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사자"…믿을 건 반도체 실적, 기대할 건 화장품

최근 코스피가 6,000포인트를 재탈환하며 사상 최고치인 6,300선을 향한 강력히 달려라고 있는 가운데, 중동 전쟁 등 대외적인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장은 이를 종전으로 가는 가닥이 잡아가고 있다. 빈센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장세를 1년 전 관세 전쟁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저점과 비교하며, 외국인의 수급이 조금만 보태진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눈높이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빈센트는 "밀리면 사자라는게 우리 시장이 체력적으로 체질적으로 장기 투자할 만한 시대가 왔다라는 것"이라고 조언하며, 5월이 지나고 나면 좀 더 구체적인 방향성이 잡힐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유가 상승 등 비용이 높아지는 사회 구조는 이제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주식 시장은 이러한 악재를 이겨낼 수 있는 또 다른 호재, 즉 실적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PC나 스마트폰 부품을 넘어 데이터 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경기에 다소 둔감해지는 업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전자에 이어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빈센트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산업이 더 이상 사이클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인정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그 근거로 장기 고정 가격 계약(LTC)의 비중 확대를 들었다. 이는 과거의 반복된 패턴에서 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반도체 산업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또 AI 혁명은 아직 그 실체가 온전히 정의되지 않았고 승자 독식의 시대가 오기까지 여전히 확장성 측면에서 갈 길이 멀다. 그 중심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시차를 두고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에 놓여 있다. 빈센트 애널리스트는 "불확실할수록 확실한 것에 대한 배팅과 쏠림이 있을 것"이라며 확실한 숫자가 찍히는 반도체라는 주도주를 꽉 잡고 가는 전략이 유효함을 재차 확인했다. 이와 동시에 실적은 견고하지만 주가가 철저히 소외되었던 화장품 업종에 대해서도 역발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IMF가 전망한 것처럼 미국 경제가 2.3%의 상승세를 유지하며 소비가 탄탄해질 경우 이에 가장 높은 노출도를 가진 화장품 업종이 연말쯤 의미 있는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분수령은 5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으로 봤다. 이번 회담은 에너지 공급망의 재편과 페트로 달러 시스템의 위상 변화 등 거시적인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시장은 이미 전쟁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낮아진 상태이며, 만약 협상 결렬 등으로 시장이 일시적으로 무너진다면 그것은 전쟁 변수보다는 수면 아래에 있는 경기 둔화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또 한국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피버팅되는 과정에 있음을 고려할 때, 조정 시마다 매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향한 현명한 투자 행동이 될 것이라고 빈센트는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