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태양광 무분별 생산.. "이러다 다 죽는다" 규제 촉구 [여의도 Pick!]
김나윤 2026. 4. 16. 09:04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현재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불안정과 인공지능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배터리와 태양광 산업이 유례없는 호재를 맞이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산업의 정점에 서 있는 중국 기업 수장들의 입에서는 뜻밖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의 무분별한 과잉 생산이 산업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를 향해 더 강력한 규제와 통제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세계적인 배터리 기업 티앤넝 홀딩스의 장톈런 회장은 “현재 배터리 생산 능력이 시장 수요를 최소 수배, 많게는 수백 % 초과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과잉 공급의 원인으로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지방 정부 간의 무분별한 유치 경쟁을 지목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내에서는 ‘인볼루션’, 즉 치명적인 내부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에너지 저장장치용 리튬 배터리의 평균 가동률은 50%에 머물렀고, 2024년 일부 태양광 제조사의 가동률은 40% 미만으로 떨어지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러한 과잉 생산은 곧바로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홍콩에 상장된 티앤넝 파워의 지난해 순이익은 2021년 대비 무려 42%나 급감했습니다. 세계 2위 태양광 제조업체인 롱기그린 에너지 또한 작년에만 최대 65억 위안, 우리 돈 약 1조 4000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설비 확장 경쟁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만 CATL과 BYD를 포함한 19개 배터리 업체가 약 180억 위안을 투입해 900기가와트시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업계 수장들이 정부에 “정책적인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확실한 계획과 통제를 보여달라”고 호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태양광 분야의 리더들은 구체적인 규제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트라이나 솔라의 가오지판 회장은 기술 경쟁력이 없는 저효율 생산 시설의 신규 진입을 전면 금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롱기그린 에너지의 중바오선 회장은 과거 부동산 위기 때 도입했던 '3대 레드라인'과 유사한 재무 규제를 도입해 부채 비율이 높거나 위험한 기업의 확장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중국 당국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배터리 업체들을 소집해 비이성적인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조기 개입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여기에는 생산 능력 경보 체계 도입과 지방 정부의 투자 유치 행위에 대한 지도가 포함될 예정입니다.
지정학적 위기와 AI 산업이라는 새로운 기회 앞에서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은 과잉 생산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습니다. '양적 팽창'의 시대를 지나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이번 시도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해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김나윤 머니투데이방송 MTN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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