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은 사라지고 비용만 남았다”…스트리밍 시대, 스포츠 중계의 역설

김세훈 기자 2026. 4. 1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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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의 미래로 기대를 모은 스트리밍이 오히려 팬들에게 더 큰 비용과 불편을 안기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택권 확대와 접근성 개선을 약속했던 ‘스트리밍 혁명’이 복잡한 구독 구조와 과도한 상업화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16일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지고, 대신 복잡하고 비용이 큰 미디어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케이블TV 중심의 폐쇄적 구조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 스트리밍이 오히려 또 다른 ‘장벽’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는 미국프로야구(MLB)가 꼽힌다. 과거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를 통해 비교적 일관된 시청 환경을 제공했던 MLB는 현재 다수의 플랫폼에 중계권을 분산시키면서 시청 경로를 크게 복잡하게 만들었다. 애플TV,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다양한 플랫폼이 특정 경기의 독점 중계권을 나눠 갖는 구조다. 이로 인해 팬들은 단일 구독으로는 원하는 경기를 모두 시청할 수 없게 됐다. 특정 팀의 시즌 전 경기를 모두 보려면 여러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고, 일부 경기에는 지역 제한(블랙아웃)까지 적용된다. 실제로 뉴욕 양키스 팬이 한 시즌 전체 경기를 시청하려면 최대 800달러 수준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는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시청 경험 자체도 악화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구독료를 올리는 동시에 광고를 강화하거나, 광고 제거를 위한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구조를 도입하고 있다. 경기 중 광고 삽입은 물론, 디지털 광고가 경기 화면에 실시간으로 덧입혀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중계권 시장의 급격한 팽창이 자리하고 있다. 리그와 플랫폼은 막대한 중계권료를 회수하기 위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 결과 중계권의 ‘분절 판매’가 일반화됐다. 실제로 미국프로농구(NBA)는 76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미디어 계약을 체결하며 기존 방송사와 스트리밍 플랫폼을 결합한 구조를 구축했다.

플랫폼 기업들 역시 스포츠 콘텐츠를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공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들은 스포츠 중계를 통해 가입자 확대와 전자상거래 연계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경기 시청과 동시에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쇼퍼블 스트리밍’과 개인 맞춤형 광고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가디언은 “이러한 흐름이 지속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스트리밍 플랫폼 상당수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중계권료 상승 속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NBC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은 가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팬 이탈 가능성이다. 지나치게 복잡한 시청 구조와 높은 비용, 과도한 광고는 시청자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짧은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장시간 경기 시청은 점점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게 되고 있다. 가디언은 “스트리밍은 스포츠 중계를 ‘더 쉽게’ 만들기보다 ‘더 비싸고 복잡하게’ 만든 측면이 크다”며 “접근성 확대라는 초기 목표는 퇴색되고, 수익 중심 구조만 강화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현재의 모델이 시청 경험을 훼손할 경우 팬들이 스포츠 자체에서 이탈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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