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인생 망하거나 역전되지 않아…만약 그렇다면 도박 시도하는 것”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
|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조지 클루니는 1999년 미국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의학 드라마 ‘ER’에서 하차하고 영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유명 배우가 되려면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성공. ‘황혼에서 새벽까지’로 영화계에 데뷔해 ‘어느 멋진 날’, ‘배트맨과 로빈’ 등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배우가 됐다.
데이비드 카루소도 같은 이유로 경찰 드라마 ‘NYPD 블루’에서 하차하고 영화계로 진출했다. 하지만 영화 ‘제이드’는 흥행에 크게 실패했고 그는 드라마로 돌아갔다.
둘은 같은 선택을 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시기, 환경, 개인의 역량 등 여러 변수가 차이를 만든 것. 어떤 선택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유명 유튜버 알간지는 “인생은 정답 없는 시험지임에도 우리는 정답이 있을 거란 착각에 빠져 성공이라는 답 하나에만 매달린다”고 말한다. 그가 수많은 선택을 하고 실행할 때 자신을 중심에 두는 법에 대해 고찰한 ‘더블 클릭’(생각정원)은 올해 1월 출간된 지 3개월 만에 1만9000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알고 보면 간단한 지식’을 뜻하는 알간지는 2019년 첫 영상을 올렸고 현재 구독자가 112만 명에 이른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빨간색 악마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는 연예인, 영화, 광고, 음식, 사회 현상 등 여러 주제를 다루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내용을 영어로 함께 전달해 영어도 배울 수 있다.
‘더블 클릭’을 읽은 독자들은 “완벽한 시작, 완벽한 성공이란 없다. 그냥 계속 선택하고 행동하면 된다는 메시지가 울림을 준다”, “선택의 두려움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고 했다. 알간지 작가를 지난달 26일 전화 인터뷰했다. 박재호 생각정원 대표(53)는 지난달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알간지 작가는 여성이며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구독자들은 그를 ‘간지 언니’라고 부른다. 그가 첫 책인 ‘더블 클릭’을 내는데는 5년이 걸렸다. 출판사 수십 곳에서 출간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거절했다. 한데 2020년 생각정원 마케터의 메일을 받고 마음을 바꿨다.
“다른 출판사 분들은 기획안을 제시하셨는데요, 그 분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좋아하고 도움이 된 인물에 대해 얘기했어요. 마음에 와 닿았어요. 저도 콘텐츠로 다루는 인물에게서 위로받기도 하거든요. 서로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죠. 이런 분이 일하는 출판사라면 책을 내보고 싶었어요. 그 전에는 ‘내가 뭐라고 책을 쓰나’라고 여겼는데 그 생각을 바꾸게 됐어요.”

그의 영상을 본 박 대표는 “재미있고 깊이가 있었다. 편집자들도 모두 좋아했다”고 말했다.
여러 주제를 논의하다 선택과 실행을 다루기로 했다. 그가 구독자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진학 취업 결혼을 비롯해 각종 선택지 앞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요. 이에 답하기 위해 계속 생각해 왔고요.”
하지만 글을 쓰는 건 너무나 힘들었다.
“썼다 버리기를 수십 번 반복했어요. 책은 영상보다 구성이 훨씬 더 탄탄해야 하잖아요. 종이에게 미안한 일을 해선 안 되고요.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네가 뭔데 이런 말을 하느냐’는 의심이 들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 압박감에 짓눌렸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치가 있을 거라 여기려 애썼습니다.”
박 대표는 그가 숱하게 고쳐 쓰고 출판 작업 전반에 대해 파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계약을 하면 60~70%는 2~3년 안에 책을 냅니다. 작가님처럼 오래 걸리는 경우는 10~20% 정도 돼요. 나머지는 계약이 파기되고요. 글쓰기에 이 정도 진심을 가진 분이라면 언젠가는 책이 나올 거라 믿었습니다. 충분하다고 해도 작가님은 원고를 계속 추가하고 또 뺐어요.”

제목 ‘더블 클릭’은 작가가 지었다. 아이콘을 한 번 클릭하면 선택, 두 번 클릭하면 실행을 뜻한다. 부제 ‘진짜 ‘나’를 선택하고 실행하는 법’ 역시 그의 아이디어다. 책 디자인도 악마 캐릭터색에 사용한 빨간색과 검은색을 활용해 제안했다. 박 대표는 “디자이너가 ‘감각이 뛰어나다’며 작가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책 5555권에 직접 사인하겠다고 자청했다. 꼬박 일주일이 걸리는 중노동이었다.
“알맹스(구독자 애칭)에게 뭔가 드리고 싶은데 사인은 제가 몸을 쓰면 할 수 있잖아요. 출간 기념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100초 안에 그림을 그리며 놀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그는 평소 뉴스를 많이 본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는 구독한다. 흥미 있는 주제를 발견하면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는다. 그리고 콘텐츠를 만든다.
“검색하면 결과물만 나오지만 책에는 헤맨 이야기가 나와요. 그런 과정을 보며 많이 배웁니다.”
