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달러 30% 원칙’…연기금 자금운용에 답 있다[큰손 따라잡기]

홍태화 2026. 4. 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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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이익상향에 코스피 가파른 상승
M7 주춤…자본은 아시아 반도체로 이동
지수는 올랐지만 이익 본 종목은 극소수
‘저평가 코리아’ 기대 뒤 멀티플의 한계
고액자산가는 달러·채권 비중 더 키워
포모 경계·손실 통제가 최고의 안전판
투자 현장에서 가장 먼저 들리는 신호는 뉴스도, 차트도 아닌 질문입니다. “지금, 큰손들은 어디에 투자하나요?” ‘큰손 따라잡기’는 그 흐름을 기록하는 연재입니다. 자산가들이 자산을 배분하는 방식, 리스크를 관리하는 논리, 그리고 시장을 바라보는 사고의 구조를 현장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을 이해하는 순간, 당신의 투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회원 전용 콘텐츠 ‘HeralDeep’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주식부자들의 남다른 성공 비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업종을 필두로 한 이익 추정치 상향과 상법 개정 이슈가 맞물리며 국내 증시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던 국면보다도 더 가파른 속도다. 증권 현장에서 체감하는 온도 역시 다르지 않다. 자산운용사에서 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지금처럼 고객의 기대감이 뜨거웠던 시기는 드물었다.

전국 주요 지점 영업장은 상담을 기다리는 고객으로 붐비고,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고액 자산가(HNW) 전용 점포 역시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 현장의 공기는 분명 ‘대(大) 투자의 시대’를 연상케 한다. 다만, 한편으로는 2021년 여름,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돌파했던 순간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당시의 고점은 4년이 지난 뒤에야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상승의 열기 속에서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 역시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식 종목을 투자할 때엔 시장의 긍정적 전망이 클수록 조정 폭도 크다는 걸 알아야 한다. 과거 에코프로의 주가 추이가 이를 보여준다.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더라도 고액 자산가들이 달러 자산 보유를 간과하지 않는 이유도 체크해볼 만하다. 리먼사태 당시 연기금이 최소한의 손실률을 기록한 것도 ‘달러 자산’ 덕분이었다.

박스권을 벗어난 세 가지 동력

역사적으로 코스피는 전형적인 박스권 시장이었다. 2016~2017년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확대와 비트코인 채굴 붐이 촉발한 반도체 ‘빅사이클’, 그리고 2020~2021년 코로나 이후의 초유동성 장세를 제외하면 장기 추세 상승은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2025년 이후의 시장 상황은 과거 두 번의 상승장을 동시에 닮았다.

첫째,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 레버리지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산업 특성상 매출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된다. 최근 메모리 가격 회복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둘째,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유동성 확대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재정 지출이 확대되며 시중 유동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풍부한 자금은 결국 수익률을 찾아 자산시장으로 유입된다. 셋째, 정책적 의지다. 저평가된 한국 증시의 ‘정상화’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그 자체로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를 키운다.

이 세 가지 동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은 흔치 않다. 그렇기에 시장의 상승 속도 또한 전례 없을 정도로 가팔라졌다.

바뀐 글로벌 구도…M7에서 아시아로

지난 1년간 글로벌 증시의 색깔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미국의 ‘M7’(마이크로소프트·애플·엔비디아·아마존·알파벳·메타·테슬라)이 주도하던 흐름이 완화하는 사이, 한국·대만·일본 등 아시아 시장이 상대적 강세를 보인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재편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는 폭증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AI 경쟁이 격화되며 서버·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졌고, 그 수혜는 반도체 업종이 고스란히 흡수했다. 과도한 경쟁 덕분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현금흐름 부담으로 이어졌다. 일부 기업의 경우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둔화 우려가 주목받으며 주가가 기대에 못 미쳤다.

반면, 반도체 기업들은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뛰었다. 자본지출은 미국이, 이익은 아시아가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지수가 올라도 모두가 웃지는 않는다

이 과정을 겉으로 보면 국내 시장 전체가 오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025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웃돈 종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수 상승의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견인했다.

