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부터 살피자"…울산 일가족 비극 막기 위한 복지부 대책은 [남정민의 정책레시피]

지난달 18일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 A씨와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A씨가 홀로 어린 자녀들을 키우다 생활고를 비관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위기 징후는 계속해서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않았고, 울주군은 A씨에게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라고 재차 권고했지만 서류는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A씨는 본인은 물론, 생후 5개월 막내를 포함한 아이 넷의 목숨까지 끊는 선택을 했습니다.
현행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생계급여를 받기 위해선 당사자가 직접 주민센터에 신청을 해야 합니다. 만약 몸이 아프거나, 신청 절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공무원이 직권으로 신청할 수도 있겠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동의'입니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공무원이 직권으로 생계급여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A씨처럼 당사자가 신청을 거부하면 사실상 지원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당사자가 신청을 거절하는 데는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는 자괴감,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 등 여러 복합적인 사정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공무원이 직권신청 할 수 있는 범위를 좀더 넓히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해당 가구에 미성년자, 발달장애인 등 스스로 의사표현이 어려운 구성원이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복지부는 지난 15일 발표한 '생계급여 직권신청 절차 및 공무원 면책규정'에서 위기가구에 속한 발달장애인 혹은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 없이도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회보장급여법상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의 경우 예외적으로 직권신청을 허용하는데, 이 규정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끌어와 적용한 겁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그 전이라도 가능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정안은 연내 발의가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원래 생계급여 신청을 하려면 금융정보 제공 등에 대한 당사자의 동의·서명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이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직권신청시 당사자 동의가 필요한 금융재산을 제외하고, 근로·사업소득 등 소득과 토지·주택 등 일반재산을 우선 조사해 급여를 결정하는 식입니다.
다만 간이조사로 진행했기 때문에 급여는 3개월만 지급되고, 3개월 내에 금융재산을 포함해 재조사를 진행합니다. 만약 친권자와 연락이 두절되는 등 금융재산 조사를 위한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후견인 선임절차와 같은 아동보호체계 제도로 연계됩니다.
이렇게 바뀐 제도를 A씨 사례에 적용해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A씨는 생계급여 신청을 거부했지만 해당 가구에는 아동이 4명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버지가 신청을 거부하면서 생계급여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바뀐 제도를 적용하면 이제는 해당 가구에 아동이 있으니 공무원이 아동 4명에 대한 생계급여 직권신청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아버지는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아이 4명에 대한 생계급여는 신청이 되는거고, 해당 가구의 금융정보를 볼 순 없지만 간이조사를 통해 기준선 안에 들어오면 아동 4명에 대한 생계급여는 지원되는 겁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지원을 함과 동시에 해당 가구를 들여다보고, 추가적인 문제가 발견되면 아동보호체계로 연결되는 식입니다.
-복지부 관계자
물론 해당 제도가 자리잡기까지 추가로 고민해야 할 문제들도 남아있습니다. 아이들 몫의 생계급여는 어느 계좌로 입금해야 하는지, 만약 부모 계좌로 입금했을 때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잘 사용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잘 사용한다'는 판단은 어떻게 할지 등 입니다.
만약에 친권자가 아이들을 위해 급여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물품을 대신 지원할 수도 있고, 다른 친인척이나 제3의 급여 관리자를 지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도라면 이미 '방임'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빠르게 아동보호체계에서 후견인을 지정하게 됩니다. 후견인이 지정되면 그분에게 급여를 지급하겠죠.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이번 제도 개선은 단순 직권신청 확대를 넘어 다른 복지 서비스까지 연결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공무원들의 재량 판단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없지 않은 만큼, 조직과 인력이 보완돼야 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복지부 관계자
복지부는 이달 중으로 세부 지침안을 마련해 지자체에 배포, 안내할 계획입니다. 이번 제도 개선을 시작으로 복지 사각지대가 줄어들고, 울산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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