그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밀고 나간다. 그가 멋지다고 여긴 이가 나온 미국 대학과 전공을 선택한 게 대표적이다.
“부모님이 제가 진심으로 원하는지 확인하려고 유학원, 진로 담당자 등에게 데려가 발표해보라고 했어요. 제 생각을 여러 번 얘기하면서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유튜버가 된 계기를 묻자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뭔가를 주는 게 즐거워요. 재미 때문에 시작했지만 줄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했습니다. 제가 영어 공부를 쉽게 할 수 있는 ‘꼼수’를 엄청 찾아다녔거든요. 그 경험도 살려 콘텐츠에 담았습니다.”
구독자가 50만 명에 이르자 강박이 생겼다. 압박감에 짓눌렸지만 쉬면 망할까봐 두려워 버티다 번아웃이 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울고 산책하고 바다도 봤어요. 운동선수들이 슬럼프를 극복한 법도 찾아 읽었고요. 제 의지로만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다 불을 막아주는 나무인 방화수(防火樹)를 알게 됐다. 두꺼운 코로크층 껍질이 있는 굴참나무, 줄기에 물을 많이 머금고 있는 동백나무…. 글쓰기도 할 수 없어 종이에 대해 생각하다 나무 책을 본 것이다.
“멈춤이 저를 지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인생에서 불이 나도 회복할 수 있는 나만의 방화수를 찾으려 했죠. 식물 가꾸기, 강아지랑 놀기 등이에요. 앞으로 책을 낼 기회가 또 생긴다면 재밌는 정보를 담은 만화책을 내고 싶습니다.”
| ■‘더블 클릭’(생각정원·2026년)은…. |
| 유명 유튜버 알간지가 스스로를 믿으며 선택하고 실행하는 법에 대해 썼다. 인생은 유튜브 알고리즘과 닮아서 몇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생성된 알고리즘이 삶에 불쾌한 것을 들여보낼 수 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가고 싶은 방향을 고르면 된다. 그러면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바뀌며 삶의 알고리즘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선택을 하려면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1980년대 초 미국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데이비슨은 위기에 처했다. 이에 당시 세계 1위 기업인 일본 도요타의 자동차 생산 방식을 적용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70%에서 28%까지 떨어졌다. 결국 할리데이비슨은 자유를 상징하는 자기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실적을 회복해 나갔다. 취약함도 받아들여야 강해질 수 있다. 유튜버 구르님이 자신의 휠체어에 스티커를 붙여 꾸미자 ‘탈 수 밖에 없는 것’에서 ‘내 선택으로 꾸민 것’이 돼 휠체어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저자는 울림을 얻었다. 결핍을 없애거나 숨기려 하지 말고 인정해 주자. 선택했다면 움직여야 한다. 실행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완벽한 계획’이다. 한데 완벽한 계획은 애초에 세울 수가 없다. ‘마시멜로 챌린지’가 이를 보여준다. 4명이 한 조가 돼 스파게티면, 테이프, 끈으로 탑을 세우고 꼭대기에 마시멜로를 올리는 실험을 했다. 가장 높은 탑을 세운 팀 2위는 유치원 졸업생들이었다. 1위는 당연하게도 건축가였다. 아이들은 최고경영자(CEO), 변호사, 비서 등 성인보다 더 높은 탑을 세웠다. 아이들은 탑을 만들어 마시멜로를 올려보고 성공하면 더 높은 탑을 쌓는 과정을 반복한 것. 아이러니하게도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은 과제 자체를 해내지 못했다. 마시멜로를 올리자 탑이 무너졌고 주어진 시간은 다 지나갔다. 이들은 리더를 정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은 후 작업을 세분화하느라 정작 탑이 마시멜로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저자는 큰 고비를 만났을 때는 멈춰 설 수 있어야 새로운 시작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삶에는 언제나 ‘다음’이 있다는 걸 기억하라”고 당부한다. 숱한 선택과 실행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다양한 사례를 들어 쉽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냉장고가 TV를 삼켰다…헝가리 ‘포퓰리즘 원조’의 몰락[딥다이브]
- “유산 다툼에 굴착기로 집 부숴” 유언장 부재가 남긴 ‘노윌 비극’
- 버티기, 셧다운, 패닉… 전쟁 48일째 ‘에너지 공급망’ 한계 내몰려
- 원유 석달치 2.7억 배럴… 나프타도 한달분량 확보
- 드론 소리에 화들짝…늑구, 풀숲서 자다가 벌떡
- 미스 이란 “국민에 1달러도 안간다”…韓, 7억 지원 비판
- 트럼프, 이번엔 예수 품에 안겼다…이미지 올린뒤 “꽤 좋네”
- [김순덕 칼럼]황당 X에 잡힌 李, 대통령 주변이 단단히 고장났다
- 백악관 “휴전 연장 요청 안해…종전 합의엔 긍정적”
- 노동절, 휴일대체 불가…출근땐 최대 2.5배 수당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