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논란? ‘소리’ 나더라도 변화 선택…호남서 39년 민주당 독점 균열 낼 것”

구자홍 기자 2026. 4. 16. 07: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목! 2026 국민의 선택] ‘논란’의 이정현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 호남 발전 가로막는 ‘독점 구조’ 깨려 출마 결심
● 경쟁 없는 일당 독점, 호남 경제 낙후로 이어져
● 전남·광주 통합은 4차 산업혁명 주도권 쥘 ‘하늘이 준 기회’
● 통합 시너지 극대화하려면 야당 지원과 협력 있어야
● 컷오프는 “기득권 내려놓고 변화하라”는 요구 따른 것
● 역대 어느 공천이 시끄럽지 않았던 적 있었나
● 당 결정 승복해야 ‘진정한 지도자’ 자격 생겨

4월 9일 이정현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6·3지방선거에서 전남광주광역특별시장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광주와 전남이 기업과 인재가 스스로 선택하는 지역이 되도록 정치의 판을 바꾸겠다."

이정현(68)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오랫동안 보수정당의 불모지와 같은 호남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보수정당 후보 최초로 전남 순천·곡성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보수정당 사상 첫 호남 출신 당대표(새누리당)를 맡기도 했다. 6·3지방선거에 국민의힘 전남광주특별광역시장 출마를 선언한 그는 '당선' 대신 '득표율 30%'를 목표로 제시했다. 수십 년간 고착화된 호남의 단극 체제에 건강한 긴장을 불어넣고 '경쟁하는 정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 그러나 그는 충북지사 등 컷오프 논란과 공천 진행 중 전남광주특별시장 출마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4월 9일 '신동아'와 만난 그는 "아무리 불리해도 누군가는 나서야 하고, 아무리 난공불락처럼 보여도 누군가는 균열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며 "40년 가까이 한쪽 날개로만 날아온 광주·전남 정치를 끝내고, 앞으로 양 날개로 대한민국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축으로 다시 서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40년 정치 인생, 아홉 번째 '호남 도전'

6·3지방선거에 전남광주특별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1985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정계에 첫발을 들여 1995년 광주시의원에 처음 출마했다. 그 후로 광주에서 세 번, 전남에서 세 번, 그리고 도지사 선거까지 모두 여덟 번 도전했다. 이번이 아홉 번째 호남 도전이다. 출마 결심이라고 하면 거창할 것 같지만, 사실 내 마음속엔 단 하나의 순수한 동기가 있다. 바로 내 고향 호남에 대한 깊은 사랑이다. 정치인으로서 내 고향이 정말 잘되기를 바랐고, 그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단순히 예산을 조금 더 가져오거나 민원을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호남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걸림돌'을 내 손으로 직접 치우고 싶다." 

‘근본적인 걸림돌'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한마디로 '독점 구조'다. 아주 구조적이고 오래된 일당 독점이다. 군의원부터 군수, 도지사, 국회의원, 심지어 대통령선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력이 무려 39년 동안 한 방향, 특정 정당으로만 흐르고 있다. 정치에서 경쟁이 사라진다는 건 재앙과 같다. 경쟁이 없으니 긴장이 사라지고, 긴장이 없으니 정치권이 오만해진다. 지역민을 위해 겸손하게 머리를 숙여야 할 정치가 오히려 지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돼버린 거다. 비판과 견제, 감시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39년의 세월이 호남에 어떤 폐해를 가져왔는지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광주·전남 통합, 하늘이 준 '도약'의 기회

정치적 독점이 구체적으로 지역 경제와 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경쟁 없는 정치는 결국 지역의 낙후로 이어졌다. 기업들이 들어오려 해도 정치적 역동성이 없는 곳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기업이 없으니 당연히 좋은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가 없으니 우리 청년들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청년이 떠난 자리는 고령화로 노인이 채우고, 생산성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이 비극의 사슬을 끊고 싶다. 보수정당 후보로 광주에 출마해 연거푸 고배를 마셨고, 순천에서 당선과 낙선을 거듭하며 여덟 번 중 여섯 번을 떨어졌지만, 이번에 다시 나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 잘못된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사명감, 그것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 힘이다."

이번 선거는 광주와 전남이 통합된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다. 이 통합을 어떻게 평가하나.

"광역단체 최초의 통합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이다. 나는 이 통합을 무조건 찬성한다. 지금 수도권에 인구의 52%가 쏠려 있다. 인재, 학교, 연구소, 기업이 다 서울로 가버리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이 합치면 인구가 320만 명에 달한다. 이제 부산이나 경남, 충청권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통합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라고 확신한다."

하늘이 준 기회? 어떤 점에서 그런가.

