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임금 구조’ 차단 강수…민간 확산·비용부담 ‘과제’ [공공부문 하도급 금지]
정부 “공공이 ‘모범 사용자’ 공정도급 원칙”
저가낙찰·다단계 도급 차단, 임금격차 완화
도급계약 2년·고용승계로 고용불안 개선
공공기관 비용부담, 외주시장 단가도 영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경제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와 함께 노동안전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공공부문 도급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공공부문에서 하도급(2차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6/ned/20260416112706035ydyd.jpg)

정부가 공공부문 도급 구조 전면 개편에 나선 것은 저가 낙찰과 다단계 하도급이 결합된 ‘저임금 외주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단기 계약 반복에 따른 고용불안과 안전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공공부문부터 외주 질서의 기준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단순한 처우 개선을 넘어 ‘최저가 외주’ 중심의 구조 자체를 손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공공 입찰 규모가 큰 만큼 민간 협력업체와 외주 시장 전반의 단가·고용 관행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2024년 기준 공공 입찰 규모는 건설부문을 포함해 약 22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9%에 달해, 공공부문의 기준 변화가 민간 시장 질서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공부문 도급 운영 개선방안’의 핵심은 ▷하도급(2차 도급) 제한 ▷낙찰률 인상 ▷도급계약 2년 이상 유도 등 크게 세 가지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가이드라인 마련과 함께 공공기관 경영평가 반영, 관계부처 합동 점검 등을 통해 제도 이행력을 높일 계획이다.
▶하도급 제한·낙찰률 인상…‘저임금 구조’ 손질=정부는 공공부문에서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전심사를 통해 허용하기로 했다. 사전심사에서는 하도급 필요성과 동일·유사 업무 여부, 예정가격 적정성 등을 검증한다.
공공부문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및 국·공립 교육기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을 포괄한다. 도급 범위도 용역·위탁·도급 등 명칭과 관계없이 공공이 발주하는 계약 전반을 포함하며, 청소·경비·시설관리 같은 단순노무용역은 물론 정규직 전환 자회사와의 계약도 해당된다.
다만 건설부문은 이번 대책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민간·공공을 포함한 건설 분야는 국토교통부가 별도의 불법 하도급 근절 대책을 총괄하고 있어 도급 관리 체계가 별도로 운영된다는 점이 고려됐다.
하도급 원칙적으로 제한한 것은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도급금액이 줄어들고, 이 부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하도급 사전심사제 등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하반기 이후 신규 계약부터 적용되며, 기존 계약은 갱신 시점에서 적정성을 판단하게 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하도급 단계가 늘어날수록 임금이 낮아지는 사례가 확인됐다. 일부 기관에서는 발주기관 노동자가 월 350만원 안팎을 받는 반면, 원도급은 290만~310만원, 하도급은 20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같은 업무라도 외주 단계가 깊어질수록 임금 격차가 구조적으로 벌어진 셈이다.
저가 낙찰 구조도 손질한다. 청소·경비·시설물관리 등 일반용역의 현행 국가계약 기준 낙찰하한율 87.995%를 89.995%로 2%포인트 상향한다. 과도한 가격 경쟁을 막아 적정 임금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급식비(월 14만원), 복지포인트(연 50만원), 명절상여금(기본급 120%) 등 이른바 ‘복지 3종’을 총인건비 인상률 산정에서 제외해 공공기관의 처우 개선 여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교대제 운영, 복리후생 시설 이용 등 근로환경 격차 해소도 병행된다.
▶도급 2년 보장·고용승계…단기계약 구조 개선=고용 측면에선 단기 계약 구조 개선이 핵심이다. 실태 조사를 보면 원도급 계약의 절반 이상(51.3%)이 1년 단위로 체결된 데 비해 하도급은 1년 미만 계약 비중이 35.3%를 기록하는 등 단기 계약이 고착화돼 있다. 근로계약도 도급계약과 동일하게 설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계약기간이 짧을수록 고용도 함께 불안정해지는 구조다.
특히 일부 사업장에서는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11개월 29일’ 등 1년 미만 계약을 반복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1년 이상 근무 시 퇴직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도급계약을 원칙적으로 2년 이상으로 설정하고, 근로계약도 동일하게 체결하도록 유도한다. 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이 유지되도록 고용승계도 의무화한다.
다만 이번 계약 구조 개선은 정규직 전환과는 별개로 추진되는 제도다.
도급업체 근로계약을 2년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 정규직 전환 이슈가 제기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2년을 넘더라도 정규직 전환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수진 노동부 노동정책관은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는 기간제법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대책이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에 따른 원청의 사용자성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도 정부는 선을 그었다. 김수진 정책관은 “노조법상 사용자성은 개별 사안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판단될 문제”라며 “이번 도급 개선방안은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도급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고용안정을 개선하기 위한 운영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의 실제 효과와 민간 확산 범위는 향후 정책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다. 무엇보다 낙찰률 인상과 임금 개선은 공공기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숙제다. 아울러 하도급 제한이 민간 영역으로 확대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공정한 도급 관행을 확립하고, 도급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민간 부문으로도 공정한 도급 구조가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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