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삼성 유치?"…공약은 4년, 투자는 10년 걸린다 [올댓체크]

지방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약이 있습니다.
바로 '대기업 유치', 그중에서도 단골은 단연 삼성 유치입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요 지역 곳곳에서 삼성 및 반도체 관련 공약이 쏟아졌습니다.
충북에서는 "취임 100일 내 삼성 유치 양해각서(MOU) 체결"을 내세운 공약이 등장했습니다. 전남과 광주 지역에선 '글로벌 기업 유치'와 '대규모 반도체 투자 유치'가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고, 전북에서도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가 언급됐습니다. 대구에서는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와 삼성병원 분원 설립'이, 경북에서는 '구미 반도체 공장 유치'가 공약으로 제시됐습니다. 강원에서도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핵심 공약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조금 다릅니다.
"또 삼성 유치냐", "듣기엔 좋은데 현실성은 있나", "차라리 인프라 계획이 더 궁금하다" 등 기대와 동시에 의구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왜 이런 공약을 반복할까요.
박정훈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기업 유치는 지역 경제를 단숨에 바꿀 '게임 체인저'처럼 인식된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대기업은 청년층에게는 양질의 일자리, 고령층에게는 과거 지역 경제의 활력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존재"라며 "하나의 공약으로 다양한 세대의 기대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박 교수는 "기업은 비용과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만큼, 사전 준비 없이 정치권에서 유치 의지만으로 성사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반도체 공장과 산업단지는 단순히 건물 하나 짓는 사업이 아닙니다. 산업을 가동하기 전에 아주 기초적인 기반 시설을 갖추는 데만 수년에서 10년 이상이 걸리는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전력과 초순수 용수, 물류 인프라가 동시에 갖춰져야 하는 산업"이라며 "부지 확보부터 인허가, 기반시설 구축까지 고려하면 단기간에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는 4년에 불과합니다. 구조적으로 임기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셈입니다.
이 같은 구조는 실사례에서도 확인됩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 평택입니다.
평택 고덕국제신도시는 2006년 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되고 2007년 6월 개발계획이 승인된 이후 2008년 말부터 본격적인 조성이 시작된 장기 사업입니다. 토지 보상과 산업단지 조성, 기반시설 구축이 이어진 뒤 2012년 삼성전자가 고덕산업단지에 반도체 공장 투자를 확정했고, 이후 2015년 착공을 거쳐 2017년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겉으로 보면 2년 만에 공장이 들어선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약 10년 가까운 준비 기간이 선행된 결과입니다.
즉 '유치'라기보다, 기존 기흥·화성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산거점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에 투자가 이뤄진 결과에 가깝습니니다.
조건 역시 까다로웠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대규모 초순수 생산이 가능한 용수 인프라, 물류를 뒷받침할 교통망, 기존 생산거점과의 연계성, 수백 개 협력업체가 함께 들어설 수 있는 산업 생태계까지 갖춰져야 합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부족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고덕동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장장 10년의 결과물인 이유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장 입지는 기업의 글로벌 전략과 공급망, 기존 생산라인과의 연계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며 "지자체의 유치 의지만으로 좌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단골 소재였던 '삼성 유치' 공약. 4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요?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는 '원주 반도체 공장 유치'가 핵심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현재까지 공장 유치로 이어진 사례는 없습니다. 관련 산업단지 조성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결국 공약과 달리 현실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공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 ‘핀셋형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대기업 유치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외부 투자에만 의존할 경우 지역 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역 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거나,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AI 등 첨단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며 "무엇보다 지역의 인력 구조와 산업 수요를 면밀히 분석한 뒤 이에 맞는 공약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이라는 이름 자체가 강력한 상징인 만큼, 유권자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와닿는 카드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공약의 실효성은 '유치 선언'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인프라와 산업 기반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지적입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 기자 jeong.minah@mbn.co.kr]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백악관 ″휴전연장 요청 안해…다음 회담 장소, 파키스탄 될듯″
- ″하이닉스 생산직인데 인생이 달다″…직장인 커뮤니티 글 화제
- [단독] 비상대기 복귀 중 숨진 공군 조종사…법원, 32년 만에 보훈보상대상자 인정
- ″한동훈 복당 후 단일화하라″…국힘, 부산 북갑 공천 갑론을박
- '서점 헌팅'부터 공무원 전용 앱까지…바뀌는 만남 트렌드
- 개 산책도 척척 시키는 로봇…스스로 메모 읽고 행동으로
- 윤석열, 영치금 12억 원 출금…접견도 540차례
- 장동혁 '방미' 사진에⋯국힘 안팎 ″화보 찍냐, 한숨 나와″
- ″아빠 왜 맨날 늦게와?″…직원 자녀들 달랜 '장관 아저씨' 깜짝 편지 [포크뉴스]
- 엿새 만에 찾은 늑구 다시 놓쳐…포위망 뚫고 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