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칼튼 청두가 여행자를 너그럽게 만드는 방법

강화송 기자 2026. 4. 1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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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tz-Carlton, Chengdu

언어가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여행자의 세밀한 고충은, 스스로 그런 여행자가 되어 보지 않고선 알기 어렵다. 더구나 중국은 외국인 여행자가 겪는 난관에 대한 감각이 다소 둔한 편이니까(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핸드폰만 있으면 지도도 보고 번역도 뚝딱이라 하지만, 현장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래서 중국 여행은 필연적으로 피로감을 동반한다. 낯선 언어가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어닥칠 때 이역만리에 남아 있는 우리의 집, 포근한 내 침대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중국 여행에서 호텔을 유난히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주 짧은 시간이더라도 그동안만큼은 온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니까. 안정적인 호텔은 여행을 너그럽게 만든다. 너그러운 마음은 여행의 시야를 넓힌다. 이것이 내가 중국에서 호텔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청두는 쓰촨성뿐만 아니라 중국 서부의 행정, 경제 중심지이기 때문에 유난히 도심에 호텔이 가득하다. 실제로 청두는 중국에서 럭셔리 호텔 브랜드가 가장 빠르게 들어오는 내륙 도시로도 꼽힌다. 그래서 웬만한 글로벌 호텔 브랜드라면 거의 다 있는데, 그 중심의 단 한 곳을 꼽자면 아무래도 '리츠칼튼 청두'겠다. 리츠칼튼 청두의 자리는 청두 황성(皇城) 구역의 터다. 예로부터 관청, 궁정 건물이 모여 있던 자리라, 말하자면 청두의 역사적 중심이다. 청두의 명동이라 불리는 티엔푸 광장은 호텔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다. 시원하게 솟은 반듯하고 직선적인 통유리 건물의 24층부터 41층까지가 호텔이다. 총 350개의 객실을 갖췄으며 119개의 리츠칼튼 클럽 레벨 객실과 54개의 스위트룸에는 전담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참고로 리츠칼튼 청두는 중국 내 리츠칼튼 중 유일하게 클럽 레벨 투숙객에게 개인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호텔이 고층에 자리한 덕분에 객실에서는 탁 트인 전망을 누릴 수 있고, 최소 50m2 이상의 널찍함도 누릴 수 있다. 로비의 정면으로는 일명 'TV 타워'라고 불리는 청두 구도심의 대표 건물, '웨스트 펄 타워'가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 타워가 2022년 12월30일 이후 건물 노후화 문제로 운영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망대를 둘러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 누구도 타워에 오르지 못한다. 다만 건물 자체는 청두의 랜드마크이기 때문에 밤이면 화려한 조명이 타워를 감싼다.

사실 '리츠칼튼'이란 이름은 호텔 시설의 이모저모를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 수준을 보장하는 브랜드다. 그렇다면 이곳을 여행자의 집처럼 느끼게 하는 것은 바깥의 모든 것들이 절대 침범할 수 없도록 육중하게 닫힌 객실의 문 때문인 걸까, 아니면 두툼한 두께로 쓰인 다양한 패턴의 대리석이나 무늬목을 사용한 목재 가구의 안정감 때문인 걸까. 비틀어지거나 힘없이 늘어진 구석 없는 반듯하고 정갈한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만, 사실 이 모든 것이 그 이유기도 하다.

