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택시 100대가 동시에 멈췄다. 1시간을 갇혔다”…‘AI실험장’된 대륙[박세희의 ‘차이나 스캔’]
자율주행택시 100대 도로 멈춰
승객 1시간 넘게 구조 기다리고
차량·보행자 충돌 등 사고 속출
배우들 숏폼 드라마에 얼굴 도용
회사선 직무 AI대체… 해고 늘어
AI, 메일·메신저 말투까지 학습

베이징 = 박세희 특파원

중국의 거리는 지금, 미래 기술의 시험장이자 경고판이다. 자율주행 택시가 도심 곳곳을 누비다 일순간 멈춰 서고, 배우들의 얼굴은 동의 없이 ‘숏폼’ 드라마에 등장한다. 인공지능(AI)이 퇴직한 직원의 업무 스타일과 대화 패턴을 그대로 학습해 대신 일하기도 한다. ‘일단 깔고 보는’ 중국식 기술 확산 모델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속도와 규모에서 앞서간 대가로,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한발 먼저 온, 다소 섬뜩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멈춰선 자율주행 택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위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사는 19세 대학생 로빈은 지난달 31일 저녁, 근처 월마트에서 장을 보고 캠퍼스로 돌아가기 위해 ‘뤄보콰이파오’(蘿卜快·아폴로 고) 택시를 잡아탔다. 한 교차로에서 택시가 갑자기 멈춰 섰고 로빈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는 차량 내 긴급 구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고객 서비스 담당자와 연결됐고, 담당자는 인터넷 연결 오류 때문이라며 안전을 위해 차에서 내리라고 안내했다. 그는 양옆으로 쌩쌩 지나가는 차들 사이를 긴장 속에 내려야 했다.
같은 날 바이두(百度)의 뤄보콰이파오 자율주행 택시 100여 대가 동시에 주행을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샤오훙슈(小紅書) 등 중국 SNS에는 도로에 여러 대의 택시가 멈춰 있는 영상이 확산했다. 일부 승객들은 차 안에 1시간 넘게 갇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행히 모든 승객들이 안전하게 차량에서 내릴 수 있었고 부상자는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SNS에서는 일부 구간에서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런던대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잭 스틸고 과학기술 정책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이 인간 운전자보다 ‘평균적으로’ 더 안전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기술에 대해 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한에서 운행 중인 뤄보콰이파오는 바이두의 6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완전무인자율주행(L4) 차다. 우한은 도시 전체가 자율주행 시범 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자율주행 택시가 상용화된 상황으로 자율주행 택시와 일반 차량들이 함께 도로를 누빈다.
이렇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앞선 사고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충칭(重慶)에서는 이번 사고 차량과 같은 뤄보콰이파오 자율주행 택시가 승객을 태운 채 도로 공사 구역에 빠져 약 3m 깊이의 구덩이로 추락하는 일이 있었다. 12월엔 후난(湖南)성 주저우(株洲)에서 하뤄(哈라·Hello)의 자율주행 차량이 보행자 2명을 치어 중태에 빠뜨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얼굴을 도둑맞은’ 배우들… ‘기술 실업’도 현실화= 중국 연예계에선 AI 발달에 따른 초상권 침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유명 배우 이양첸시(易양千璽) 소속사는 성명을 내고 중국 바이트댄스가 만든 숏폼 드라마 플랫폼 ‘훙궈돤쥐(紅果短劇)’의 AI 드라마 여러 편이 이양첸시의 얼굴을 도용했다고 밝혔다. 문제를 삼은 드라마는 ‘자정 버스’ ‘내게 좋은 환생을 시켜준다고? 좋아, 후회하지 마’ 등 AI로 만든 숏폼 드라마들이다. 소속사는 배우가 실제 출연한 적도 없고 어떠한 AI 합성 권한도 부여한 적이 없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같은 사례가 많아지자 중국 배우 단체도 대응에 나섰다. 중국 라디오·텔레비전 사회조직연합회(CFRTA) 산하 배우위원회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어떤 주체도 본인의 서면 동의 및 정식 허가 없이 영상과 음성을 무단으로 수집·사용·합성·전파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비상업 용도’ 등 표시 역시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세계 최대 오픈소스 개발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에서는 ‘동료 스킬(colleague.skill)’이라는 AI 에이전트 프로젝트가 화제를 모았다. 특정인의 업무 능력을 AI가 복제해 그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특정 직원의 업무용 메신저 대화록과 이메일, 작성한 코드나 문서를 학습시키면 해당 직원이 일하는 것처럼 그대로 할 수 있다.
베이징(北京)시 인력자원사회보장국이 지난해 말 발표한 노동 분쟁 사례에 따르면 직무가 AI로 대체되면서 직원이 해고된 실제 사건들이 등장한다. 한 기술 회사에서 수작업 지도 데이터 수집 업무를 담당해오던 류(劉)모 씨는 2024년 초 회사가 AI 기반의 자유 데이터 수집으로 전면 전환하면서 해고됐다. 류 씨는 해고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중재를 신청했고, 중재위원회는 해당 해고를 위법으로 판단해 회사에 보상금 지급 명령을 내렸다.
거대한 영토와 인구를 활용한 실전 테스트베드화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전략 중 하나다. 이른바 ‘선(先)시행 후(後)보완’ 모델로, 도시 전체를 실험장으로 내던지는 것이다. 속도와 데이터를 중시하는 이 방식은 혁신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동시에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을 발생시키지만, 중국은 이를 감수하면서 실험을 통한 학습과 조정을 선택했다.
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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