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승부수' 던진 황성엽 금투협회장…현실은 '법 개정 대기'

이수아 기자 2026. 4. 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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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트아웃·70% 한도 완화 등 제시…부처 협의 없인 실행 불투명
실무선도 "단기간 추진 어려워"…투자형 확대 등 부분 개편 무게
[이미지=Google Gemini]

K-자본시장 성장을 앞세운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이 '퇴직연금 개편'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지만 관계 부처 협의와 입법이 필요한 구조에 막혀 단기간 추진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도 제시되지 않으면서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신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퇴직연금 개편과 관련한 구체적인 설계안이나 입법 로드맵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황 협회장은 지난 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디폴트옵션 개편 △옵트아웃 도입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위험자산 투자 한도 완화 등을 제시하며 퇴직연금을 적립형에서 투자형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다만 주요 과제 대부분은 법 개정과 정부 협의가 선행돼야 하는 구조다.

◇ 옵트아웃 도입 난항…현실은 '투자형 확대'

황 협회장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수익률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옵트아웃(Opt-Out) 방식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옵트아웃은 별도 가입 의사 표시 없이 자동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투자가 이뤄지고 원하지 않을 때 탈퇴하는 방식이다. 디폴트옵션보다 참여 확대와 투자 전환 효과가 크다. 

다만 해당 구조 도입을 위해서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금투협 내부에서도 단기간 내 추진이 어려운 과제로 분류하고 있다.

투자 경험이 부족한 가입자까지 위험자산에 편입돼 손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디폴트옵션이 2019년 도입 발표 이후 약 2년간의 입법 과정을 거쳐 마련된 만큼 자동 가입까지 포함하는 옵트아웃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금투협은 제도 개편 대신 투자형 상품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이다. 안정형 중심 구조를 축소하고 투자형 상품을 전면 배치하는 방식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현재 디폴트옵션은 안정형 비중이 높아 원리금보장형 쏠림이 나타난다"며 "안정형 메뉴를 축소하고 투자형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금형을 선호하는 가입자의 경우 별도 운용 지시를 통해 기존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유지하는 방향을 검토해 당국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70% 위험자산 투자 한도…"보호 장치가 먼저"

위험자산 투자 한도(70%) 완화 역시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신중론이 이어지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가입자 보호 장치 없이 단순 확대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2015년 40%에서 70%로 확대된 전례를 고려하면 추가 완화 역시 수익률 제고와 함께 손실 가능성 등 위험 관리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협회는 한도 완화에 앞서 가입자 보호 장치와 운용 관리 체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기금형 퇴직연금…정부 주도 속 '관망'

기금형 퇴직연금 역시 정부 주도로 논의가 진행되는 사안이다.

현재 '퇴직연금 기능 강화 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제도 설계가 진행 중이며 정부는 7월까지 세부안을 마련한 뒤 연내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며 "고용노동부와 정부 결정이 선행돼야 하는 사안으로 관련 논의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투협은 기금형이 기존 계약형을 대체하기보다 상호 보완과 경쟁을 통해 퇴직연금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내놓은 퇴직연금 개편안이 방향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관계 부처 협의가 필요한 만큼 향후 추진력이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제도 개편은 법과 감독 규정 개정이 필요해 고용노동부와 금융당국 권한이 크다"며 "금투협은 건의 역할에 머문다"고 말했다.

이어 "디폴트옵션 개편과 위험자산 투자 한도 완화는 오래된 과제인 만큼 정부 의지가 실제 추진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신아일보] 이수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