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중동 전쟁 속 도시 유가만 신경…아프리카 농업에 '부메랑'

우분투추진단 2026. 4. 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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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김은경 교수 [김은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연합 그래픽] 국제유가 추이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4월 8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10% 이상 급락했다. 그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14.52달러(13.29%) 하락한 배럴당 94.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8.54달러(16.41%) 내린 94.41달러에 마감했다. yoon2@yna.co.kr

이란을 둘러싼 전쟁은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이 사태의 파장은 연료 가격에 그치지 않고 비료와 농업 생산 비용, 더 나아가 식량 가격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일 뿐만 아니라 비료를 포함한 화학제품의 주요 공급 경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지역의 불안정은 에너지와 비료 시장을 동시에 흔든다. 특히 천연가스는 비료 생산의 핵심 원료이자 생산비를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가스 가격 상승은 비료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교역의 핵심통로 호르무즈 해협 아래 막대 그래프는 위에서부터 원유, LPG, LNG, 정유제품, 비료를 비롯한 화학 제품 등 해협 통과 품목. 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전주 동안 평균 흐름에 기초해 글로벌 교역에서 해협 통과 비율이 차지하는 비중을 표시. [UNCTAD 자료. 김은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가격 쇼크의 효과는 비료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에서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농민들의 농자재 사용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생산량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프리카 농업은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과 수입 비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중동발 충격에 취약하다. 이를 최근 포브스 등 아프리카 관련 보도들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이는 단순한 비용 상승을 넘어, 여전히 많은 사람의 일자리와 생계를 지탱하는 아프리카 농업 기반을 약화하고 식량 생산과 식량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아프리카 정부들의 1차적 대응은 대체로 연료가격 관리에 집중돼 있다. 대응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연료가격 조정, 세금·부담금 조정, 한시적 보조나 취약계층 지원 같은 정책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가격 인상 역시 단순한 방치가 아니라, 국제 공급 차질과 비용 상승을 국내에 어느 정도 반영할지, 혹은 세금·부담금 조정으로 얼마나 흡수할지와 관련된 정책적 선택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가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약 15%와 19%가량 올렸다. 말라위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34∼35% 인상했다. 탄자니아도 약 33%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모리타니 역시 연료 가격을 올리는 동시에 취약계층 지원을 약속했다. 감비아, 보츠와나, 말리도 잇따라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노조와 기업의 압박 속에서 4월 한 달 동안 일반 연료 부담금을 리터당 3랜드(약 270원) 인하해 충격을 일부 흡수하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 자체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차이는 있지만 다수의 정부가 선택한 대응책은 가격 상승분을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분산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도시 소비와 운송비에 즉각 연결되는 연료 부문에 초점을 맞춘 조치다.

천연가스 가격(파란색) 상승 시 비료 가격(주황)도 종종 올라간다 [UNCTAD 자료. 김은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이러한 대응은 분배 측면에서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연료가격 인하나 보조금, 가격 상승분의 완화는 원칙적으로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혜택은 연료를 더 많이 소비하는 계층에 더 크게 돌아간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기존 연구들은 연료 보조나 낮은 연료 가격의 이익이 대체로 고소득층과 도시 거주 가구에 더 많은 혜택을 준다고 지적해 왔다. 개인 차량 이용이 많고 소비 규모가 큰 계층일수록 직접적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연료 대응은 물가 충격을 완화하는 동시에, 도시의 중상층 소비자나 운송 부문에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게 작동한다.

일부 국가는 긴축 재정에 나서고 있다. 세네갈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재정 압박이 심화하자 불필요한 해외 출장 중단을 포함한 비용 절감 조치를 발표했다. 세네갈의 2026년 예산은 국제유가 배럴당 62달러(약 9만2천원)를 전제로 편성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예산 운용 부담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후 재정 지출을 통제하고 행정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즉 복지나 보조금 지급 등 광범위한 사회 보호를 확대하기보다 지출을 줄이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국가 재정을 방어하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농업 부문과 농촌에 대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확인되는 대응을 보면 비료 보조 확대나 긴급 농업 지원처럼 농업 부문을 겨냥한 대응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비료 보조금이 널리 활용되는 정책 수단이지만, 저소득국들은 재정 여력 부족과 원조 감소로 인해 이를 확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말라위는 이런 복합 충격에 특히 취약한 국가다. 2026년 초 물가상승률을 21% 이하로 낮추겠다고 정부가 밝힐 만큼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과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외환 사정 악화로 연료와 비료 같은 필수 수입품 조달에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료 가격이 단번에 34∼35% 급등하며 운송비와 생계비도 동반 상승했다.

이에 더해 비료 조달이 늦어지거나 가격이 오를 경우 농민들은 투입재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 생산 감소 위험이 커진다. 동아프리카 주요 농업국인 케냐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케냐를 외부 공급 차질에 취약한 국가로 지목한다. 비료 수입 의존도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고 약 315만명의 농민이 비료 보조 프로그램에 연결돼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운임·보험료 상승이나 선적 지연은 파종기를 앞두고 비료 수급 불안정과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도시와 농촌의 차이는 정부가 어디에서 더 큰 정치적 압력을 느끼는가와 연관이 있다. 도시 소비자들은 연료 가격 상승을 곧바로 체감하기 때문에 교통비와 생활비 증가는 빠르게 불만과 항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수도와 대도시는 언론 노출과 집단행동 가능성이 커 정부가 유류세 조정, 부담금 인하 등 한시적 보조로 먼저 대응할 유인이 크다.

반면 비료 가격 상승효과는 즉각 드러나기보다 투입재 감소를 거쳐 몇 달 뒤 생산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정부 대응도 연료 부문에는 빠르고 직접적이지만, 농업 부문에는 늦고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지역에서도 관찰될 수 있다. 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훨씬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파급효과도 더 크다.

현재 도시 중심의 대응은 단기적인 불안을 완화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농업과 식량 생산 기반에 대한 부담을 미래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그 비용은 결국 식량 부족이라는 더 큰 위기로 되돌아올 수 있다.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은경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로스앤젤레스(UCLA) 정치학 박사, 현 한국아프리카학회 학술이사, 주요 연구분야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발전(선거·정당·의회), 정치경제(산업·정치 연계), 분쟁, 체제전환, 외교관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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