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해임 압박·연준 수사 충돌…워시 인선 ‘초유의 교착’(종합)
트럼프 “파월 잔류 땐 해임”…연준 독립성 정면 충돌
청문회까지 24일·실제 회기 13일…시간도 변수
중동發 유가 급등 속 금리 경로까지 ‘정치화’ 우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해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초유의 교착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법무부 수사, 상원 정치, 통화정책 갈등이 한꺼번에 얽히며 연준의 독립성과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정면충돌 양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연준 리더십 공백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의 발단은 연준 본부 리노베이션 공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사비가 당초 예산보다 약 80% 초과된 점을 집중 문제 삼으며 수사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14일 검사들과 수사관이 예고 없이 연준 공사 현장을 방문해 조사를 시도했지만, 연준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연준 측 법률 대리인은 이번 방문이 법원의 기존 판결을 우회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앞서 연방법원은 연준을 상대로 한 소환장을 기각하면서, 해당 수사가 금리 인하 압박 또는 파월 사퇴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수사는 단순한 행정 문제를 넘어 연준 인사들의 인준에 ‘결정적 변수’로 부상했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수사가 끝나기 전에는 인준도 없다”며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상원 은행위원회가 공화당 13대 민주당 11의 박빙 구도인 만큼, 단 한 표의 이탈만으로도 차기 의장 후보인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의 인준은 좌초될 수 있다.
워시 후보의 인준은 시간 싸움이자 정치 게임으로 변했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가 5월 15일 끝나는 가운데, 상원은 불과 3주 안팎의 기간 안에 청문회와 표결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수사와 정치적 대립이 이어질 경우 청문회 일정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는 파월 의장의 ‘잔류 카드’다. 파월 의장은 후임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법에 따라 ‘임시 의장(chair pro tempore)’으로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동시에 그는 이사 자격으로 2028년까지 재직할 수 있어, 의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연준 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차기 의장 체제에서도 사실상 ‘견제 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자신의 거취를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수사가 완전히 종료되고 투명하게 결론이 날 때까지 이사직을 떠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 결정은 “기관과 국민에게 무엇이 최선인지”에 따라 내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파월이 연준에 남을 경우 후임 인사 지명 기회가 제한되는 데다, 워시가 취임하더라도 내부에서 견제 세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결국 ‘연준 장악’ 전략이 구조적으로 막힐 수 있다는 의미다.
스콧 알바레즈 연준 전 법률고문은 “근거 없는 정치적 수사를 밀어붙이다가 승리를 눈앞에 두고 패배를 자초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월이 이사로 남고 워시가 의장에 취임하는 ‘이중 권력 구조’가 형성될 경우, 시장은 정책 메시지의 주체를 혼동할 수 있다. 이는 통화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금리 경로에 대한 신호가 엇갈릴 경우 채권금리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 연준 통화국장을 지낸 윌리엄 잉글리시 예일대 교수는 “누가 기관을 대표해 발언하는지, 누가 누구를 대변하는지 불분명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시장 충격을 키울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 또는 긴축 유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 리더십 공백이나 정책 혼선이 발생할 경우 시장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워시 후보 역시 딜레마에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해 금리 인하 기조를 지지할 경우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고, 반대로 연준의 기존 노선을 따를 경우 정치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인준 이전부터 ‘정책 선택의 함정’에 들어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워시가 취임하면 금리는 내려갈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정책 기대를 드러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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