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배 성장했지만 원장실은 없어요"…한 동물병원이 지키는 기준
수술실5개·300평 규모 확장…외과 중심 진료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원장실을 따로 두지 않고 가장 작은 진료실을 쓰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진료를 놓지 않겠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경기 부천 해든동물메디컬센터는 개원 10년 만에 수의사 27명, 전체 직원 약 65명이 근무하는 대형 동물병원으로 성장했다. 300평 규모, 수술실 5개를 갖춘 외과 중심 병원으로 자리 잡으며 오는 5월에는 지역 내에서 두 번째로 MRI 도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병원을 이끄는 최기현의 시선은 '확장'보다 '초심'에 더 가까워 보인다.
10년 만에 10배 성장…외과 중심 병원으로 자리 잡다
15일 해든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2016년 수의사 3명으로 출발해 10년 만에 수의사 27명 규모로 성장했다. 수의사 인력 기준으로 보면 약 10배에 가까운 확장이다.
단순 규모 확장에 그치지 않았다. 병원은 외과 중심 진료 체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최 원장은 "저희는 기본적으로 외과 수술이 강한 병원"이라며 "디스크 수술부터 뇌수술, 흉부외과까지 고난도 케이스를 많이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병원에는 디스크 전용 수술방이 따로 운영될 정도로 외과 케이스 비중이 높다. 수술실만 총 5개에 달한다.

외과 중심 병원이지만 그가 반복해서 강조한 것은 '진단'이다.
최 원장은 "수술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수술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라며 "진단이 틀리면 수술이 잘돼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디스크로 의심돼 의뢰된 반려견이라도 실제 원인이 감염이나 염증일 수 있다. 이 경우 치료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 때문에 병원은 MRI(자기공명영상), 뇌척수액 검사, PCR 검사 등을 결합해 원인을 먼저 특정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핀포인트 진료' 체계를 구축했다.
영상의학 전문 인력도 강화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출신 영상의 2명을 추가로 충원해 현재 총 3명의 영상의가 상주하며 판독을 맡고 있다.
최 원장은 "지역 병원에서 의뢰되는 케이스도 늘어나고 있어 영상 판독을 서로 더블 체크하는 구조를 갖췄다"며 "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린벳 협업으로 진단 속도↑…신경계 치료 '골든타임' 확보
특히 신경계 질환에서는 속도가 중요하다.
최 원장은 "디스크 환자의 골든타임은 약 3일"이라며 "이 안에 수술 여부를 판단해야 예후가 좋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병원은 진단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진단검사 전문기업 '그린벳(GreenVet)'과의 협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병원은 그린벳을 통해 PCR 검사 결과를 하루, 빠르면 12시간 내 받아 감염 여부를 신속히 배제하고 있다. 기존에는 시간 지연으로 치료 방향 결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검사 속도가 빨라지면서 골든타임 내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최 원장은 "MRI로 구조를 확인하고 PCR로 감염 여부를 빠르게 배제해야 확신을 갖고 수술에 들어갈 수 있다"며 "데이터가 정확해야 치료도 정확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에는 가능성만 보고 치료했다면 지금은 그린벳에서 받은 검사 데이터까지 더해 '이건 수술로 해야 한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단계"라며 "진단 정확도와 안정성이 확실히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시스템은 실제 치료 결과로 이어진다.

타 병원에서 디스크로 의심돼 의뢰된 환자가 MRI 검사 후 수술을 받고 보행을 회복한 사례는 병원을 대표하는 케이스다.
그는 "못 걷던 아이가 수술 후 다시 걷게 되는 경우가 가장 드라마틱하다"며 "정확하게 진단하고 들어가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말했다.
병원은 검사부터 재활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시스템도 갖췄다.
정밀 검사로 진단하고 수술을 진행한 뒤 24시간 입원 관리와 재활 치료까지 병원 내에서 이어진다.
최 원장은 "검사, 진단, 수술, 재활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구조가 우리 병원의 강점"이라며 "보호자와 반려동물 입장에서는 치료의 연속성이 유지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관리 역시 병원의 차별화 포인트다.
병원은 개(강아지)와 고양이 진료 공간을 완전히 분리했다. 대기실부터 영상 검사, 입원실, 수술 동선까지 겹치지 않도록 설계해 서로 마주칠 일이 없도록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고양이는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한 동물"이라며 "아예 마주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원장실 없는 이유…확장 속에서도 지키는 초심

이처럼 병원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최 원장은 '입소문'을 꼽았다.
그는 "보호자들끼리 소개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병원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케이스가 좋아지면서 신뢰가 쌓였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수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장비와 시스템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외과 병원은 진단 정확도가 결국 수술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인터벤션 시술과 체외순환 심장 수술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병원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최 원장이 지키고 있는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가장 구석의 작은 진료실에서 진료를 이어가는 그는 "처음 병원을 열었을 때 마음은 단순했다. 반려동물이 아프지 않게 돕고, 보호자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진료를 하자는 것이었다"며 "병원이 커져도 그 기준만큼은 바뀌지 않도록 초심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피펫][펫피플]
badook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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