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딜레마上] “세금이 수입차로”···테슬라·BYD 점유율 30%

박성수 기자 2026. 4. 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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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점유율 확대 속 보조금 상당 부분 해외로 유입
정책 효과와 시장 현실 간 괴리···보조금 실효성 논쟁 확대
/ 이미지=생성형 AI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보조금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보급 확대를 위해 설계된 지원 제도가 실제로는 수입차 판매 증가와 맞물리며 정책 취지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국산차 중심으로 보조금을 조정할 경우 시장 왜곡과 통상 갈등 등 또 다른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기차 보조금은 산업 육성과 소비자 지원, 환경 정책이라는 세 가지 목표가 얽힌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무게가 쏠릴 경우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 산업 특성상 정책 변화는 대외 변수와도 직결된다.

이번 기획은 전기차 보조금이 만들어낸 시장 구조 변화와 정책 딜레마를 짚고, 보조금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 채 성장해온 전기차 산업의 과제와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도입된 보조금 제도가 오히려 해외 업체 성장에 기여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수입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보조금 상당 부분이 글로벌 기업으로 흘러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책 취지와 실제 시장 결과 사이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테슬라와 BYD 등 중저가 중심의 외국계 전기차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면서 보조금 효과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보조금이 친환경차 보급이라는 목적을 넘어 산업 정책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요구와, 시장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이 맞서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전기차 전환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재정 부담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보조금 정책이 시장 확대를 견인하는 핵심 수단인 동시에, 그 효과가 특정 기업에 집중될 경우 정책 정당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수입 전기차 점유율 확대···보조금 흐름 변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약 6만대에 가까운 판매를 기록하며 수입차 3위까지 올라섰다. 올해 들어서는 수입차 가운데 처음으로 월간 판매 1만대를 돌파하며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BYD 역시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하는 흐름이다. 초기 우려와 달리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를 늘리며 월 1000대 이상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브랜드 확대를 넘어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국산차 중심으로 형성됐던 전기차 시장이 점차 글로벌 경쟁 구도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16일 자동차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테슬라코리아 판매량은 2만970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BYD 판매량은 3968대다.
자료=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8만3529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판매 비중 확대는 곧 보조금 흐름 변화로 이어진다.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구매 시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많은 브랜드일수록 더 많은 재원이 배분된다.

테슬라는 차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 기준 218만~546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BYD는 141만~219만원 수준이다. 판매량과 결합될 경우 전체 보조금 규모는 상당한 수준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테슬라 판매가 급증하면서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는 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브랜드 판매 증가가 재정 집행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달 2일 기준 전기 승용차 보조금 접수율은 공고 대수 대비 71.3%, 전기 화물차는 85.6% 수준이다"며 "전국 160개 지자체 중 28.1%가 이미 보조금이 100% 소진됐고, 90% 소진된 지역도 37.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 보조금 효과 어디로···"소비자 지원인가, 기업 지원인가"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보조금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보조금이 국내 산업 육성보다 해외 기업 판매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도입됐지만, 동시에 산업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도 인식돼 왔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가격과 상품성이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정책 효과가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특히 보조금 재원이 국민 세금이라는 점에서 논쟁은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공공 재원이 국내 산업 생태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제도 구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 보조금은 소비자 지원을 목적으로 설계됐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기업에 지급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는 차량 구매 시 보조금을 제외한 금액만 부담하고, 보조금은 제조사로 지급된다.

이로 인해 일부 브랜드가 보조금을 고려해 차량 가격을 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기업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보조금 체계를 개편해 국내 산업 기여도, 기술 개발, 지속가능성, ESG 대응 등을 평가 기준에 반영할 방침이다.

다만 개편안이 알려지면서 수입 전기차의 보조금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선호 브랜드와 차종에 대한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됐다. 또한 국산차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보조금을 개편할 경우 전기차 선택지가 줄어들고 독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보조금 개편안을 다시 점검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기차 보조금은 국민 세금인 만큼 가격 격차 완화와 함께 국내 산업·일자리 기여 측면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며 "배점 기준에 오해나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신속히 재검토해 시장 혼선이 없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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