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룸] '아들 부족' 日왕실, 계승 논쟁 본격화…"양자 입적" vs "여성 허용"

박희원 2026. 4. 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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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새해 인사하는 나루히토(왼쪽) 일왕과 부인인 마사코(가운데) 왕비, 장녀인 아이코(오른쪽) 공주 [사진=교도 연합뉴스]
일본 정치권이 왕위 계승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논의에 착수했다. 남성 중심의 계승 원칙을 유지할지, 여성 계승을 허용할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5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여야는 이날부터 왕족 수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를 약 1년 만에 재개했다. 논의의 핵심은 향후 왕위 계승 가능 인원이 줄어드는 상황에 대응하는 방안이다.

일본의 ‘황실전범’은 왕위 계승 자격을 ‘남계 남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왕실 남성의 혈통을 이어받은 남성만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여성 왕족은 일반인과 혼인할 경우 왕족 신분을 상실하도록 규정돼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아들 없이 딸인 아이코 공주만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왕위 계승 1순위는 동생인 후미히토 왕세제이며, 2순위는 그의 아들인 히사히토다. 다만 이 계보에서도 남성 후계가 이어지지 않을 경우 계승 체계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일본 여야는 왕족 수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두 가지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나는 과거 왕실 방계 가문 출신 남성을 양자로 입적시켜 왕족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왕실전범 개정을 통해 방계 왕족 51명의 신분을 박탈한 바 있는데, 이들의 후손을 다시 왕족으로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방안은 여성 왕족이 혼인 이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여성 왕위 계승 가능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최근 “왕통에 속하는 남계 남자를 왕족으로 입적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관련 논의를 국회에서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구 왕족 남성을 중심으로 한 양자 입적 방안이 추진될 경우 여성의 왕위 계승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고대에는 여성 일왕이 존재했으나, 메이지 시대 이후 남성 중심 계승 원칙이 확립되면서 여성의 즉위는 금지됐다.

여론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4년 교도통신 조사에서는 일본 국민의 약 90%가 여성 일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이유로는 ‘일왕의 역할 수행에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다.

아사히신문은 관련 논의에 대해 “남성 중심 계승에 대한 집착이 가부장적 인식과 맞닿아 있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