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밝혀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9일 첫 변론을 진행하고 본격적인 심리와 증거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대법원은 2022년 “국가의 기지촌 조성·운영과 성매매 정당화 행위는 인권 존중 의무 등을 위반한 것으로, 원고들은 국가의 위법 행위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117명에게 국가가 6억47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미군 기지촌이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이었다는 점을 70년 만에 확인했다.
판결에 따르면 이들은 1957년부터 국내 각 지역 소재 미군 주둔지 주변의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기지촌을 특별히 관리했는데, 공무원들이 여성들에게 영어 회화를 가르치고 노후를 보장해주겠다고 하는 등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조장했다.
10대에 기지촌에 유입된 피해자들은 수십년간 격리돼 성매매로 내몰렸다. 정부는 성병 보균자에게는 항생제를 과다 투여해 전염을 막으려 했는데, 이 때문에 쇼크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처음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미국의 사과는 빠진 반쪽짜리”라며 “주한미군과 미국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나서달라”고 했다.
▼ 김정화 기자 clean@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UAE, 내달 1일 ‘OPEC 탈퇴’···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도 독자적 증산 나서나
- ‘조국 저격수’ 김용남 “먼저 공격 안 해” 혁신당 “민주당 우군 맞냐”···재보선 핫플 ‘
- [속보]이 대통령 “하정우 수석, 큰 결단했다…어디에서든 국가·국민 위해 역할 하길”
- 도이치 주가조작 ‘유죄’ 뒤집힌 김건희, 2심 ‘징역 4년’···“시세 조종 가담, 중대 경제 범
- “오배송 책임 전가” 거센 반발에 결국···쿠팡이츠 ‘라이더가 메뉴 확인’ 하루 만에 중단
- [단독]“생각보다 빡빡한 선거될 수도, 절대 오만해선 안돼”···민주당, 비공개 의총서 ‘내부
- MBC ‘추경호 클로징 멘트’에 국힘 “사과 안 하면 취재 거부”···‘선거 개입’ 주장
- ‘진짜 사나이’ 출연했던 해군 첫 여소대장, 최초 주임원사 역사 썼다
- 30년 넘게 제사 지냈는데…대법 “종손 지위는 양도 불가능”
- 대학 붙어 자취방 구했는데 입학 취소?…농어촌전형 거주요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