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제도화 속도내는 글로벌 시장…한국만 입법 공백
민간 앞서가는데 법은 제자리…산업 경쟁력 '흔들'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6/552778-MxRVZOo/20260416101419989ptym.png)
글로벌 주요국들이 가상자산 제도화 실행에 들어선 사이 한국은 민간 시장의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며 입법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여전히 한국은 관련 기본법 논의가 핵심 쟁점에서 멈춰 서며 정책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
1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들이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안으로 빠르게 편입하고 있다. 규제의 초점도 단순한 허용 여부를 넘어 시장 참여자의 책임과 의무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최근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자(PPSI)에 대해 기존 금융기관과 같은 수준의 자본금, 유동성, 고객 자산 수탁, 상환 절차 요건을 부과하는 규정안을 승인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사실상 은행업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도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는 가상자산을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금융상품으로 재정의하는 금융상품거래법(FIEA) 개정안을 각의에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약 105개 암호화폐에 내부자거래 금지와 공시 의무가 확대된다. 2028년부터는 암호화폐 수익에 20%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방안도 예고하며 금융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제도적으로 굳히고 있다.
홍콩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를 선정하며 시장에 속도를 냈다.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주도의 합작법인인 앵커포인트 파이낸셜은 지난 10일 홍콩 금융관리국(HKMA)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를 부여받았다. 지난해 홍콩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시행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왼쪽)와 제레미 알레어 써클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두나무에서 열린 '국내 디지털자산 혁신 및 교육 위한 MOU'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두나무]](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6/552778-MxRVZOo/20260416101421329wcuu.jpg)
◆민간은 앞서가는데 제도는 제자리
이처럼 주요국이 제도적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고 실행에 나선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민간의 움직임이 제도를 훨씬 앞질러 가고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은 최근 국내 거래소 두나무, 빗썸과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 범위를 넓혔다. 테더도 국내 4대 금융지주에 협력을 제안한 상태다. 시중은행과 카드사 역시 블록체인 기반 결제·송금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한국은행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예금 토큰 연계 논의를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발행사의 진출과 금융권의 실증, 중앙은행의 실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포괄해 규율할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지 못한 채 입법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논의가 지연되면서 연내 입법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 공백이 단순한 입법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데 규칙은 없다. 책임의 경계는 흐려지고 이용자 보호 장치도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 금융권과 손잡고 시장 선점에 나서는 사이 한국은 제도 설계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표준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더는 논의만 반복할 시간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민간은 이미 새 시장을 맞을 준비를 마쳤지만 제도가 멈춰 있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본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가상자산 시장의 흐름이 '규제 논의'에서 '강제 집행'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은 오는 7월 MiCA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고, 미국도 GENIUS법 시행세칙 제정을 거쳐 11월 발효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역시 100개가 넘는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하고 세제 개편 일정까지 제시했다.
반면 한국은 민간의 기술력과 시장 참여 의지가 글로벌 수준에 올라왔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는 여전히 합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입법 지연 자체가 리스크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발행사들이 국내 금융권과 손잡고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에서 제도 지체가 길어지면 한국은 글로벌 표준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재무부와 FDIC 등 4개 기관이 협력해 GENIUS법 시행세칙 제정에 속도를 내는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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