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국민연금, 일시금으로 받을까 말까?…'목돈' 뒤에 숨은 ‘연금’의 가치
당장의 목돈 유혹 크지만, 기대수명 고려하면 ‘평생 연금’이 정답

평생 낸 보험료, 당장 목돈으로 돌려받는 게 이득일까.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가입 시 매달 받는 연금이 원칙이지만, 60세가 되어도 기간을 못 채우거나 예외적인 사고가 발생하면 일시금으로 정산받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의 목돈 유혹 뒤에는 노후 소득 공백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시금 제도의 종류와 함께, 왜 전문가들이 평생 연금을 고수하라고 조언하는지 짚어본다.
◇ 국민연금의 예외적 장치, ‘일시금급여제도’
국민연금은 본래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사회보험’이다. 이를 받으려면 최소 10년(120개월)의 가입 기간을 채우고, 출생 연도에 따른 지급 개시 연령에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이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기는 어렵다. 경력 단절이나 폐업 등으로 가입기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60세를 맞이하거나, 연금을 받기 전 사망했으나 유족이 없는 경우, 혹은 장애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경우 등이 발생한다.
이처럼 연금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예외적 상황에 놓인 가입자를 위해 국민연금은 ‘일시금급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시금급여는 연금처럼 매달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목돈 형태로 지급된다. 종류는 크게 반환일시금, 사망일시금, 장애일시보상금으로 나뉜다.
국민연금 제도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연금급여다. 실제 지급액 대부분은 노령연금과 유족연금, 장애연금이 차지한다. 일시금급여 비중은 전체에서 크지 않으며, 예외적 장치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가입자 입장에서는 연금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를 어떻게 정산받는지, 본인 사망 시 친족에게 어떤 급여가 지급되는지, 장애 발생 시 어떤 기준으로 연금과 일시금이 갈리는지에 따라 노후 설계와 가족의 생활 안정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은퇴 이후 소득 공백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일시금의 구조와 한계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외 이주를 앞두고 반환일시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사망 뒤 가까운 유족이 없으면 그동안 낸 보험료가 모두 소멸하는지, 장애가 생겼는데 연금이 아닌 일시금만 받을 수 있는지 등은 실제 상담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질문들이다.
◇ 60세의 갈림길, 반환일시금이냐 임의계속가입이냐

일시금급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반환일시금이다. 반환일시금은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사람이 더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됐지만,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경우 지급된다.
대표적인 사유는 60세 도달이다.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60세까지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점에 가입기간이 10년에 미달하면 연금 대신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가입자 사망, 국외 이주, 국적 상실 등도 지급 사유가 될 수 있다.
반환일시금은 가입기간 동안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지급된다. 여기서 직장가입자는 본인이 낸 돈만이 아니라 사용자가 함께 부담한 보험료까지 합한 총액이 기준이다.
이자율은 납부 시점부터 반환일시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시점까지의 기간에 대해 시중은행 3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적용한다. 따라서 반환일시금은 구조적으로 ‘낸 만큼 돌려받는’ 성격이 강하다. 노령연금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소득을 보장하는 급여와는 차이가 있다.
문제는 많은 가입자가 60세를 앞두고 반환일시금을 일종의 환급금처럼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60세 시점에 가입기간이 조금 부족하다면 바로 반환일시금을 청구하기보다 임의계속가입을 통해 부족한 기간을 채우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60세 이후에도 일정 기간 보험료를 더 납부해 가입기간 10년을 채우면 노령연금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금은 한 번 받으면 당장의 목돈은 생기지만, 그 돈을 생활비로 모두 사용한 뒤 노후에 정기적인 소득원이 사라질 수 있다. 반면 연금은 오래 살수록 상대적인 가치가 커진다.
◇ 가입자 사망, 연금체계도 상황 따라 달라져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먼저 사망자의 보험료 납부 이력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반환일시금이 아니라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가입기간 10년 이상이거나, 가입대상기간의 3분의 1 이상 보험료를 납부했거나, 최근 5년 중 3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한 경우 등은 제도에 대한 기여가 인정돼 유족연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유족에게 반환일시금이 지급될 수 있다. 여기서도 수급권자가 없으면 또 다른 급여가 등장하는데, 그것이 사망일시금이다.
사망일시금은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사람이 사망했을 때 유족연금이나 반환일시금을 받을 유족이 없는 경우 지급된다. 장례비를 보조하고,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의 일부를 친족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징은 반환일시금보다 수급 대상 범위가 넓다는 점이다. 배우자,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뿐 아니라 형제자매와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사망일시금은 반환일시금보다 무조건 많이 주는 제도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반환일시금 상당액을 기준으로 하지만, 일정한 상한선이 있다. 가입자의 소득이 높고 납부 보험료가 많더라도 사망일시금은 정해진 한도를 넘을 수 없다.
이는 국민연금이 적금처럼 개인이 낸 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가 아니라 사회보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고소득 가입자의 경우 납부액 대비 수령액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 장애 급수에 따라 지급되는 ‘장애일시보상금’
장애와 관련한 일시금급여는 장애일시보상금이다. 국민연금 가입 중 발생한 질병이나 부상으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남았을 때, 장애 정도가 1급부터 3급이면 장애연금이 매월 지급된다.
다만 4급은 예외에 해당한다. 노동력 상실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판단해 평생 지급되는 연금 대신 일시금으로 보상한다. 장애일시보상금은 기본연금액의 225%를 한 번에 지급하는 구조다. 이를 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금급여 67개월분을 미리 받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제도는 경증 장애를 입은 가입자에게 당장의 치료비나 생활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장애일시보상금을 받는다고 해서 이후 노령연금을 전혀 못 받는 것은 아니다. 향후 노령연금 수급권이 발생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장애일시보상금으로 선지급된 기간이 있기 때문에 중복되는 기간에 대한 조정이 이뤄진다. 환산기간이 지난 뒤라면 노령연금을 바로 받을 수 있지만, 환산기간이 남아 있다면 노령연금과 장애일시보상금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중복되는 기간만큼 반환 또는 정산이 필요할 수 있다.
◇ “노후 대비의 핵심, 일시금 보단 연금수급권 확보”

국민연금의 일시금급여는 가입자가 예외적 상황에 놓였을 때 최소한의 정산과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반환일시금은 가입기간 부족 등으로 연금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주는 성격이 강하다. 사망일시금은 반환일시금이나 유족연금을 받을 유족이 없을 때 더 넓은 범위의 친족에게 지급된다.
장애일시보상금은 장애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4급 장애에 대해 연금 대신 일시 보상으로 마무리하는 급여다. 각각의 제도는 필요성과 기능이 분명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모두 당장의 자금을 제공할 수는 있어도, 평생에 걸쳐 지속되는 현금흐름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는 목돈보다 꾸준한 소득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
은퇴 뒤 한 번에 받은 돈은 언제든 소진될 수 있지만, 연금은 살아 있는 동안 계속 지급된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일시금은 자신의 가입기간과 가족관계, 건강 상태, 향후 소득 전망을 종합적으로 따져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선택지다. 결국 노후 대비의 핵심은 ‘일시금 정산’이 아니라 ‘연금수급권 확보’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남창주 연구위원
정리 = 김동현 기자 gaed@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