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포용성, 복지를 넘어 국가 경쟁력으로
AI 포용성, 국가 경쟁력의 핵심 동력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과 생활 전반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AI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AI 포용성'이 화두로 떠오른 배경이다. AI 포용성은 누구나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AI를 설계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나아가 AI 포용성을 복지 차원으로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산업·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로 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1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AI 접근성과 산업 경쟁력' 정책세미나가 눈길을 끈다. 이번 세미나는 현재 AI 기술이 산업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접근성과 포용성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국가 경쟁력 강화하는 AI 포용성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장은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인공지능 사회로 들어가면서 이전부터 인공지능 윤리부터 시작해 많은 것들을 준비해 왔다"며 "현재 대한민국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인공지능 윤리 원칙은 2020년에 발표된 원칙"이라고 했다.
지난 2020년 12월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발표하며 인공지능 시대 바람직한 인공지능 개발·활용 방향을 제시했다. 해당 기준에는 인간성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인권보장, 다양성 존중, 프라이버시 보호, 투명성 등 10개의 원칙이 제시됐다.
김 소장은 여기서 나아가 AI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제안했다. 이 질서에는 장애인,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 디지털 포용, 디지털 접근권을 통한 디지털 격차 해소,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소장은 나아가 "일반 국민들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할 때 디지털 취약계층은 70 후반 정도인데 역량 측면에서는 그보다 더 낮다"고 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조사한 '2025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 역량은 일반 국민에 비해 65.9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가 AI 격차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일반 국민은 59.4%인 반면 디지털 취약계층은 31.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AI 서비스를 경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일반 국민은 '이용할 필요성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반면 취약계층에서는 '신체적 제약으로 이용이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는 "일반 국민들은 내가 AI 없이도 지금 잘 살고 있고 불편함 없이 살고 있는데 장애인들 입장에서 볼 때는 AI 기술이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며 "이러한 기대감이 설문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정부도 디지털 포용성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1월 21일 '인공지능 기본법'과 '디지털 포용법'을 제정했으며 올해 1월 22일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김 소장은 "인공지능 기본법과 디지털 포용법은 보완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며 "AI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디지털 취약계층도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포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AI가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해 처음에는 PC를 보급하고 인터넷을 깔아주는, 일종의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것이 주된 과제였다"며 "이후 접근 기회만 줘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이걸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디지털 교육이 강조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AI가 등장하면서 이걸 뛰어넘어 생산자로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다가온다"며 "이런 측면에서 기업들이 서비스나 제품을 연구한다면 산업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취약계층의 디지털 기기 접근을 보장하는 과거의 담론을 뛰어넘어 이들이 생산자로서 가치 창출에 기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실현하는 AI 기반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포용성을 윤리와 복지 차원에서만 논의하는 단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관점이 제기되면서 디지털 포용성이 산업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접근성은 복지 비용 아닌 혁신의 전제 조건"
김홍수 건강·돌봄AI 센터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는 국가"라며 "그래서 AI가 반드시 필요하며 AI 접근성의 가능성과 격차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지역사회 보건·돌봄 인프라가 매우 잘 갖춰져 있어 이를 활용하면 모두를 위한 AI를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즉 국가 단위 보건의료·요양돌봄 데이터 자산을 기반으로 AI 혁신의 글로벌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접근성은 복지가 아니라 시장의 크기"라며 "고령자나 장애인이 AI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그분들의 시장이 열린다"고 했다. 이어 "그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며 "접근성은 복지 비용이 아니라 혁신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포용성을 고려한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표준과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정현 엔테크서비스 접근성 팀장은 "AI 접근성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도입되었는가가 아니라 그 기술이 장애인, 고령자 등에게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기준과 지표로 검증되는지에 있다"고 했다.
그는 "전자서명법에 의거해 인증 사업자들은 반드시 인증 마크를 발급받게 돼 있는데 한국에는 3개의 인증 기관이 있다"며 "문제는 이 인증 기관의 평가 방법과 정부 접근성 실태 조사의 평가 방법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마치 수능과 모의고사 평가 방법이 다른거나 마찬가지"라며 "한쪽에서는 100점을 맞았는데 다른 평가에서는 0점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일관성 있게 평가해야 한다"며 "정책과 기준이 분명해질수록 기업은 더 잘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