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험사 자본부담 완화…주담대 조이고 AI·인프라 푼다
위험계수 조정, 24조2000억 추가 여력
매칭조정 문턱 낮춰 장기투자 기반 확대
금융당국이 보험사가 생산적 금융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자본 축적 부담은 높이는 반면, 인공지능(AI)·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할 때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16일 금융당국은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5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제도 개편은 보험사의 건전성 규제인 지급여력제도(K-ICS·킥스)상 위험계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위험계수는 보험사가 특정 자산에 투자할 경우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얼마나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하는지를 정하는 비율이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산출되는데 위험계수가 낮아지면 필요한 자본(요구자본)이 줄어들어 투자 여력이 커진다. 반대로 위험계수가 높아지면 자본 부담이 커져 해당 자산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는 구조다.
현행 위험계수는 △국채 0% △우량 회사채 0.2~2.5% △부동산 PF 대출 2.9~12.7% △부동산 보유 20~25% △주식 20~49% 수준이다. 특히 비상장주식은 49%로 상장주식(35%)이나 장기보유주식(20%)보다 부담이 크다.
주담대 계수 상향·정책투자 하향…24조 추가 투자 여력
금융위는 주담대 위험계수를 상향하고 정책·벤처·인프라 투자에 대해서는 위험계수를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한다.
주담대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 60% 초과 구간의 위험계수를 기존 3.5%에서 4.0%로 올린다. 은행권 수준에 맞춰 가계대출에 대한 자본 부담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반면 정책금융 성격의 투자에는 과감한 규제 완화가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프로그램에 투자할 경우 기존 49%에 달하던 비상장주식 위험계수를 20%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여기에 장기보유(10년 이상) 특례까지 적용하면 위험계수는 최대 16% 수준까지 떨어진다.
예를 들어 현재는 보험사가 비상장주식에 100억원을 투자하면 49억원은 위험한 돈으로 분류, 그만큼 자본을 더 쌓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같은 투자라도 16억원 수준만 반영하면 되는 셈이다.
적격 벤처투자에 대한 위험계수도 49%에서 상장주식 수준인 35%로 낮춘다. 벤처기업육성특별법에 따라 벤처기업으로 확인된 기업의 주식이나,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 벤처펀드를 통해 투자한 경우에는 편입자산분해 없이 펀드투자액 전체에 대해 35%의 위험계수가 적용된다. 정부가 관리하는 적격 벤처에 한해 공신력을 반영한 조치다.
인프라 특례(위험계수 20%)가 적용되는 적격 인프라 범위도 확대된다. 기존 도로·항만 등 전통 인프라뿐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도 적격 인프라로 인정해 20%의 낮은 위험계수를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편의 효과로 보험업권에 최대 24조2000억원의 추가 투자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는 현재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한 계산이라는 설명이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보험사들이 실제로 투자하고 있는 자산 구성을 바탕으로 위험계수 하락 시 요구자본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역산해 산출한 값"이라고 설명했다.
위험계수 급락 우려…금융위 "실질 위험 감안 합리화"
일각에서는 비상장주식 위험계수가 49%에서 최대 16%까지 떨어지는 것이 과도한 완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킥스 도입 취지가 리스크의 정밀한 반영인 만큼 정책 목적에 따라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이동엽 과장은 "실질적인 위험을 감안하는 규제 합리화에 가깝다"며 "너무 극단적인 위험 인식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프로그램에서 장기보유특례까지 적용하면 위험계수가 16%까지 떨어지는 것은 정부가 신용보강을 한 상황이라 실제 위험은 낮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 보강분만큼은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또 장기보유 특례 역시 기존에 상장주식에만 적용하던 제도를 정책펀드 등으로 확대한 것으로 새로운 혜택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적용 범위를 넓힌 것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인프라 대출의 경우에도 기존에는 정부가 전액보증하는 경우에만 무위험으로 분류하고 일부보증하는 경우는 위험을 경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보증의 경우에도 해당 보증분만큼은 무위험으로 분류한다.

매칭조정 제도도 개선…장기부채-자산 연결 강화
이와 함께 보험사의 자산·부채 구조를 정교하게 맞추는 매칭조정 제도도 개선한다. 보험부채는 수십 년에 걸친 장기 구조인 만큼 이에 맞는 장기 자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보험부채를 할인할 때는 통상적으로 국채를 쓴다. 그러나 국채는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할인율이 낮게 산출되고 이 때문에 부채 규모가 크게 계산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자산과 부채의 현금흐름이 사실상 100 % 일치해야 매칭조정을 인정했기 때문에 실제 활용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이번 개선안은 이러한 제약을 완화해 특정 자산과 특정 보험부채의 현금흐름이 동일한 경우 해당 부채에 대해서는 국채가 아닌 해당 자산의 수익을 할인율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익률이 높은 자산과 매칭할 경우 할인율이 상승하고, 보험부채 평가액은 낮아져 킥스 비율이 증가하게 된다.
또 약 10% 수준의 현금흐름 불일치(미스매칭)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지금까지는 금리가 고정된 자산 중심으로만 적용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일정 범위 내에서 변동금리 자산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인프라펀드에 투자해 국고채 5년물 금리+100bp(1%포인트) 수준의 수익률을 얻고 이 금리가 5년마다 조정되는 구조를 가정할 경우 기존 제도에서는 수익률이 일정 주기마다 변동되는 자산은 보험부채와 현금흐름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칭조정 적용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개선안에서는 이러한 제약이 완화되면서 연금보험처럼 장기간 일정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부채와 인프라펀드 투자를 연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이번 개편안을 올해 상반기 중 감독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제도화할 계획이다. 매칭조정 세부 기준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한 과제는 의견 수렴을 거쳐 3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김민지 (km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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