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논문·특허’ 중국이 미국 추월…2030년 세계 1위 가시권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인덱스 보고서
2030년 인공지능 최강국 목표 중국
“올해 미국 우위 거의 따라잡았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학술대회로 꼽히는 뉴립스(NeurIPS,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를 둘러싸고 요즘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회 주최 쪽이 오는 12월 열리는 2026년 행사에 미국의 제재 대상 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참가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자, 중국과학기술협회(CAST)가 대회를 전면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열린 대회에 제출된 논문들의 제1저자 국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나라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만약 모든 중국 연구자들이 논문을 철회한다면 행사는 완전히 망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처는 “이번 논란은 인공지능 기술이 점점 더 핵심적인 경제·군사 자원으로 인식되는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인공지능 연구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1위의 인공지능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후 지난 10년간 체계적이고 일관된 인공지능 육성 정책을 펴왔다. 목표 시점을 5년이나 앞둔 지금,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거의 해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 논문 발표·특허 출원 압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여전히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모델과 특허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논문 발표량과 인용 횟수, 특허 출원 건수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매년 이맘때 발표되는 이 보고서는 전 세계의 인공지능 흐름을 종합적으로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의 올해 보고서는 “2025년 초 이후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 모델 순위가 여러 차례 서로 자리를 바꿔왔다”며 “2025년 2월엔 중국의 딥시크-RI이 잠시 미국 최고 모델과 동률을 기록했고, 2026년 3월 현재는 앤스로픽의 최고 모델이 중국의 딥시크 등을 단 2.7% 차이(아레나 점수 기준)로 앞서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이 50개, 중국이 30개로 평가됐다. 반면 중국은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100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33편에서 2024년 41편으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은 여전히 인공지능 연구자와 개발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지만, 전문가 유입이 최근 들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2017년 이후 미국으로 이주하는 인공지능 전문가 수는 89% 줄어든 반면, 2025년 한 해에만 감소율이 80%나 됐다. 감소세가 급격히 가속됐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만한 성과 내는 한국, 그러나
주목할 만한 모델 역시 한국이 5개로, 격차는 크지만 두 나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4개는 엘지AI연구원이 개발한 모델이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프랑스, 영국, 캐나다, 홍콩 등 다른 선진국들이 각각 1개씩인 점을 언급하며, 이 부문에서 단독 3위를 기록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인공지능 세계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 수석은 AI 채택률 증가율 1위,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1~2위, 산업용 로봇 4위를 차지한 것도 주요한 성과로 소개했다. 그러나 최상급 인공지능 인재의 해외 순유출과 지나친 남성 편중(82.5%) 등은 문제로 지적됐다.

인공지능, 시계 읽는 건 아직 낙제 수준
보고서는 그러나 모든 부문에서 인공지능 역량이 다 똑같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예컨대 최첨단 모델은 이제 박사 수준의 과학 문제, 다중 모드 추론, 수학 경시대회 문제 등에서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거나 능가하고 있다.

반면 일관성 있고 현실적인 비디오 생성, 아날로그 시계 읽기, 전략을 세우고 단계별로 실행하며 검증해 나가는 다단계 계획 관리, 재무 분석 수행, 전문가 수준의 학술 시험 답변 등에서는 인공지능이 여전히 뒤처져 있다. 아날로그 시계 읽기의 경우 앤스로픽 첨단 모델의 정확도는 8.9%에 불과했고, 가장 뛰어난 모델의 정답률도 50%에 그쳤다. 로봇의 경우엔 옷 개기나 설거지 같은 가사노동 성공률이 12%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또 뛰어난 모델일수록 오히려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주목할 만한 모델의 90% 이상이 민간 기업에서 개발되면서 폐쇄성이 강해지고 있다.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등의 첨단 모델은 학습 코드나 매개변수 개수, 학습 데이터의 크기, 학습 시간 등을 더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25년 출시된 가장 주목할 만한 모델 95개 중 80개가 학습 코드 없이 공개됐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콘텐츠가 더 많아져
보고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3년 만에 전 세계 인구의 53%가 사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는 개인용 컴퓨터나 인터넷 보급보다 빠른 속도”라고 밝혔다. 검색엔진 최적화(SEO) 기업 그래파이트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1월 챗지피티(ChatGPT) 출시 이후 인공지능이 생성한 콘텐츠가 비약적으로 늘어 2025년 1월을 기점으로 새로 게시되는 온라인 콘텐츠의 5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시스템 운용에 투입된 전력과 물 온실가스 등 모든 측면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예컨대 2025년에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 기업인 엑스에이아이(xAI)에서 만든 그록4(Grok 4)의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정치는 7만2816톤이다.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의 전력 용량은 29.6GW로 뉴욕주의 최대 전력 수요와 맞먹는 수준이다. 오픈에이아이의 GPT-4o 추론에 필요한 연간 물 사용량은 1200만명의 연간 식수 섭취량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불안 ‘오락가락’
전문가와 일반 대중 사이의 인식 차이도 크다. 인공지능 전문가의 73%는 인공지능 기술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낙관적이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일반 대중은 23%에 불과했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지 아니면 일자리를 줄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반반이었다. 한국은 새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보는 사람이 63%로 더 많았다. 반면 서유럽 나라들은 새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보는 사람이 40%대로 더 적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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