중·소형주 투자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다. 물론 로봇 내러티브를 장착한 현대차그룹, 우주 테마,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등도 강세를 보였지만 시장의 중심은 명확했다.

이를 단순한 ‘극단적 쏠림’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업종의 이익 개선 폭이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2016~2017년 코스피가 2000에서 2600까지 상승하던 구간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실적이 집중된 곳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자본시장의 자연스러운 속성이다.

적어도 미국 빅테크의 CAPEX 축소 신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반도체 중심의 시장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수급 측면에서도 주목할 변화가 있다. 고객 예탁금이 100조원을 돌파하며 개인 자금의 영향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특히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계좌 도입을 계기로 해외 주식에 머물던 일부 자금이 국내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 주식 트레이딩 계좌가 약 200만개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흐름의 방향 전환은 시장에 의미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귀환’은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저평가라는 단어의 함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동종업체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주장에는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주가 상승 속도보다 주당순이익(EPS) 상향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실적이라는 근거가 있는 주가 상승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TSMC나 엔비디아와 동일한 밸류에이션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한국 증시에 상장됐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구조적 한계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업황에 따른 영업이익률의 변동 폭이 크게 움직인다. 사이클 산업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즉, 그래픽처리장치(GPU) 독점 구조를 가진 엔비디아나 40%대 중반의 영업이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TSMC와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결국 멀티플 확장은 이익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이 전제돼야 한다. 만약 실적이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저평가’ 논리는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고 변동성 확대는 피할 수 없게 된다.

2015년 아모레퍼시픽, 2018년 엔비디아, 2023년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모두의 기대가 높을수록, 시장에 긍정적인 전망밖에 없을수록 실망에 따른 조정 폭도 커진다.

고액 자산가들의 선택, 그리고 달러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는 경력과 자산 형성 과정에 따라 다양하다. 젊은 창업가는 비상장 투자나 가상자산 경험이 많고, 제조업 소유주는 전통 자산 선호가 뚜렷하다.

그럼에도 공통점이 있다. 원화보다 달러 자산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수익 극대화보다 자산 보전을 우선시한다. 자연스럽게 달러와 채권 비중이 높아진다. 필자 역시 포트폴리오 운용 시 달러 비중을 최소 30% 이상으로 유지한다. 달러는 위기 국면에서 헤지 기능을 수행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기금의 손실률이 제한적이었던 배경에는 달러 자산 비중이 있었다.

코스피 지수가 2080에서 890까지 하락했던 2008년 리먼사태 당시 연기금은 단 -0.18%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달러 자산 덕분이다.

위기가 닥치면 환율은 오르고 달러가 비싸진다. 이때 달러를 매도하면 오히려 국내 증시를 저가에 매수할 기회가 생긴다. 연기금이 금융위기를 큰 무리 없이 견딜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시계열을 조금 더 짧게 돌려보면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로 글로벌 증시가 휘청일 때도 국내 증시에만 투자한 고객보다 미국과 한국에 분산 투자한 고객들의 손실률이 훨씬 더 낮았다.

달은 차면 기운다…뜨거울수록 냉정해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지상전으로 전개되고 인접국까지 휘말릴 수 있다는 불안이 퍼지면서 한국 증시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변동성에 직면하고 있다. 유례없는 폭락에 이어 주가가 급등하는 등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

모든 사이클은 끝이 있다. 반도체 쇼티지가 해소되고 빅테크의 수익성이 회복되는 시점이 오면 시장의 중심은 다시 이동할 수 있다. 지금의 강자가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투자는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적이라는 숫자 위에 시대적 서사가 더해질 때 주가는 폭발한다.

그러나 내러티브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숫자와 서사를 동시에 갖춘 자산을 선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장이 뜨거울수록 투자자는 냉정해야 한다. 포모(FOMO·소외불안)에 휩쓸리지 않는 것, 그리고 손실을 통제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익은 희망의 영역이지만, 손실 폭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많이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 먼저다. 언젠가 구조대가 오리라는 기대 대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원칙을 지키는 태도, 그것이 이번 상승장 끝에서도 투자자를 지켜줄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다.

정리=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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