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ESG 공시 로드맵 초안, 글로벌 표준에 한참 못미처

신연수 기자 2026. 4. 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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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시기‧대상‧채널 및 제3자 인증, 주요국 및 공급망 경쟁국 比 뒤처져
기후금융, 밸류업, K-GX 등 현 정부 추진 정책과도 배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이슈 브리프: 금융위원회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의 문제점과 대안 표지.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 서울=한스경제 신연수 기자 | 금융위원회의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이 공시 시기, 공시 대상, 스코프3(Scope3), 공시 채널, 제3자 인증 등 모든 면에서 주요국 및 우리나라의 공급망 경쟁국들보다 크게 뒤처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금융위가 당초 공시 로드맵 설계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한 '국제적 정합성'과 '정보 유용성' 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평가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15일 금융위의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의 핵심 쟁점을 주요국 및 공급망 경쟁국과 비교하고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 'KoSIF 이슈 브리프'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비교 국가 최초 공시 시기 2025~2027년

금융위는 지난 2월 국제적인 동향 등으로 고려해 연결자산 총액 30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2028년부터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일정 기간 한국거래소 공시로 시행하고 향후 법정공시인 사업보고서 공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KoSIF 분석에 따르면 비고 국가들의 최초 공시 시기는 한국보다 빠른 2025~2027년에 집중돼 있고, 최초 공시 대상 기업 수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훨씬 많았다. 또한 공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0년 안에는 공시 계획을 완료하는 로드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약 1만1000개 기업을 시작으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의무화에 돌입했다. 우리나라의 공급망 경쟁국인 중국은 올해 약 450개, 일본과 대반은 2027년에 각각 약 70개와 120개, 인도는 2023년에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가 시작됐다.

특히 프라임 시장 상장사로 시가총액 3조엔 이상부터 내년 최초 공시를 시작하는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약 7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2028년에는 시가총액 1조엔 이상 기업까지 기준을 적용해 340여개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8년 최초 공시 대상 기업 수가 58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기후 리스크가 높은 산업군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상당수가 장기간 ESG 정보 공백에 놓여 글로벌 투자자의 자본 이탈과 고객사의 공급망 제외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oSIF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국내 기업의 기후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시 대상을 최소 자산총액 2조원 이상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지정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기준인 자산총액 5조원 이상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5~80%를 차지하는 기타 온실가스 배출, 스코프3(Scope3)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스코프3는 기업의 기후 영향, 기업의 기후 관련 재무적 리스크를 평가하는 핵심 정보로 글로벌 투자자와 고객사들이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데이터이다.

실제로 EU ,미 캘리포니아주, 영국 등 주요국과 우리나라 공급망 경쟁국은 대부분 유예 기간을 1년으로 설정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의 인프라와 공시 능력 부족을 이유로 유예 기간을 3년으로 설정해 2031년에 공시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KoSFI는 금융위가 국내 기업의 수용 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표준에 기반한 사실상의 '공시 플랫폼'으로써 기후공시와 다름없는 것으로 평가받는 CDP에 스코프3 정보를 공개하는 국내 기업은 2023년 127개에서 2025년 222개사로 급증했다.

KoSIF는 보고서에서 "해당 기업들은 스코프3 전체 15개 카테고리 중 8개 항목을 이미 산정해 보고했다"며 "스코프3 산정‧측정을 위한 인프라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우리 기업이 스코프3를 충분히 공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KoSIF는 면책 조항을 전제로 스코프3 공시 유예를 3년이 아닌 1년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주요국 ESG 최초 공시 시기 및 대상 비교.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거래소 공시 기간 최소화‧제3자 검증 로드맵 구체화 필요"

ESG 정보의 신뢰성 및 투자 자본 유입과 직결되는 '공시 채널' 역시 논란으로 떠올랐다. 금융위는 기업 부담을 고려해 거래소 일정 기간 거래소 공시로 진행한 후 법정공시인 사업보고서 공시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KoSIF 분석 결과 중국을 제외한 EU, 캘리포니아, 영국 등 대다수 국가들은 법정공시를 채택했다.

거래소 공시는 법정공시와 달리 허위공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고 손해배상 입증 책임도 투자자가 기업의 고의‧과실 및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해 ESG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KoSIF는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법정공시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부담을 고려한다면 거래소 공시를 1년으로 한정하고 단계적으로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공시 정보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핵심 수단인 '제3자 검증'과 관련한 로드맵이 이번 초안에서 누락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EU와 호주 등 주요국은 의무 공시와 동시에, 일본은 도입 1년 후부터 제한적 인증 수준으로 시작해 합리적 인증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KoSIF는 ESG 공시 로드맵 확정 시 제3자 검증의 도입 시기와 그 수준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국제적인 눈높이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내 정책과 정합성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금융(녹색금융+전환금융), 스튜어드십 코드, 밸류업, K-GX 등의 핵심 정책은 모두 투명한 ESG 정보를 깁나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로드맵 초안은 필수적인 ESG 정보의 공백 상태를 장기간 유지시키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종오 KoSIF 사무총장은 "모든 투자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우리나라의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은 투자자와 고객사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며 "이같은 방식으로는 자본시장의 코리아 프리미엄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 전환, 에너지 전환 등 각종 전환 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과감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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