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손질 본격화..."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vs "M&A·IPO 위축"
투자자 보호 필요성엔 공감...예외 범위·유예 두고 업계 온도차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착석하고 있다. [출처=EBN]](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6/552778-MxRVZOo/20260416142935092hiez.jpg)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중복상장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 전반에서는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기업과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자칫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위한 공개세미나에서는 투자자, 상장사, 벤처캐피탈(VC), 증권업계, 학계·법조계가 참여해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을 골자로 한 중복상장 제도 개편 방향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중복상장,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가장 큰 쟁점은 중복상장이 국내 증시 저평가의 핵심 원인인지 여부다. 투자자 측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였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중복상장은 지배력 레버리지 구조를 통해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키우고, 결국 일반주주 이익이 훼손되는 구조"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가 의결권을 사실상 상실하고, 현금흐름도 분산되며, 복합기업 할인까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며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모회사 일반주주 과반 동의, 상세 공시 등 강력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 측 역시 시장 신뢰 문제를 핵심으로 짚었다. 부산대 투자동아리 SMP 한서경 부회장은 "물적분할 이후 상장 과정에서 개인투자자가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하다"며 "권한은 제한되는데 손실은 크게 발생하는 비대칭 구조가 시장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EBN]](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6/552778-MxRVZOo/20260416142936391vlqo.jpg)
반면 기업 측에서는 규제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접근 방식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상장회사협의회 김춘 본부장은 "일반주주 가치 희석 문제에는 공감하지만, 상장 규제만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상장 여부를 주주 동의로만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상장을 안 한다고 해서 주주가 보호되는 것도 아니고, 동의를 받았다고 보호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보다 근본적인 현금흐름 배분 구조 개선과 세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식매수청구권 등 기존 제도가 기업의 구조개편을 제약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투자 업계는 특히 M&A를 통한 자회사 상장 문제를 별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안상준 부회장은 "기술기업을 인수해 성장시킨 뒤 상장하는 구조는 글로벌에서도 일반적인 성장 경로"라며 "이 부분까지 일괄적으로 금지하면 M&A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내 벤처 생태계는 IPO를 통한 회수 비중이 높은데, 인수 자회사 상장까지 막히면 투자 회수 경로가 좁아질 수 있다"며 "원칙적 금지보다는 예외와 유예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보호 vs 기업 성장…규제 강도 놓고 충돌
증권업계에서도 시각은 엇갈렸다. 김수현 D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복상장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형성된 지배구조를 지목하며 "현재 정부안이 신규 중복상장 억제에 집중돼 있지만 기존 중복상장 해소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안으로 △NAV 할인율 의무 공시 △자회사 합병·상장폐지 시 세제 인센티브 △관련 세금 부담 완화 △자회사 배당의 모회사 주주 환원 의무화 △자회사 상장 유지 부담금 도입 등을 제시하며, 일본처럼 제도적 유인을 통해 중복상장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중복상장의 배경으로 IPO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상장 이후 실적이 악화되는 기업이 적지 않고, 공모가를 높이기 위한 실적 부풀리기나 과도한 밸류에이션 설정 관행도 존재한다"며 "이는 자본시장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춘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EBN]](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6/552778-MxRVZOo/20260416142937761zdhn.jpg)
반면 IPO 실무를 담당하는 증권사 측에서는 자본시장의 기능 위축을 경계했다. 한국투자증권 방한철 본부장은 "IPO는 기업 성장과 투자자 이익 공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경쟁력 있는 기업의 중복상장을 모두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변화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계와 법조계는 전반적으로 "원칙 금지·제한적 허용" 방향에 힘을 실었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상훈 교수는 중복상장이 모회사 주주의 현금흐름권과 지배권 가치를 동시에 훼손하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이해상충을 해소하는 것이 제도 설계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반주주 다수결에만 의존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사회 책임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공정성 검증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 투자자들의 신뢰 보호를 위해 일정한 유예나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칙적 금지 속 예외 설계, 제도 균형이 관건
금융당국 역시 투자자 보호를 중심에 두되, 시장 기능과 혁신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정부 자본시장 정책의 핵심 방향으로 △신뢰 회복 △주주가치 중심 △혁신 △수요 기반 확충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불공정 거래가 만연하면 시장 신뢰가 무너진다"며 주가조작 대응 강화, 회계 투명성 제고 등으로 시장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성장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 구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과장은 중복상장 규제 역시 이러한 정책 방향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복상장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규제의 속도와 강도, 예외 인정 범위를 두고는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벤처 생태계, 자금조달 기능 등 기업별 상황이 다른 만큼 획일적 접근보다는 균형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체크리스트 규제를 넘어 실질적인 주주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중복상장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투자자 측은 기존 상장사까지 포함한 강한 규제를 요구한 반면, 기업과 벤처업계는 성장과 투자 생태계를 고려한 유연한 접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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