"미래산업의 핵심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다. 그런데 이들을 돌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엄청난 양의 전력이다. 세계시장은 이제 '청정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청정에너지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적지가 어디인가. 바로 서남해안이다. 서남해안의 해상풍력 잠재력은 전문가들 분석으로 22~30GW(기가와트)에 달한다. 원전 20기에 맞먹는 양이다. 동해안은 수심이 깊어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수심이 얕은 서남해안은 다르다. 이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지를 전남에 두고, 이를 운용하고 연구하는 두뇌 역할인 AI와 데이터 산업은 대도시인 광주에 두는 거다. 광주와 전남이 분리돼 있었다면 행정 절차 때문에 지체됐을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이번 통합을 통해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에너지와 지능이 결합하는 이 입지 조건은 전국 어디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호남만의 무기가 될 것이다."

3월 22일 이정현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구시장 경선 후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전남 통합을 실행에 옮긴 것은 이재명 정부다. 유권자 입장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통합을 성공시키는 길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광역 통합은 앞선 윤석열 정부에서부터 활발히 논의돼 문턱까지 갔던 사안이다. 비록 당은 다르지만, 이재명 정부가 이를 이어받아 실행에 옮긴 점은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런 거대 사업은 특정 정당 힘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기업인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수조 원의 투자가 이뤄지는데 행정 규제나 인허가가 한두 달만 늦어져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속도전'이다. 특구 지정, 특별법 제정, 규제 특례 입법 등 모든 것이 국회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통령과 도지사가 같은 당이어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논리는 민주주의 기본을 모르는 소리다. 야당인 국민의힘의 전폭적 지원과 협력이 있어야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지선에서 '30% 투표 혁명'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선거의 목표를 '30% 투표 혁명'으로 잡았다. 국민의힘 후보인 나에게 30%의 전략적 투표가 현실화하면 그 30%는 국민의힘에 어마어마한 '정치적 빚'을 지우는 표가 된다. 정당 지지율이 3%인 곳에서 30%의 득표율이 나왔다고 생각해 보라. 국민의힘은 그 지지율에 보답하기 위해 무거운 부채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부에 대한 강력한 협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39년 동안 고착된 독점 구조에 균열을 냄으로써 민주당에도 강력한 긴장감을 줄 수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호남 민심이 무섭구나'하는 긴장감이 돌아야 그들도 호남을 위해 더 노력하고 겸손해질 수 있다."

공천 관리 제1원칙은 '변화'

화제를 잠시 돌려보자. 얼마 전까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행한 충북지사와 대구시장 후보 컷오프로 논란이 컸다. 위원장이 곧바로 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례적이다.

"공천은 결국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의 결합이다. 여론조사 수치만 볼 거라면 사무처에서 서류만 보고 발표하면 되지, 공관위가 왜 필요하겠나. 나는 당시 4박 5일 동안 해당 지역들을 비밀리에 암행하며 민심을 직접 들었다. 많은 분이 국민의힘이 바뀌기를 원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하기를 주문했다. 그런데 막상 기득권에 손을 대고 현역을 컷오프하니 비판이 쏟아졌다. 역대 어느 공천이 시끄럽지 않았던 적이 있나? 조용한 공천은 오히려 독재적 권력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소리'가 나더라도 나는 변화를 선택했다. 설령 당장의 지지율에 타격이 있더라도 '아무리 지지율이 높고 오래 정치를 했어도 무조건 공천받는 시대는 끝났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 그것이 당원과 국민의 요구였다고 믿는다."

당내 계파 갈등이나 특정 인물 제명 논란 등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에 국민 시선이 따갑다.

"정당(政黨)의 '당'은 무리 당 자다. 무리에 들어왔으면 그 구성원으로서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정치를 하면서 자기 입맛에 딱 맞는 상황만 있을 수는 없다. 못마땅하더라도 인내하고, 조직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견을 내야 한다.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남에게 승복할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나중에 남들에게 나를 따르라고 승복을 요구할 수 있겠나. 당이 쪼개지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는 식의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다. 특정 이름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지만, 40년 넘게 정치를 해온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승복하는 법을 배워야 비로소 진정한 지도자의 자격이 생긴다'고."

"청년이 머물고 싶은 호남 만들겠다"

광주·전남 유권자에게 어떤 얘기를 꼭 전하고 싶은가.

"현장을 다니면서 '민주당을 찍긴 하겠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변화에 대한 갈망이 공존하고 있음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우리 자식들을 생각해 달라'고. 부모는 지방에서 2억~3억 원짜리 아파트에 사는데, 서울로 떠난 자식은 8억 원짜리 전세를 못 구해 고생하는 이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나. 호남에 일자리가 넘치고 청년들이 머물 수 있게 하려면, 이제 정치를 넘어 산업과 경제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 '30%의 전략적 투표 혁명'이 현실이 되면 호남인 여러분이 선택권을 되찾게 된다. '여야가 호남을 두고 경쟁하게 만들어달라. 그것이 호남을 다시 위대한 기회의 땅으로 만드는 길이다'라고 호소할 작정이다. 나의 이런 진심이 호남인 여러분 가슴에 닿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Copyright © 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