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된 상어...예술적 표현과 생태적 감수성 사이 논란
동물윤리·공공성 논쟁 사회적 질문으로 확산
기후위기·멸종위기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대규모 개인전을 둘러싸고 예술의 자유와 윤리적 책임,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생태윤리 문제에 대한 고민이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동물 사체와 생명을 활용한 작품을 국공립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되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작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속 상어는 현재 CITES 부속서Ⅱ에 등재된 종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준위협(Near Threatened, NT) 종으로 분류된다. 이는 35년여 사이 달라진 국제적 인식과 규제 속에서 논란이 있는 작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논란 된 수조 속 '뱀상어' CITES 규제 대상 종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리는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는 아시아 최초의 허스트 대규모 개인전으로 약 35년에 걸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회화, 조각, 설치 등 주요 작품 5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된 작품에는 잘린 소의 머리와 파리 유충, 전기살충기를 활용한 <천 년>(1990), 포르말린 용액이 담긴 유리 수조 속 상어를 통해 죽음의 공포를 환기하는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 수천 마리의 나비 날개를 사용해 제작된 삼면화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2008) 등이 포함됐다.
상어 작품의 경우 2012년 영국 테이트 모던 전시 이후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작품 속 상어는 첫 번째 상어의 부패로 2006년 교체된 두 번째 상어다.
확인 결과 포르말린 수조 속 상어는 뱀상어(Tiger Shark)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국제협약인 CITES 부속서Ⅱ에 등재된 종이다. 2022년 CITES 제19차 당사국총회(CoP19)에서 흉상어과 전체가 부속서 II에 등재되면서 국제거래 규제 대상이 됐고, 2023년 11월 25일부터 규제가 발효됐다. IUCN 적색목록 준위협(NT) 종이기도 하다. 이는 현재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개체수 감소로 장기적으로 멸종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반대 성명 "동물 죽음을 예술로 소비하는 행보에 반대"
'데이미언 허스트에게 살해당한 동물들을 생각하는 모임'은 3일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연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성명서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의 죽음을 전시하는 작가, 제도로 그 폭력을 승인하는 미술관의 행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 대해서는 "동물의 죽음을 미적·철학적 자원으로 전환하는 폭력, 그리고 이를 국가 문화기관이 제도적으로 승인하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성명서는 허스트의 작업이 동물의 죽음을 생산·조달·소비하는 구조 위에 성립한다고 지적하며 동물을 개념 전달을 위한 도구로 대상화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윤리적 논쟁이 충분히 알려진 작업을 전시하며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윤리적·제도적 책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20명의 연명자 가운데 한 명인 김도희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는 "허스트 개인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왜 공공기관에서 지금 이러한 전시를 선택했는지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작품이 발표된 당시에는 충격요법이 효과적이었을지 모르지만 몇십 년이 흐른 지금은 지구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며 "삶과 죽음을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문법이 아닌 오히려 역행하는 것"라고 지적했다.

미술계·시민단체 비판 "표현의 자유가 대상화와 폭력 정당화할 수 없어"
미술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김화용 작가는 "미술계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아쉽다"며 "한 번쯤 공론화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시민들의 경험 다양화라는 국공립미술관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과거에 통용된 작품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태도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작품을 미술사적으로 소개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작품의 역사적 가치와 동시대적 윤리 사이의 균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일부 작품의 경우 생명을 훼손하는 구조를 통해 완성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리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그는 "비인간동물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데 표현의 자유가 대상화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논쟁은 기후위기 시대 생태윤리 문제와도 연결된다. 그는 "시대적으로 생명에 대한 윤리적 고민이 더욱 중요해졌고 예술 역시 시대적 맥락을 외면할 수 없다"며 "이번 논쟁은 미술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자 전체의 작업 윤리와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완벽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책임과 성찰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와 관련해 개인 SNS에 지금이 기후위기, 생태계 학살, 전 지구적 전쟁이 감행되는 시기임을 적시하며 "적어도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을 인지하는 세계가 도래했다면, 그리고 그것이 역사라면 어떻게 시대의 고민에 맞게 공론의 장으로 가져올 수 있는지 재현 방법이라도 고민해야 했다"고 주최 측을 비판한 바 있다.
시민단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이승찬 동물해방물결 사무국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은 국가를 대표하는 공공미술관인 만큼 공적자금을 사용하는 전시에 사회적 재생산성과 윤리적 정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충격요법에 의존한 전시가 공공기관의 역할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전시의 핵심 논쟁인 작품 속 동물 희생 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이 사무국장은 "삶과 죽음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키는 행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누구도 설득하기 어렵다"면서 "어떤 생명이든 함부로 다룰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인류는 멸종,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와 같은 문제 앞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제는 보편타당한 생명윤리를 고민하며 누군가가 누군가를 착취하는 죽음의 순환고리를 끊어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예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며 동시에 예술에서 동물을 다루는 방식에 윤리적 책임이 필요한 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관 측은 "다만 예술 작품에서 동물 활용 여부 자체에 대한 일괄적인 판단보다는 제작과정의 정당성, 활용 맥락, 표현의 의도,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그리고 담론 형성에 기여하는 바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자연사한 개체의 활용이나 기존 산업공급망 안에서 얻은 개체의 재사용 등은 생명 훼손의 직접적 행위와 구분될 수 있을 것"이라며 "허스트는 작품에 동물을 사용함에 있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 왔음을 명확히 밝혀왔고 그의 작업은 삶과 죽음, 인간의 욕망,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표현전략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불편함 역시 작품이 던지는 질문의 일부"
전시를 기획 단계에서부터 진행해온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과장은 이번 전시의 의의를 현대미술의 질문에 뒀다고 밝혔다. 전시에 대한 논의는 2020년부터 시작됐으며 여러 절차와 검토를 거쳐 진행됐다고 전했다.
송 과장은 현재 국제 동향 속에서 작품이 불편하게 읽히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해석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문제의식을 단순히 시대착오로 밀어낼 수는 없고 "그 불편함 역시 작품이 던지는 질문의 일부"이며 "그런 면에서 작가가 던진 질문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비난의 시선 속에서 작품을 폐기 처분할 대상으로 보고 사망 선고를 내릴 시점인지 혹은 현대미술이 던져온 급진적인 질문을 지금 제기되는 질문의 연장선으로 다시 읽을 것인지는 관람객이 직접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허스트 작업의 핵심에 대해서도 "허스트는 죽음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현실로 직면하게 만든다"며 "의학, 종교, 과학, 자연사 박물관 모두 삶과 죽음을 다루는데 허스트는 그 경계가 결코 예술과 고상하게 분리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상어 작품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서는 시대적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두 번째 상어를 교체하던 시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생태 감수성이나 규제가 형성되기 전"이었다며 "당시에는 호주 일부 지역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상어에 대한 포획이 제도적으로 허용되거나 권장되던 분위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호주 역시 상어 사냥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고 기후와 생태계 변화 속에서 관련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며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런 변화된 조건을 함께 검토했다"고 전했다.
공공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지적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는 작품을 지금 다시 보여주기 위해서는 결국 동시대의 질문과 함께 가야 한다"라며 "우리는 이 작품이 윤리적으로 편안한지 아닌지를 쉽게 결론 내리기보다 왜 여전히 불편한지, 그 불편함이 오늘의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데이미언 허스트에게 살해당한 동물들을 생각하는 모임'이 진행하는 연명 운동은 열흘 만에 1000명 이상의 개인과 단체가 동참한 상태다. 연명 모임은 후속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