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자의 세종실록] ‘홀짝제’ 첫날 정부세종청사 주차장 가봤더니

강주리 2026. 4. 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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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5000명 공무원 출퇴근 달라진 일상

이중 주차·틈새 주차 많이 사라져
위반 차량에 곳곳 노란 단속 스티커
공유자전거·카풀·이응패스…각자도생
“출근 시간 두 배… 버스 배차 오래 걸려”
“공무원만 한다고 효과 있나…통제 과해”
유연근무제·재택근무 필요성도 제기
주변 거리 주차 등 ‘풍선 효과’ 부작용도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 주차장에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위반 차량인 홀수 차량에 노란 주차 위반 스티커가 붙어 있다.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 지켜주세요’ -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옥외 주차장에서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들이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부처 44곳이 몰려 있는 국내 최대 행정 집적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는 하루 1만 5000명의 공무원이 출퇴근을 합니다. 도시를 건설할 때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한 친환경 도시를 표방했던지라 다른 신도시와 달리 도로 폭이 좁고 주차장도 부족해 출근 시간이 끝난 청사 안팎 주차장은 늘 만석입니다. 주차된 차량 앞을 가로로 막아 세우는 ‘이중 주차’, 주차 공간이 아닌 곳에 주차하는 ‘틈새 주차’, 청사 인근 공터에 차를 세운 암암리 ‘불법 주차’까지 다양합니다.

중동 전쟁으로 원유 수송길이 막힌 지 한 달이 된 지난 2일 정부는 자원안보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습니다. 이어 지난 8일 0시부터 기존 공공기관에 적용 중이던 승용차 5부제(요일제)를 2부제(홀짝제)로 강화했습니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국공립 초중고, 공공기관 등 약 1만 1000개 기관에 적용됐습니다. 에너지 수급 위기 속에 공공 부문이 에너지 절약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이유에서죠. 참고로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민원인이 이용하는 공영 주차장에는 5부제가 도입됐습니다.

2부제는 홀수일에는 차량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이, 짝수일에는 차량번호 끝자리가 짝수인 차량만 운행이 허용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8일엔 짝수 차량만 공공기관에 들어갈 수 있었죠. 장애인·임산부 동승차량, 전기·수소차, 대중교통 출퇴근이 어려운 임직원의 차량 등은 제외입니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8일 출근 시간대가 끝난 오전 10시 30분 꽉차 있던 평소와 달리 정부세종청사 13동 지하 주차장 한면이 거의 텅 비어 있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8일 출근 시간대가 끝난 오전 10시 30분 꽉차 있던 평소와 달리 정부세종청사 13동 지하 주차장 한 면에 차량 한 대를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8일 출근 시간대가 끝난 오전 10시 30분 꽉차 있던 평소와 달리 정부세종청사 13동 지하 주차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행 첫날 출근 시간대가 끝난 오전 10시 30분, 청사 지하주차장과 청사 인근 공터를 활용 중인 옥외 주차장에 나가봤습니다. 사실 오전 8~9시에 규정을 위반하고 대담하게 주차장에 진입하는 차량은 없었습니다. 그때는 2부제 시행 동참을 홍보하는 공무원들과 전반의 상황을 담으려는 언론 취재 카메라들이 청사 입구에 즐비했었거든요. 당시 진입할 수 없는 홀수 차량들을 회차시키는 통에 청사 주차장 대기줄이 길게 늘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출근길 이후 상황은 좀 달랐습니다.

평소였으면 틈새 주차 등으로 꽉꽉 차 있었을 산업통상부 지하 주차장은 절반 이상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특히 출입구에서 가장 먼 주차구역은 끝번호 짝수 차량 한 대를 제외하고는 전체 주차면에 차가 없었습니다. ‘0, 2, 4, 6, 8’ 등 짝수 차량들 틈에 일부 홀수 차량이 보이긴 했지만 전기차이거나 장거리·2부제·요일제 차량 면제 비표를 받은 차량들이었습니다. 정부청사관리소 직원들의 깐깐한 출입 통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횡단보도 건너 옥외 주차장도 2부제 시행 전엔 주차할 곳이 없을 시각이었지만 한산했습니다. 청사관리소 직원은 “내부 주차장은 청사관리소 측에서, 옥외주차장은 공무원들이 맡아서 했다”며 “홀수 차량들은 2부제 시행이라 끝 번호 홀수 차량은 여기 대면 안 된다고 안내하고 모두 회차시킨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홀수 차량 앞유리에는 2부제 면제 비표가 나붙었습니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8일 출근 시간대가 끝난 오전 10시 30분 정부세종청사 옥외 주차장에 노란색 주차 위반 스티커가 붙은 차량이 곳곳에 보인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8일 출근 시간대가 끝난 오전 10시 30분 정부세종청사 옥외 주차장에 빈 자리가 보이는 가운데 노란색 주차 위반 스티커가 붙은 차량이 곳곳에 보인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8일 출근 시간대가 끝난 오전 10시 30분 꽉차 있던 평소와 달리 정부세종청사 옥외 주차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지각 출근, 유연 근무제 등으로 단속자가 없는 시각에 진입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홀수 차량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매일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정부는 위반자에 대해 ‘삼진아웃제’를 적용합니다. 1회 위반 시 구두 경고, 2회 위반 시 기관장 보고 및 주차장 출입 제한, 3차 위반 시 징계 수순입니다. 곳곳의 위반 차량에는 노란색의 주차 위반 경고 스티커가 붙었습니다. 그래도 첫날 경고 차원이라 그런지 접착면 전체가 아닌 일부만 최소한으로 붙였습니다.

