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교사' 지한구 씨 "35년 공장 일한 엄마, 내 인생의 가장 큰 스승"

이유민 기자 2026. 4. 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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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방송 캡처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인간극장'에서 학교와 가정, 그리고 자신만의 시간을 오가며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지한구 씨의 삶이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16일 방송된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인간극장'에서는 교사로 일하고 있는 지한구 씨의 하루가 그려졌다. 빵을 들고 어머니를 찾은 그는 함께 간식을 나누며 다정한 시간을 보냈고,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오랜 세월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두 아들을 길러낸 부모의 삶은 지한구 씨에게 가장 큰 유산이었다. 공장에서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남을 돕던 어머니의 모습은, 어린 시절엔 몰랐던 깊이를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한 가치였다. 지한구 씨는 "그때는 넉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부모님이 남겨준 진짜 유산"이라고 말했다.

ⓒ'인간극장' 방송 캡처

어머니에게서 부지런함을 물려받은 그는 학교에서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날 저녁에도 다시 학교로 향한 지한구 씨는 아침마다 선물을 전하던 '마니또' 상대를 위해 텀블러와 쿠키를 챙겼다. 몰래 선물을 두고 돌아서는 길에서도 그는 상대가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뿌듯해했다.

다음 날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기초학력진단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교실로 들어서는 지한구 씨의 표정에는 학생들이 거친 세상에 지지 않고 힘차게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시험이 끝난 뒤 그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결과를 걱정하기보다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한 태도를 먼저 살폈다. 설령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그 역시 성장의 일부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묻어났다.

ⓒ'인간극장' 방송 캡처

이날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헬스부 오리엔테이션이었다. 새로 모인 학생 17명 앞에서 지한구 씨는 "전부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이 목표"라며 의욕을 북돋웠다. 보디빌딩 대회 출전까지 꿈꾸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며 가능성을 넓게 열어두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첫 수업에서는 낯선 기구와 무게에 어색해하던 학생들이 차츰 운동에 적응해갔다. 지한구 씨는 자세를 일일이 봐주며 천천히, 정확하게 움직이는 법을 알려줬다. 이후 선배가 직접 단련된 몸을 보여주는 시간에는 신입생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선배 도혁의 몸을 본 학생들은 말을 잇지 못했고, 헬스부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하는 듯했다. 누군가는 과거 선배의 몸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제 자신이 그 자리에 들어온 것이 신기하고 재밌다고 했다.

ⓒ'인간극장' 방송 캡처

학교에서의 뜨거운 일상을 마친 뒤 지한구 씨는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 철저하고 꼼꼼한 성격답게 짐을 하나하나 챙긴 그는 "누군가의 스승이라는 이름도, 가장이라는 무게도 잠시 내려놓고 오직 지한구라는 한 사람으로 쉬고 싶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중 하나인 구룡포였다.

구룡포에 도착한 그는 러닝과 운동, 독서, 글쓰기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웠다. 바다를 바라보며 혼자 식사를 하고, 단골가게에 들러 홍게를 포장한 뒤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모습도 담겼다. 그는 "늘 전력 질주하며 살다 보니 소진될 때도 있다"며 "이런 시간을 가지면 다시 채워져서 집에 가면 아이들에게도 더 잘해주게 된다"고 털어놨다.

특히 글쓰기는 그에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 의미를 지녔다. 그는 글을 써 받은 고료를 모아 제자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수업 후 조용히 찾아와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 인사를 건넸던 순간을 떠올리며, 지한구 씨는 그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세상의 이로운 일은 결국 누군가의 곁을 지켜주는 일"이라는 생각을 오래 품고 있었다.

ⓒ'인간극장' 방송 캡처

10년 만에 교사가 된 그는 힘들게 이룬 꿈을 가볍게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신이 겪어온 고생이 지금의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하고, 학생들 곁에서 더 열심히 서 있게 하는 추진력이 됐다는 것이다. 헬스부 활동 역시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응원이자 좋은 어른으로 남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었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한구 씨는 다시 아빠의 자리로 복귀했다. 아이들은 아빠가 사온 선물을 반기며 웃었고, 가족은 금세 북적이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지내는 모습을 보자 그는 "제 자리가 점점 좁아지거나 빈자리가 안 느껴지면 안 되는데"라며 장난스레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간극장' 방송 캡처

이후 아이들과 알까기 게임을 하던 중 결국 둘째 예준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소동도 벌어졌다. 막내와의 승부에서도 좀처럼 봐주지 않는 철없는 아빠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고, 가족은 금세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이끄는 교사로, 집에서는 아이들과 장난을 주고받는 아빠로 살아가는 지한구 씨의 하루는 그렇게 다시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으로 채워졌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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