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백신 전문가 좌담회] 세계 수준 기술력…상용화 전제는 ‘타협없는 안전성 검증’

김보경 기자 2026. 4.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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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발 현주소와 과제는
야생멧돼지 이외 원인 나와 ‘충격’
불법 축산물·오염 사료 ‘방역 공백’
부작용 피해·현장 효과 엄밀 평가를
활용 앞당기려면 정부 역할이 ‘관건’
치료제와 예방 백신이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전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린 석달이었다. 올해 1∼3월 ASF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국내 양돈산업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들어 발생건수는 14일 기준 24건. 3월16일을 마지막으로 추가 발생 사례는 없지만 역대 연간 최다 발생건수에 업계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올해는 과거와 다른 발생 양상이 속속 전개되면서 현장 혼란이 극심했다. ‘농민신문’과 농림축산검역본부(본부장 최정록)는 전문가 5인을 초청해 ASF 방역 정책을 평가하고, 국내 백신 개발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었다. 좌담회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 2025∼2026년 국내 ASF 발생 상황과 대응을 평가한다면.

▶정현규=결론부터 말하면 전체적으로 무난한 대응이었다. 특히 전국 단위 일제조사와 우려 요인에 대한 예방 조치는 전문인력·농가·업계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것인데 2∼3월 비교적 잘 해냈다. 다만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 발생 사례는 반성할 부분이 적지 않다. 조기 발견에 실패했고 외국인 노동자 등 그간 미처 정비하지 못한 전파 요인을 점검하지 못한 점은 뼈아팠다.

▶조호성=2025∼2026년 발병 패턴은 크게 두가지다. 바이러스가 야생멧돼지와 사람·차량 등을 거쳐 양돈장으로 유입되는 기존 패턴이 그 하나다. ASF에 감염됐음에도 정상 도축된 돼지의 혈분 사료를 통해 감염된 것은 또 다른 경로였다. 두 감염 경로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방역당국과 농가 대응에 있어 좀더 꼼꼼한 관찰이 필요했다는 점은 아쉽다. ASF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와 견줘 전파 속도가 더디다. 이로 인해 앞으로도 방역이 취약한 양돈장과 관련 역학 농장에선 산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우연철=야생멧돼지 이외의 원인으로 ASF가 발생한 초유의 사태였다. 다행히 민관이 협력해 전국적인 조사와 예방적 조치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해 3월 이후 추가 발생을 최소화했다. 도축장 관리, 혈분 사료 사용 금지, 환경 시료 모니터링 강화 등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병성감정기관을 포함한 진단체계의 유효성에 대한 평가가 미비했고, 전파원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원인에 대한 위험도 평가가 부족한 점은 개선 과제로 남았다.

▶이기홍=지난해 당진 사례 이후 이어진 ASF 발생 양상은 과거와는 분명히 달랐다. 바이러스 유형도 기존엔 ‘IGR-Ⅱ’형이 주류였지만 이번엔 ‘IGR-Ⅰ’형이 대세였다. 특히 정부가 오염이 우려된 사료를 회수하고 급여를 중단하는 조치 시행 후 신규 발생이 나타나지 않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앞으로 사료를 포함한 외부 유입 요인에 대한 관리가 방역의 핵심이 돼야 함을 시사한다.

▶정승교=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정부는 올해 발생 원인으로 ▲오염된 사료 ▲발생 농장간 차량 이동 ▲불법 축산물 유입 ▲야생멧돼지 오염원 유입 등을 꼽고 있다. 이 가운데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료 공급을 통한 유입 가능성을 가장 유력하게 본다. 혈장단백질 함유 사료를 폐기·회수한 이후 ASF 발생이 진정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감소세였던 야생멧돼지 검출건수는 올들어 경기 포천, 강원 화천·춘천 등 종전 검출지역에서 다수 검출됐다. 경북 고령, 울산 같은 신규 지역의 검출 사례도 나타나면서 위험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 국내외 ASF 백신 개발 수준과 활용 가능성은.