차량을 포기한 ‘끝 번호 홀수 차주’ 공무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도생’ 출근길을 선택했습니다. 공유 자전거나 킥보드를 이용하거나 가족 또는 같은 방향으로 출근하는 동료 공무원들과 ‘카풀’을 선택했습니다. 덕분에 이날 공유 자전거가 청사 주변에 무더기로 주차된 이례적인 장면도 찍혔죠. 월 2만원을 내면 대중교통과 공유 자전거 등을 5만원 한도까지 쓸 수 있는 세종시 대중교통 카드인 ‘이응패스’ 인기도 급상승해 신규 발급했다는 공무원들도 많았습니다.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이응패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고 배차 시간도 더 오래 걸렸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이 있으면 비표를 신청하라지만 눈치도 보이고 받기도 쉽지 않다”며 “바쁜 출근 시간이 두 배 이상 길어졌고 퇴근 후엔 차량이 없으니 장을 보러 가기도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공유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공무원 -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이 공유자전거를 타고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 주차된 끝 번호 홀수 차량에 ‘요일제·차량2부제 제외’라고 적힌 정부청사관리소 발급 비표가 붙어 있다.
지난 8일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첫날 정부세종청사 지하 주차장에 0, 4, 6 등 차량 끝번호 짝수 차량만 주차돼 있는 모습.

전국민 동참이 아닌 공무원들만 해서 얼마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사회부처 공무원은 “공무원만 막아서 얼마나 절감 효과가 있겠느냐. 출장 갈 때도 택시를 타야 할 판이고 주변 길거리나 건물에 주차하는 상황”이라며 “공무원들에게 과도한 희생을 강요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도입에 대해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는 시행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불편을 강요하는 대신 형식적 참여를 넘어 유연근무제나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하는 등 실질적이고 유연한 근무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노조는 “유연근무제의 구체적 운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재택근무·원격근무를 포함한 실행 지침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반면 당정은 승용차 5부제 시행을 통해 월 6900배럴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부제 적용으로 월 1만 7000배럴에서 8만 7000배럴의 석유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죠. 석유 1배럴(159ℓ)은 승용차 연료통(40~75ℓ) 3대를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한 달에 약 5만 1000대에서 26만 1000대 승용차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을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도보로 출근하는 공무원들 - 공공기관 차량2부제 가 실시된 지난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개인형 이동장치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뉴스1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도보로 출근하는 공무원들 - 공공기관 차량2부제 가 실시된 지난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개인형 이동장치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뉴스1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 시행, 공공기관 주차장 ‘여유’ - 자원안보위기 단계가 ‘경계’로 격상함에 따라 공공기관 차량 2부제(홀짝제)가 시작된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임시옥외 주차장이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5·2부제 시행으로 인한 불편을 보험료 인하라는 혜택으로 돌려주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운행 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사고 위험도 등도 낮아질 테니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죠. 지난 13일 국회 중동전쟁 경제대응 특별위원회의 특위 간사인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량 5·2부제 시행에 따라 운행 거리가 줄어든 만큼 보험료 인하 요인이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보험 당국이 보험료율 인하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늦어도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2부제 시행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조금씩 일상에 적응해가면서도 단속을 피해 청사 주차장이 아닌 곳에 주차하는 ‘풍선 효과’ 우려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수는 지키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합니다. 중동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계를 담당하는 산업부를 비롯해 밤늦도록 대내외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 공무원들이 세종청사에는 매우 많습니다. 하루빨리 중동 전쟁이 끝나 공무원도 일반 국민도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날이 오길 바라 봅니다.

강기자의 세종실록
‘강 기자의 세종실록’은 대한민국 행정의 수도 세종시에서 생산되는 정부 정책과 관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시에 포진한 각 정부부처가 내놓는 모든 정책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오늘의 행정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관점으로 ‘세종 현대사(現代史)’를 기록하겠습니다.

글·사진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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