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에 무려 310억짜리…대한항공 조종사들이 파란 캡슐로 들어가는 이유 [영상]

안서진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seojin@mk.co.kr) 2026. 4. 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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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모의비행장치(Full Flight Simulator·FFS)’. [안서진 기자]
문이 열리자 거대한 거미 다리 같은 유압 장치 위 파란색 캡슐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당 가격만 최고 310억원. 웬만한 빌딩 한 채 값을 호가하는 ‘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FFS)’ 12대가 쉼 없이 움직이는 운항훈련센터는 ‘절대 안전’을 향한 대한항공의 집념이 집약된 최첨단 기지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위치한 ‘운항훈련센터’와 ‘제2 엔진 테스트 셀(Engine Test Cell·ETC)’ 등을 공개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경쟁에 앞서 ‘안전에는 타협이 없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했다.

‘조종사 모의비행장치’에서 운항승무원들이 모의 비행 훈련을 하는 모습. [대한항공]
직접 올라타 본 시뮬레이터의 내부는 실제 조종실을 그대로 떼어다 놓은 듯했다. 수백 개의 버튼과 복잡한 계기판, 조종간의 묵직한 질감까지 오차 없이 구현됐다. 훈련이 시작되자 전면 스크린에는 인천공항 활주로가 생생하게 펼쳐졌다.

훈련은 단순히 맑은 날씨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교관실의 통제에 따라 시뮬레이터는 수십 가지 기상 상황을 즉각적으로 재현해낸다. 시야를 가리는 폭우와 천둥번개는 물론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와 강한 횡풍이 부는 악천후 속에서의 착륙 상황이 쉴 새 없이 연출됐다.

훈련 중인 FFS의 모습. [안서진 기자]
특히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나 갑작스러운 엔진 정지 등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 시나리오를 적용해 조종사의 대응 능력을 정밀하게 점검한다.

이동석 대한항공 B737 교관그룹 그룹장(기장)은 “실제 비행 기동과 장비 작동이 99% 일치한다”며 “엔진 화재나 급격한 기압 저하로 인한 기억 상실 등 실제 비행기에선 결코 시도할 수 없는 극한의 비상 상황을 이곳에서 몸으로 익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운항승무원들은 항공법규에 따라 연간 2회 정기비행훈련과 1회 정기 SPOT(Special Purpose Operational Training)훈련을 받는다. 운항훈련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일부 점검일 제외) 가동되며 지난해 이곳을 거친 조종사 수만 연인원 5000여 명이 넘는다.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 전경. [안서진 기자]
대한항공은 현재 운영 중인 12대의 FFS를 통합 이후 3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부천에 건립될 새로운 훈련센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연간 2만 명 이상의 조종사를 교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항공기 엔진 검증하는 ‘최종 관문’ 엔진 테스트 셀(ETC)
대한항공 엔진 테스트 셀(ETC) 전경. [안서진 기자]
훈련센터 인근에는 항공기의 심장인 엔진을 정비하는 또 다른 핵심 시설, 제2 엔진 테스트 셀(ETC)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정비를 마친 엔진이 항공기에 장착되기 전 최종적으로 성능을 검증하는 ‘최종 관문’이다.

지난해 준공된 제2 ETC는 최첨단 항공 엔진 테스트 시설로 최대 6만2000파운드급 엔진까지 테스트가 가능하다. 특히 에어버스 A321neo의 PW1100G 엔진 등 차세대 고효율 엔진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바로 옆 15만 파운드급 초대형 엔진을 테스트하는 제1 ETC와 함께 대한항공 MRO(유지·보수·정비) 경쟁력의 상징으로 꼽힌다.

신(新) 엔진 정비 공장 증축 공사 현장. [안서진기자]
대한항공의 MRO 경쟁력은 통합 이후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ETC 바로 옆에는 공사비 5780억원이 투입된 신(新) 엔진 정비 공장 증축이 한창이다.

연면적 14만㎡, 축구장 20개를 합친 규모로 아시아 최대 수준이다. 2027년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엔진 정비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한 곳에서 소화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자체 정비 가능 엔진 대수도 현재 연 134대에서 2030년 500대까지 늘어난다. 다룰 수 있는 엔진 모델 역시 현 6종에서 12종으로 확대된다. 내년부터는 B787 등에 장착되는 GEnx 엔진의 정비 능력을 확보하고 2029년부터는 에어버스 A350의 트렌트(Trent) 엔진 정비도 시작할 계획이다.

김광은 엔진정비공장장 상무. [안서진 기자]
김광은 엔진정비공장 상무는 “해외 정비 의존도를 낮춰 외화 유출을 줄이고 2030년 매출 5조 원 달성을 통해 글로벌 MRO 시장 10위권 내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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