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송유관은 이미 중국이 잡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를 목격한 산유국들이 전쟁 이후 우회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동 송유관 시장은 이미 중국산 강관이 깊숙이 침투해 있어 국내 기업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가 촉발한 우회 송유관

최근 이란과 주변국 간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일시 봉쇄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걸프 산유국들은 원유 수출의 생명선이 한 곳에 집중된 구조의 취약성을 확인했다. 특히 이란은 전쟁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중동 산유국 사이에서는 송유관 건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중동 ‘중국산 심리스 강관’ 장악

정부 보조금에 기반한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 문제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수 수요가 부진하자 저가 물량 밀어내기로 이어졌다. 통상 규제로 미국 시장이 막히자 중국 강관과 열연·후판이 중동으로 대량 밀려들어왔다. 통상 심리스 강관은 용접 없이 제조하기 때문에 안전성은 높지만 다소 고가의 제품으로 분류되지만 중국이 저가로 공급하며 중동 시장에 자리잡았다.
한국 강관 업계 “저가 경쟁으로 무리할 필요 없어”

한국 강관의 기술력과 품질은 높게 평가된다. 원재료인 열연코일과 후판은 포스코(POSCO)와 현대제철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기본적인 재료의 품질이 높다. 국내 강관 업체들은 대부분 60년 넘는 업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 심리스 강관이 아닌 용접 강관을 생산하지만, 반세기 동안 산업이 이어져온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는 높다. 업계에서는 심리스를 일부 대체하고 있다고 평가할만큼 한국 강관의 용접 기술력은 높게 평가된다.
대규모·대구경 프로젝트가 여는 ‘틈새’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향후 우회 송유관 프로젝트의 규모와 사양이다. 프로젝트가 복수 국가를 관통하는 수천 km급 장거리·대용량으로 기획될 경우, 다소 낮은 가격이라도 규모의 경제로 상쇄할 수 있다.
전체 물량에서 대구경 강관의 비중도 주목된다. 심리스 공법은 대구경 생산에 기술·경제적 한계가 있어, 특정 직경 이상 구간에서는 용접 대구경 강관이 불가피해지는 구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업체에 기회 요인으로 거론된다.
고부가 강관을 공급하는 전략도 검토되고 있다. 강관의 가격만으로는 중국 제품과 경쟁하기 어렵지만, 특정 공정을 통해 고부가 제품을 생산해 납품한다면 다소 비싸더라도 한국 강관에 이점이 있을 것이라는 전략이다.
중동에서 송유관 우회 수출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경우, 기존 중국이 가장 먼저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또, 현지 생산 거점을 갖고 있는 기업이 우선될 확률이 높다. 다만 어떤 노선에서 어떤 직경·압력 등급이 요구될지, 발주 조건과 인증 체계가 어떻게 설정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아, 실제 수혜 범위는 프로젝트 구체화 과정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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