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단골 '케이맨제도' SPC가 최대주주? 여기어때는 지금 침몰 중

최진홍 기자 2026. 4. 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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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사상 최대 실적 올렸으나 묘한 정황들 많아

화려한 수치 뒤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숙박·여행 플랫폼 여기어때컴퍼니(대표 정명훈)가 2025년 매출·영업이익·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퍼펙트 시즌을 완성했다. 실제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여기어때컴퍼니의 2025년(제11기) 매출은 2,7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732억원으로 29.4% 급증했고 당기순이익도 604억원으로 26.6%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6.2%로 전년 22.7%에서 3.5%포인트 개선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성적표다.

문제는 숫자 너머의 현실이다. 실적표 이면에 깔린 지배구조 격변과 출구전략 부재, 사업구조 편중이라는 복합 리스크는 우려를 넘어 공포의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때 야놀자와 어깨를 견주며 한국을 대표하는 OTA로 활동했으며 지금도 플랫폼 원툴로 보면 어느정도의 존재감은 있지만, 매각을 위해 달려가다 스텝이 꼬여버린 지금의 상황을 작금의 홈플러스 사태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는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사진=여기어때

최대주주 '통째 교체'…케이맨 SPC 뒤 실질 지배자는 누구?
먼저 거버넌스 리스크다. 

여기어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최대주주는 Trailblazer Ltd.로 지분율 88.60%를 보유하고 있다. 전기말 최대주주였던 Vacance Company Limited의 지분율은 80.8%에서 2.32%로 수직 낙하한 것으로 확인된다. 1년 사이 대주주가 사실상 완전히 교체된 것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Trailblazer Ltd다. 정체를 알 수 없다. 다만 취재 결과 기업들의 조세회피처로 이름이 높은 케이맨제도 계열 특수목적법인(SPC)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모기업 또는 실질 지배자에 대한 공시 정보는 감사보고서 내에 별도로 기재되지 않았다.

대주주 변경의 배경은 CVC캐피탈이 아시아 5호 펀드에서 보유하던 여기어때 지분을 컨티뉴에이션 펀드로 이관한 것과 맞물린다. 매각이나 상장(IPO)을 타진했지만 진전이 없자 장기 투자로 선회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최종 실질 지배자를 추적하기 어려운 다층적 해외 법인 구조는 그 자체로 거버넌스 리스크라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여기에 주요 경영진 보수가 45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반면 배당은 '제로'라는 점도 지배구조 논란에 기름을 붓는 대목이다. 여러모로 희한한 구조다. 실제로 순이익 604억원을 전액 사내 유보하며 주주 배당을 한 푼도 실시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익잉여금은 1190억원에 달한다. 전기말(591억원) 대비 단 1년 만에 101.2% 급증한 수치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배당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엑시트 전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금을 최대한 쌓아두려는 의도로 읽힌다는 분석이다.

한편 여기어때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으나 결제대행사 수수료 381억원, 광고선전비 313억원, 지급수수료 208억원 등 고질적 비용 구조가 여전히 수익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특히 지급수수료는 전기(170억원) 대비 22.1% 급증해 외부 파트너·중개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퇴직급여 제도 전환(DB→DC)에 따른 126억원 규모 일시 정산 비용이 현금흐름을 직격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전기 725억원에서 당기 607억원으로 16.3% 감소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리스크는 또 있다. 기타유동부채 내역에서 선수금은 621억원(전기 566억원)으로 당기 유동부채 내 최대 단일 항목이다. 고객이 미리 결제한 예약금을 서비스 제공 전까지 부채로 계상한 것이며, 이는 대규모 소비자 분쟁이나 서비스 장애 발생 시 대규모 환불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 리스크다.

아예 우발부채 영역까지 시야를 넓히면 경계해야 할 수치가 더 있다. 당장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은 2건·1,552만원으로 미미해 보이지만, 외화지급보증이 최대 4230만 달러(약 580억원 상당)에 달한다. 환율 변동 시 부채 부담이 급증할 수 있는 구조다.
사진=갈무리

아웃바운드 승부수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일본 법인과의 자금 거래
여기어때컴퍼니는 2025년 1월 온라인투어(현 여기어때투어) 지분 100%를 2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숙박 예약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해외 패키지·항공권 등 아웃바운드 역량을 더하겠다는 포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실패했다. 여기어때투어의 FY2025 매출은 400억원으로 12.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79.2% 감소한 5억6000만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급여, 광고선전비, 지급수수료 등 비용이 20.4% 급증한 탓이다. 외형은 커졌으나 수익성은 처참해졌다.

