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보고서가 던진 3가지 경고 [여기는 논설실]

국제통화기금(IMF)이 매년 4월 내놓는 세계경제전망(WEO)은 글로벌 경제의 사실상 '기준 지침'이다.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 금융회사가 이 숫자를 토대로 자신들의 기관 전망(house view)을 조정한다. 그런데 올해 보고서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표지 제목에 등장하는 문구는 '전쟁의 그림자(Shadow of War)’다. 요약 보고서는 "세계경제가 다시 한번 궤도에서 이탈할 위협을 받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첫 번째 경고, ‘기준선(baseline)’이 사라졌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숫자보다 전망의 방식이다. IMF는 이번 WEO에서 전통적인 기준전망(baseline) 대신 '참조 전망(reference forecast)'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전쟁 국면에서 전망을 떠받칠 일관된 가정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IMF조차 더 이상 하나의 기준선을 자신 있게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조차 중동전쟁의 충격이 2026년 중반쯤 완화한다는 낙관적인 가정 위에 서 있다.
▶두 번째 경고, 전쟁이 회복 경로를 꺾었다
'참조' 전망에서 IMF는 올해 세계 성장률을 3.1%, 2027년을 3.2%로 제시했다. 올해 수치는 1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췄고, 세계 물가는 2026년 4.4%, 2027년 3.7%로 오히려 높아졌다.
더 중요한 문장은 따로 있다. IMF는 전쟁이 없었다면 2026년 세계 성장률은 3.4%로 오히려 상향됐을 것이라고 적었다. 회복이 약해서가 아니라, 전쟁이 회복 경로를 꺾었다는 뜻이다. 이번 보고서의 압축된 표현은 '경기 하방위험이 (세계경제를) 지배한다(Downside risks dominate)'는 것이다.
시장은 IMF가 제시한 '불리(Adverse)'와 '심각(Severe)' 시나리오 수치에 주목하고 있다. 불리한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성장률이 2.5%로 떨어지고, 심각 단계에서는 2.0%까지 밀릴 수 있다고 IMF는 경고했다. 이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110달러까지 오르며, 공급망 혼란이 극심해질 경우를 상정했다. 세계 경제의 장기 평균 성장률이 3.7%라는 점을 감안하면 2.0%는 경기침체 문턱까지 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번째 경고, 충격은 에너지 수입국에 더 크게 온다
IMF는 이번 충격이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국가 간 편차가 매우 크다(a high degree of cross-country dispersion)고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기존 취약성을 안고 있는 원자재 수입형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더 큰 충격을 받는다고 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유지했지만, 행간에 담긴 내용을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선 1.9%라는 수치 자체가 26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의 집행을 반영한 것이다.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막대한 돈을 풀어서 0.2%포인트 만큼 성장률을 끌어올려 방어한 것이다. 정부의 돈풀기가 없었다면 하향조정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진짜 문제는 물가다. IMF는 한국의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5%로 0.7%p 올렸다. 중동발 에너지 쇼크가 가져온 물가 폭등은 정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수입 부담이 큰 경제에는 성장보다 물가와 실질소득의 훼손이 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IMF의 정책 권고도 분명하다. 우선순위는 물가와 금융 안정의 유지, 재정 지속가능성의 방어, 그리고 구조개혁이다. 재정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선별적으로(targeted), 적절한 시점에(timely), 일시적(temporary)이어야 한다'고 했다. 무차별적인 돈풀기나 정치성 지출 확대와는 거리가 멀다.
IMF 경제전망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중동 전쟁이 세계경제를 저성장을 고착화시킬 위험성이 크고, 충격은 취약한 나라일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로 요약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1.9% 성장률 유지에 안도할 일이 아니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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