리츠칼튼 청두는 그저 번쩍이고 화려한 호텔에서 멈출 생각이 없다. 여행자를 여행지에 몰입하게 하는 것마저도 그들의 역할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객실 내 놓인 여행 소책자가 바로 그 마음이다. 카드지갑 크기로 작아지는 접이식 청두 지도 소책자는 청두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큐레이팅했다. 주요 관광지와 목적지가 지도 위에 가득 표시되어 있고, 간략한 설명과 이미지를 넣어 이해를 돕는다. 청두를 대표하는 음식과 주문 방식, 어휘도 함께 나열해 두었다. 한편 공백으로 남겨진 노트 부분에 나의 버틀러가 적어 준 것은 '티화(蹄花, 돼지족탕)'였다. 당신이 먹고 싶어하는 요리의 이름은 이것이고, 이 글자를 식당 직원에게 보여 주면 된다며. 여행자의 공허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절묘하게 보완하는 리츠칼튼의 솜씨는 청두 그 어느 호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청두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여행자를 본 호텔이 바로 이곳, 리츠칼튼 청두다. 호텔 곳곳에는 청두의 차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녹여 냈다. 25층 로비에 도착하면 웰컴티로 차 마스터가 우려낸 차를 건네며, 청두 인근의 '멍딩산(蒙山)'의 차밭에서 찻잎을 채취하고 시음할 수 있는 호텔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멍딩산은 중국 한나라 시기부터 차를 재배한 것으로 기록된 곳으로, 황실 공차를 생산했을 정도로 유명 차 산지다. 스파에서는 이곳의 특산 차를 이용한 트리트먼트를 운영한다. 객실 내에서도 별도로 요청하면 티 배스(Tea Bath) 체험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리츠칼튼 하면 클럽 라운지를 빼놓을 수 없다. 38층에 위치한 클럽 라운지는 파노라마 전망으로 청두 시내를 바라볼 수 있고, 이곳에서 하루 5회의 F&B 서비스를 제공한다. 객실로 차와 커피 주문도 가능한데, 주문 직후 10분 내 도착을 보장한다. 클럽 라운지 혜택은 투숙객의 선택이지만, 모든 투숙객에게 보장하는 리츠칼튼의 굳은 약속이 하나 있다. Welcome Home.

청두에서 만나는 광둥식 레스토랑, 리 쉬안

리츠칼튼 청두 26층에 자리한 시그니처 레스토랑. 청두라면 당연히 쓰촨 요리를 기대했겠지만, 호텔에서 추구하는 미식의 방향은 다소 다르다. 청두의 거리가 강렬한 향신료와 자극적인 맛으로 승부를 본다면,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정교한 기술과 균형 잡힌 미식을 추구한다. 그래서 청두의 럭셔리 호텔 레스토랑 대부분은 쓰촨 요리 대신 광둥 요리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향신료의 강도보다는 재료의 풍미와 조리 기술을 섬세히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 쉬안 역시 광둥 요리를 기반으로 하여 청두에서 미쉐린 셀렉티드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광둥식 레스토랑답게 바삭하게 구워 낸 오리는 물론 다채로운 딤섬 선택지도 가득하다. 황어와 생선부레를 넣어 끓여 낸 광둥식 스프는 맑고 깊은 감칠맛이 예술이다. 물론 메뉴 곳곳에는 청두라는 도시의 취향도 은근히 스며들었다. 부드러운 광둥식 풍미 위에 가볍게 더해진 쓰촨식 향신료가 그 예다.


▶Editor's Pick
리츠칼튼 청두에 머물면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

유비와 제갈량은 여전히 함께 머문다, 무후사

대부분 <삼국지>를 소설로 기억하지만, 줄거리 자체는 중국의 실제 역사에서 비롯했다. 후한 말 혼란 속에서 각지의 군웅이 세력을 다투던 시대, '유비'는 촉 지역에 기반을 두고 '촉한'을 세우는데, 청두가 바로 그 촉한의 수도다. 유비의 곁에는 장비와 관우, 그리고 언제나 제갈량이 있었다. 청두의 무후사(武侯祠)는 촉한의 재상이었던 제갈량을 모시는 사당이다. '무후(武侯)'라는 이름은 제갈량의 시호에서 비롯됐다.

이 사당의 가장 특이한 점은 군주와 재상을 함께 기리는 곳이라는 것이다. 무후사 내부에는 제갈량의 위패와 동상이 모셔져 있고, 그 옆으로 유비의 능묘인 '혜릉'이 자리한다. 사당을 둘러싼 공간은 촉한의 역사를 기념하는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붉은 담장과 대나무 숲이 이어지는 길목은 무후사를 상징하는 풍경이다. 다만 이 유비의 혜릉이 실제 묘인지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논쟁이 이어져 왔다. 역사적 기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관우와 장비의 무덤은 중국에 2곳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우의 경우 전투에서 패한 뒤 참수되었는데,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몸은 당양에 묻히고 머리는 낙양에 묻혔다고 한다. 어쨌든 무후사는 촉한의 고고학적 유적이라기보다는, 삼국지라는 거대한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상징적인 명소에 가깝다. 무후사 뒤편은 전통 건축 양식으로 조성된 상업 거리, '진리 거리(Jinli Ancient Street)'로 이어진다. 이곳에는 청두를 대표하는 동물, 판다 기념품이 거리에 한가득이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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