이런 가운데 인수 후 불과 14개월 만에 무증자 흡수합병이 완료됐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합병비율은 1:0(무증자합병), 합병등기일은 2026년 4월 9일이다. 2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자산을 본체에 흡수시키면서 인수 시점의 가치 산정이 적정했는지, 영업이익 79% 급감의 부담이 본체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여기어때의 내부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한편 여기어때는 일본 현지 OTA 시장 진출을 위해 100% 자회사인 일본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그리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특수관계자 거래 규모가 491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여기에 일본 법인(GC Company Japan)에 대한 수수료 지급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해외 법인과의 내부 거래 적정성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층적 해외 법인 구조 아래에서의 자금 이동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직결되는 만큼 향후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자 비용 리스크도 뇌관이다. 

취재 결과 CVC캐피탈이 여기어때 인수 시 조성한 약 55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은 금리 7% 수준이었으며, 회사는 2025년 하반기 하나증권 단독 주선으로 리파이낸싱을 추진해 2%포인트가량 금리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SPC 구조를 통해 여기어때의 캐시플로로 이자를 상환하는 구조인 만큼, 실질적인 현금 부담은 여기어때 본체에 귀결된다는 설명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607억원 수준인 상황에서 수백억원대 이자 비용은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 이 지점도 눈여겨 봐야 할 포인트다.

공정위·검찰·집단소송 '4단계 법적 리스크'

'쿠폰 갑질' 논란도 심각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최근 7년간 총 1140억원의 할인 쿠폰을 발급하고 약 31%에 해당하는 359억원 상당의 미사용 쿠폰을 소멸시켰다. 공정위는 이를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해 10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6년 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의무고발요청권을 행사해 공정위에 검찰 고발을 요청했고, 같은 해 3월 1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여기어때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광고 쿠폰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한국중소형호텔협회도 2025년 9월 회원사 11곳과 함께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협회 측은 5,000~8,000여 개 업체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선발대 소송 승소 시 순차적 손해배상 청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어때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리 공방 중이다.

공정위 과징금→중기부 의무고발→검찰 압수수색→업계 집단소송이라는 4단계 법적 리스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감사보고서상 피소 소송 가액은 1552만원에 불과하지만, 집단소송이 본격화되고 검찰 수사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재무적 충격은 현재 공시 수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
정명훈 대표. 사진=여기어때

'숙박 원툴' 한계…야놀자는 클라우드·SaaS로 체질 전환
여기어때가 직면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업구조의 편중이다. 

수익 구조를 보면 광고료수익 1181억원, 수수료수익 1194억원, 객실판매수익 417억원으로 매출의 대부분이 국내 숙박 광고료와 수수료에 집중돼 있다. 플랫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쟁사인 야놀자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야놀자는 여행·여가 예약 플랫폼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클라우드 사업에서 트랜잭션·서브스크립션·데이터 등 세 가지 솔루션을 축으로 B2B SaaS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야놀자클라우드는 전체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발생하며, 200여 개국 133만 개 이상의 여행 서비스 공급자와 1만8,000개 이상의 판매 채널을 연결하는 글로벌 통합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여기어때의 해외 진출은 일본 법인(GC Company Japan)을 설립해 첫 해외 법인을 출범시킨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마저도 애매한 자금 흐름에 가려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야놀자가 '플랫폼+솔루션' 양날개 전략으로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사이, 여기어때는 국내 숙박 중개라는 단일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발 아래의 늪은 점점 깊어지는 분위기다. 당장 출구전략의 부재는 CVC캐피탈에게도, 여기어때 자체에도 가장 큰 숙제다. CVC캐피탈은 2024년 초 BofA메릴린치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경영권 매각에 나섰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IPO까지 선택지로 올렸지만 역시 속도가 붙지 않았다. IB업계에서는 플랫폼 기업 밸류에이션 거품이 꺼진 가운데 OTA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IPO가 재추진될 경우에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46만9,000주의 주식선택권(스톡옵션)이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시 희석 효과로 밸류에이션에 부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CVC캐피탈이 희망하는 기업가치 1조5000억원 수준을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2026년 3월 서울중앙지검이 쿠폰 소멸 혐의로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법적 리스크까지 가세했다. 공정위 과징금, 집단소송, 검찰 수사가 삼면에서 압박하는 상황은 IPO든 매각이든 엑시트 타이밍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기어때의 실적이 좋아졌다지만 그 보다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숫자들이 더 많아졌다"면서 "이대로면 위험하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