▶정현규=국내 ASF 백신 개발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개발단계는 실제 농장에서의 대규모 시험이다. 일부 업체가 이런 면에서 꽤 진척됐지만, 당장 돼지열병(CSF) 백신처럼 효과적인 제품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ASF가 토착화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백신 개발·도입에 호응하지 않는 것은 부작용 피해,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업체가 얼마나 효과적인 백신을 내놓을지가 현장 도입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조호성=ASF 백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고 제시된 결과의 효능도 상당 부분 인정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안전성 측면은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단계다. 병원성 약화 생백신 형태여야만 효과를 발휘하는 ASF 백신 특성상 병원성 회복이라는 부분에 대한 우려를 없애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물론 수의학과 방역 정책은 다르다. 엄중한 방역 상황이라면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최소한의 안전성 확인으로 ASF 백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ASF 상황은 여전히 차단방역으로 통제가 가능한 만큼 지금 단계에서의 백신 사용은 아직 이르다.

▶우연철=ASF를 완전히 타개할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다만 정부와 민간 기업의 백신 개발 현황은 고무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 투자가 요구된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백신을 무리하게 사용하다가 오히려 추가 피해를 유발하고, 질병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따라서 백신의 효능·안전성을 평가·확보하는 과정을 개별 기업에 맡길 것이 아니라 범국가적 차원에서 시행해야 한다. 백신의 인허가와 현장 사용 여부는 과학적 쟁점을 넘어 사회적 관심, ASF 질병 대응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정승교=지금까지 개발 중인 백신은 대부분 병원성을 약화한 생백신 형태다. 미국에서 개발한 백신주는 2023년 8월 베트남에서 상업화가 이뤄졌다. 국내에선 검역본부와 코미팜·중앙백신연구소 등이 ASF 바이러스 배양에 필수적인 전용 세포주를 확보하고 이를 이용해 병원성 약화 생백신주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생백신을 적용 중인 베트남에서 접종 가축이 폐사하고 유·사산, 만성적 관절부종 등 부작용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발 중인 생백신은 소규모 임상 평가에 이어 확대된 임상 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 아울러 개발된 백신을 도입·사용할 때는 정부·생산자를 아우르는 사회적 합의와 전문가 검토가 필수적이다.

- 국내 ASF 백신 개발을 앞당기려면.

▶이기홍=생마커 CSF 백신은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전성·방어기능을 입증한 후 도입됐다. 이처럼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은 한돈산업에 큰 힘이 된다. 과거 구제역 백신 의 국내 첫 도입 당시 이른바 ‘물백신’ 논란으로 현장의 우려가 컸다. 현장에서도 백신이 방역 상황을 단번에 개선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보단 농장 차단방역을 우선하고 이후 철저히 검증된 안전한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

▶조호성=일반적으로 제1종 가축전염병을 막는 무기는 철저한 차단방역과 백신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ASF는 이용가능한 백신이 없어 차단방역만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ASF 백신은 상황이 악화했을 때 꼭 필요한 수단이다. 백신 개발 장애요인을 없애고, 고위험 병원체를 활용한 백신 개발에 더 많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정현규=ASF 바이러스 특성을 고려할 때 많은 연구개발비가 필요하다. 가능성 있는 연구팀에 더 많은 연구비를 지원하고 개발 과정에 필요한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검역본부 등 정부 차원에서도 백신 개발뿐 아니라 평가·생산하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 업체도 실험 진행과 시설 이용 측면에서 서로 협력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우연철=ASF 백신 개발 과정에서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임상 평가 단계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고위험 병원체를 다룰 수 있는 연구 시설·편의를 제공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백신 개발을 둘러싸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현장·학계 전문가들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실제 연구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협력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정승교=ASF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병원체를 취급하기 위해선 생물안전 3등급 시설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비용과 인허가 절차 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백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는 국내 동물약품 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공동연구 강화, 해외임상연구추진사업단(가칭) 운영, 생물안전 3등급 특수연구시설의 민간 개방 확대, 수출용 ASF 백신 생산을 위한 시설 등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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