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 필승조는 잊어주세요···누가 최고의 ‘플랜B’를 만들고 있나

안승호 기자 2026. 4. 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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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정민.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장면1. 0415 잠실야구장

롯데 선발 김진욱이 7회 2사까지 3안타 무실점의 압도적인 피칭을 하고 있었지만 벤치의 김태형 감독은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3회 이후 1-0 리드에서 추가점이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는 경기 후반 1점 밀당 게임에 강한 LG. 김진욱이 7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2사 3루를 맞은 가운데 타석에 한방 있는 우타자 박동원이 나오자 롯데 벤치는 움직였다. 좌완 김진욱 대신 신인 우완 박정민을 올렸다. 박정민은 초구 체인지업으로 박동원과 호흡 싸움을 시작하더니 삼진으로 불을 껐다.

롯데는 위기 뒤 찬스로 연결된 8회초 1점을 추가한 뒤 8회말 2사 1루에서 전날 박정민에게 홈런을 뽑아낸 오스틴이 등장하자 김원중을 내세워 우익수 뜬공으로 이닝을 끝냈다. 9회에는 새 마무리 최준용으로 아웃카운트 3개를 매조지했다.

지난달 28일 시즌 개막전만 해도 이런 상황이라면 박정민-최준용-김원중으로 이어갔을 롯데였다. 롯데는 ‘플랜B’를 ‘플랜A’로 전환시키고 있다.

KIA 성영탁. KIA 타이거즈 제공

장면2. 0415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KIA는 2회를 보내며 6-1로 앞서갔지만 6-3으로 다시 쫓긴 4회 선발 김태형 대신 롱맨 황동하를 마운드에 올렸다. 황동하가 6-4로 압박이 심해지고 무사 1·2루로 다시 몰린 5회 KIA는 이태양을 시작으로 불펜진을 조기 가동했다. 결과적으로 이태양부터 홍건희-김범수-조상우-성영탁이 각각 1이닝 무실점 릴레이를 하면서 KIA는 추가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켰다.

당초 정규시즌 구상대로라면 최지민, 전상현, 정해영이 등판했어야 할 경기 후반이었다. 이들 선수들이 부진 또는 부상으로 1군 엔트리 밖에서 조정 기간을 거치는 동안 KIA는 ‘플랜B’를 ‘플랜 BEST’ 로 만들고 있다. KIA는 최근 6연승을 달리는 동안 불펜 평균자책 1.75를 찍었다.

오프시즌 그리고 스프링캠프까지 오랜 시간 준비해온 불펜 필승조 카드들을 계획한 그대로 쓰고 있는 팀이 많지 않다. 올해는 KT와 SSG 정도만 외부에서도 알고 있는 구성과 흡사하게 필승조를 운영하고 있다.

승리조 전체를 움직이며 승수를 쌓은 KIA만큼은 아니지만, 대부분 구단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내세우는 새로운 카드 한두 명씩을 새로 확보하며 퇴로 없는 불펜 싸움을 버텨내고 있다.

삼성 장찬희.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고졸 신인 같지 않은 안정적인 피칭의 장찬희를 새롭게 발굴했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1회초 7점을 뽑고도 2회 3점을 내주며 초반이 어지러웠지만 2회 2사 뒤 선발 양창섭을 구원한 장찬희가 3.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끌어준 덕분에 손쉽게 1승을 보탤 수 있었다.

어느새 순위표 상단을 리드하고 있는 LG 또한 사이드암 우강훈이라는 ‘신무기’의 실용성을 확인했다. 과거 임창용을 연상시키듯 꿈틀대는 패스트볼이 시그니처인 우강훈은 올시즌 7경기 등판에 4홀드를 따내며 개막 이후 한동안 어수선했던 필승조를 살려냈다. 우강훈은 추격조를 뜻하는 ‘불펜 B조’로 시즌을 맞았지만, ‘A조’로 이미 이동해 있다.

LG 우강훈. LG 트윈스 제공
NC 임지민. 연합뉴스

NC 역시 당초 외부에서 계산했던 것과 다른 이름들이 승부처에 올라오고 있다. 이준혁, 임지만, 원종해 같은 젊은 투수들이 성장판에 가속페달을 밟으며 불펜 중심부로 들어서 있다.

시즌 초반 위·아래가 없는 혼전의 구도에서 결국 불펜의 ‘플랜B’를 살려내는 게 전체 판도의 승부처가 돼가는 흐름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대전 KIA전 스윕패 이후 고전 중인 한화는 마무리 김서현이 무너지며 새 뒷문지기로 대체 외인 잭 쿠싱을 준비시키는 등 불펜진 긴급 수술에 들어가 있다. 시즌 초반 성패의 분기점이 되고 있다.

두산은 필승 카드로 기대했던 아시아쿼터 타무라 이치로가 7경기 평균자책 12.86으로 계산과 다른 행보를 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히 필요하다.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김정우가 15일 현재 5경기 6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일단은 반갑다. 여기에 키움은 마무리 김재웅을 세워두고 불펜진 조합을 맞춰가는 흐름이다.

경기 후반 ‘별난 일’이 자주 일어나는 KBO리그는 불펜 전력의 가중치가 다른 리그보다 높은 경향을 보여왔다. 새 얼굴들이 벌이는 불펜싸움에 전체 구도 역시 새롭게 짜이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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