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깜짝 실적에도 美블랙리스트 '발목'…5월 정상회담 분수령(종합)

성주원 2026. 4. 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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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 순익 48%↑·매출 52%↑…전망치 대폭 상회
6월 30일부터 美국방부 계약 체결 전면 금지
5월 트럼프-시진핑 회담, 외교적 돌파구 될까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이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 연계 기업 목록, 이른바 ‘블랙리스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2개의 데드라인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오는 6월 30일부터는 국방부와의 신규 계약 체결이 전면 금지되고,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사실상 마지막 외교적 돌파구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부산 김해국제공항 나래마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시 주석과 악수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블룸버그에 따르면 CATL의 판지안 공동 회장은 지난해부터 미국을 최소 두 차례 방문했다. 지난해 3월 방문 때는 미 국방부 관리들과 직접 만나 자사 배터리가 중국군에 사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영상과 방대한 문서 자료를 제출했다. 국방부가 CATL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지 두 달 만이었다. 판지안은 그해 9월에도 미국을 재방문해 로비 활동을 이어갔다.

회의 분위기는 우호적이었지만, 판 회장은 미중 무역·안보 갈등을 고려할 때 목록 제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을 갖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도 CATL은 목록에서 빠지지 않은 상태다. CATL 측은 “잘못된 지정을 해소하기 위해 법적으로 가능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는 벽돌처럼 멍청”…안보 위협 주장 반박

CATL은 자사가 안보 위협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쩡위친 공동 회장은 배터리가 만들기는 어렵지만 첩보 활동에는 쓸모가 없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와 달리 배터리 셀의 전기화학 부품 자체는 보안상 취약점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은 다르다. 미 의회와 안보 당국은 중국의 ‘군민융합(軍民融合)’ 정책, 즉 국가가 민간 기업에 군과의 협력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근거로 CATL 제품이 공급망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다른 중국 기업들이 목록 제외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도 모두 실패로 끝났다. 현재까지 제외된 기업들은 사실상 미국 내 운영을 중단했음을 입증한 경우뿐인데, 이는 미국 시장 확대를 추진 중인 CATL의 목표와 정반대다.

중국 푸젠성 닝더에 위치한 CATL 연구개발(R&D) 허브 및 본사 외부에 CATL 간판이 서 있다. (사진=로이터)
6월말 계약 금지 발효…IPO·EV 보조금 폐지 ‘잇단 악재’

CATL이 목록 제외에 적극 나서는 것은 실질적인 사업 타격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30일부터 국방부는 1260H 목록 등재 기업과의 신규 계약 체결 및 갱신이 금지된다. 투자자들은 이 목록 등재를 다른 미 정부 기관들의 추가 규제로 이어지는 신호탄으로 간주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1월 CATL을 목록에 추가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공언하면서 CATL의 미국 시장 계획에 연이어 찬물을 끼얹었다. 홍콩 증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시기와도 맞물렸다.

1Q 순익 48% 급증…EV·ESS 시장 지배력 동시 강화

그럼에도 CATL의 실적은 견조하다. CATL은 지난 15일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5% 늘어난 207억 위안(약 4조47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20.9% 증가)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매출도 52.5% 증가한 1291억 위안(약 27조8856억원)으로, 전망치(35.7% 증가)를 상회했다.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키웠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CATL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42.1%로, 전년 동기(38.7%)보다 확대됐다. 2위 BYD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6%에서 13.4%로 줄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도 지난해 배터리 출하량이 전년 대비 80% 급증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했다고 SNE리서치는 밝혔다.

다만 리서치업체 모닝스타의 빈센트 쑨 선임 애널리스트는 완성차 업체들이 복수 공급사로부터 배터리를 조달하며 비용 절감에 나서는 만큼 CATL의 가격 결정력이 약해지고 단위 수익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CATL은 자국 시장의 공급 과잉과 가격 전쟁을 돌파하기 위해 해외 확장을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테슬라와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핵심 광물 분야로의 사업 확대와 공급망 안보 강화 계획도 밝혔다.

한국에도 영향이 없지 않다. CATL의 공세적 해외 확장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와의 글로벌 시장 경쟁을 더욱 격화시키는 요인이다. 반면 CATL에 대한 미국 규제가 강화될수록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여지도 있다.

향후 변수는 다음 달로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베이징 정상회담이다. 블룸버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문제가 의제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회담 결과에 따라 CATL의 목록 제외 가능성과 미국 내 사업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외교 이벤트는 글로벌 배터리 업계가 주목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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