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유대인 학살' 비교가 중요하고 적절한 이유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 피해의 독점적 대변자?
나치의 유대인 추방에 협력한 시온주의의 과거
서방의 '속죄'는 아랍인 희생으로 떠넘긴 거짓
반시온주의를 반유대주의로 호도하는 이스라엘
지금의 학살 중단이 진정한 홀로코스트 추모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전쟁범죄 비판 발언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일깨우며 큰 공감과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팔레스타인에서도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발언이 지닌 무게는 단순히 이스라엘의 특정 잘못을 지적하는 차원을 넘어, 그 비극적 실상을 인류사 최악의 범죄로 꼽히는 "유대인 학살"과 직접 비교했다는 점에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홀로코스트를 경시"했다며 즉각적이고 강렬한 반발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이스라엘의 반응은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이 인류에게 남긴 본질적인 교훈에 대한 철저한 무지이거나,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고집하기 위한 의도적 왜곡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는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홀로코스트는 인류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범죄이며, 그 본질은 나치의 파시즘과 극우적 인종주의가 600만 명의 집단학살을 낳았다는 것에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민족이 겪은 불운이 아니라, 자본주의 위기 속에 근대 문명이 광기 어린 인종주의를 제어하지 못했을 때 도달하게 되는 참혹한 종착역을 상징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온주의가 오랫동안 쌓아 올린 왜곡된 신화들을 하나씩 해체해야 한다. 그 첫 번째 신화는 '집단학살은 유대인만이 겪은 예외적 범죄이고 그 피해자들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게 이스라엘'이라는 신화다. 이러한 주장은 홀로코스트를 다른 모든 인종청소와 격리해 절대적 예외로 만듬으로써 자신들이 피해자의 지위를 독점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히틀러는 유대인만이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 점령지 주민 등도 학살했다. 나치의 'T4 작전'을 통해 수만 명의 장애인이 학살당했으며, 수많은 로마인(집시)과 슬라브족 역시 가스실과 처형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홀로코스트는 자본주의 위기의 시기에 파시스트들이 집권하면 누구든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는 말이다.
집단학살의 가해자도 독일의 나치만이 아니었고, 시간과 장소를 달리해 새로운 이름과 집단으로 나타나 왔다. 더욱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시온주의 운동의 지도부가 파시즘에 철저히 반대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많은 유대인들은 유럽 내에서 사회주의나 자유주의적 연대를 통해 인종주의에 맞서 싸우고자 했다.
특히 많은 유대인 사회주의자들은 '유럽에서 인종을 넘어선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에 시온주의자들은 파시즘이 유럽에서 유대인들을 쫓아내는 것을 긍정적 효과로 받아들였다. 멀리 중동으로 가서 유대인들만의 국가(이스라엘)를 따로 만들자는 시온주의의 주장이 힘을 얻을 기회로 본 셈이다.

두 번째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홀로코스트 방관을 반성하고 이스라엘 건국을 도우며 속죄했다'는 신화다. 이는 서구 강대국들의 위선을 가리는 도덕적 분칠에 불과하다. 물론, 역사가 말해주듯이 이들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제대로 막지 않았다. 반유대주의는 이 나라들에서도 강력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나치의 박해를 피해 탈출하려던 유대인들의 절규를 서방은 외면했다. 1939년 900여 명의 유대인을 태운 성 루이스호가 미국과 캐나다 연안까지 도달했으나 입국을 거부당해 유럽으로 회항했고, 결국 그중 상당수가 가스실에서 사망한 사건은 서방의 반유대주의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이 나라들은 유대인들의 도움 호소를 대부분 외면했고, 유대인들의 망명과 이민도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에 유럽과 미국은 시온주의자들을 도와서 중동의 팔레스타인 땅에서 아랍인들을 내쫓고 유대 국가를 만들어 주는 길을 택했다. 이는 인종주의적 범죄의 형태와 공간을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유대인 인종청소(홀로코스트)와 본질적으로는 다를 게 없는 아랍인 인종청소(나크바)가 벌어졌다. '재앙'을 뜻하는 나크바(Nakba)를 통해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학살당하거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영국과 미국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잘못과 부채를 아랍인들에게 떠넘기며 스스로 '탕감'했다.

이 불합리한 비극이 관철된 이유는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에 있었다. 아랍인들의 의문에 대한 답은, 서방의 강대국들이 중동에서 석유를 빼앗아가고, 아랍인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같은 자신들의 전초기지(경비견) 국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는 것에 있다. 결국, 서방 강대국이 이스라엘의 건국을 도운 것은 '속죄'가 아니라 '범죄'였다.
이스라엘 정부가 비판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가장 전매특허처럼 사용하는 세 번째 신화는 '반시온주의는 곧 반유대주의'라는 거짓말이다. 이들은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민족 전체에 대한 증오로 치환함으로써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오늘날 시온주의는 극단적 인종주의를 바탕으로 전쟁과 학살을 정당화하고 있다.
따라서 시온주의는 1930년대 나치에서 이어진 새로운 파시즘의 대표적인 갈래라고 할 수 있다. 나치가 '게르만족의 사명'을 내세워 타 민족을 절멸시키려 했듯, 오늘날의 시온주의는 '성서적 권리'를 내세워 팔레스타인인을 비인간화하고 말살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국제 극우 네트워크의 핵심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배타적 민족주의, 소수자 혐오, 그리고 폭력에 의한 통치를 공유하며 서로를 돕는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혐오의 대상만 바뀌었을 뿐 그 구조는 동일하다는 점에 있다. 30년대의 파시즘이 희생양 삼았던 것이 유대인이라면, 오늘날의 신파시즘이 희생양 삼는 것은 무슬림이다. 유대인 혐오는 이슬람 혐오로 변화하고 발전해 있다.
1930년대 파시즘의 피해자였던 유대인의 이름을 빌려서, 오늘날 새로운 파시즘의 피해자인 아랍인과 무슬림들을 억압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가장 끔찍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대공황의 위기가 1930년대에는 '유대인 피해자'를 필요로 했다면, 오늘날은 '유대인 가해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반대로 이스라엘을 비판한다는 핑계로 '히틀러가 옳았다', '역시 유대인들이 문제'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완전히 부적절하다. 이러한 반유대주의적 혐오는 비판의 정당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스라엘 정부를 돕는다. 그런 사람들은 의도하든 아니든 시온주의자들이 자신을 정당화할 무기를 주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유대인이 이스라엘과 시온주의에 반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의 이름으로 학살하지 마라(Not In Our Name)"라고 외치며 가자지구의 학살 중단을 요구하는 이들이야말로 홀로코스트의 진정한 교훈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는 유대인의 절반 이상, 특히 유대인 청년층의 대다수가 네타냐후에 반대한다.
그들은 홀로코스트를 '경시'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 '중시'하기에 '유대인의 이름으로 또 다른 집단학살을 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살인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는 것에 대한 유대인들 스스로의 처절한 거부다. 홀로코스트의 교훈은 명확하다.
모든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며,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집단학살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이스라엘과 네타냐후의 집단학살과 전쟁범죄를 막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길이다. 그 길만이 역사의 비극이 반복되는 사슬을 끊어내고, "절대 다시는 안 된다(Never Again)"는 약속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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